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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뭔가 알아서 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어른들의 선입견을 깨며 청소년들의 힘으로 1000명 규모의 축제를 일궈 내 주목받는 청소년들이 있다. 바로 경기도 안성의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 청소년 기획단이다.

1000명 규모의 대규모 축제, 청소년들이 기획-진행

청소년 기획단이 동영상으로 접수받은 오디션 자료들을 보며 심사하고 있다.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공지해 1차 오디션은 동영상으로 심사했고, 2차와 3차는 현장오디션을 진행해 11팀을 선발했다. 9월 7일 당일에 11팀이 실력을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모든 기획, 진행이 청소년 기획단의 머리에서 출발했다.
▲ 청소년 기획단 청소년 기획단이 동영상으로 접수받은 오디션 자료들을 보며 심사하고 있다.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공지해 1차 오디션은 동영상으로 심사했고, 2차와 3차는 현장오디션을 진행해 11팀을 선발했다. 9월 7일 당일에 11팀이 실력을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모든 기획, 진행이 청소년 기획단의 머리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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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 7일 안성 내혜홀광장에서 그들이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행사를 치러 냈다. 이 행사의 표어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의 축제"가 빈말이 아니었음을 그들 스스로가 증명해 보였다. 이것이 청소년 기획단 리더 오병주군을 만나고 싶은 이유였다.

청소년 기획단은 올 3월부터 가동되었다. 4회째 치르는 축제 기획과 준비를 위해 3주에 한 번 모이다가 8월부터는 매주 모였다. 오디션도 3차례 주관하면서 지역의 청소년들을 끌어 모았다. 거리 홍보도 2번 했다. 모두 청소년 기획단의 머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단원 11명 중엔 중3~고2의 학생들이 있다. 안성의 명륜여중, 안성여중, 안청중, 안성고, 안성여고, 가온고, 창조고 등의 학생들이다. 그들은 이번 행사를 스스로의 힘으로 치러 내면서 '우리 청소년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뿌듯함으로 가득 찼다고 했다.

기획과 준비뿐만 아니라  행사 당일 MC, 진행 보조, 출연 준비, 행사 홍보, 질서 유지 등을 모두 청소년 스태프와 자원봉사단이 했다. 체험 부스를 섭외하는 것도, 운영하는 것도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었다.

행사를 공동 주관한 어른들(청사모, 안성 전교조, 안성 신문)은 행사의 후원금과 상품을 마련하고, 운전과 음향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독학으로 연기 공부...류승범 같은 배우될 것"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 행사의 사회를 보고 있는 오병주 군(사진 오른쪽). 그는 이 행사에서 청소년 기획단 리더를 맡으며, 단원들과 함께 행사의 기획·준비·진행을 모두 주관했다. 천명 규모의 행사를 청소년들의 힘으로 해냈다는 놀라운 열매를 이뤄냈다.
▲ 사회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 행사의 사회를 보고 있는 오병주 군(사진 오른쪽). 그는 이 행사에서 청소년 기획단 리더를 맡으며, 단원들과 함께 행사의 기획·준비·진행을 모두 주관했다. 천명 규모의 행사를 청소년들의 힘으로 해냈다는 놀라운 열매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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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상을 내혜홀 초등학교 줄넘기 팀이 받았다. 아이들 중간에 현 안성교육지원청 김영신교육장이 시상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무척 힘이 되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출전한 경연에서 초등학생이 거둔 승리는 뜻있다 하겠다.
▲ 대상 올해는 대상을 내혜홀 초등학교 줄넘기 팀이 받았다. 아이들 중간에 현 안성교육지원청 김영신교육장이 시상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무척 힘이 되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출전한 경연에서 초등학생이 거둔 승리는 뜻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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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이번 축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한 오병주군을 안성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만났다. 그가 청소년 기획단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 행사에 댄스 팀으로 참가한 게 인연이 되어서다. 병주군이 이토록 축제 참가와 그리고 진행과 기획 등에 열정적인 것은 그의 꿈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병주군은 중3 때 우연히 학교 축제 영상 제작을 맡게 되었다. 친구들과 밤을 새워 영상을 만들었다. 그는 "16년 인생에서 그렇게 강도 높은 노동도 없었지만, 그렇게 보람 있는 일도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후로 그는 방송 계통의 일, 그 중에서도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고교 진학 후, 병주군은 댄스 동아리와 영상 제작 동아리에 들어갔다. 연기 연습은 농촌 도시라 연기 학원도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해도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그가 선택한 연기 수업은 독학이었다. 학교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공부했다. 거기서 호흡법, 발성법, 화술법 등 기본기를 다졌다.

병주군은 요즘도 거의 하루에 한 번은 컴퓨터로 영화를 본다고 했다. 한 편의 영화를 세 번 정도 보는데, 첫 번째는 스토리를, 두 번째는 연기자의 연기를, 세 번째는 연출자의 시각을 본다고 했다. 학교 공부가 끝나면 친구들과 댄스 연습을 하고, 집에 와서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거의 매일 새벽 2시에 잠이 든다.

병주군은 지금 고2 학생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 진학보다 서울에 있는 연극 극단에 입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곳에서 청소부터 시작해서 연기를 밑바닥부터 배워보겠단다. 그의 목표는 장진 감독의 극단에 들어가는 것. 오는 12월 겨울 방학부터 아르바이트를 틈틈이 해서 고3 졸업할 때까지 400만 원을 모을 계획이다. 그 정도 모으면 서울의 원룸 보증금은 될 거라고 했다.

연기 심사 전문가들이 그에게 말해줬다고 했다.

"자네 연기는 호흡법, 발성법 등 기본기가 탄탄하고, 순발력 있는 연기를 잘하고, 다양성이 있어. 그 정도 열정이라면 충분히 꿈을 이룰 거야.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보게."

지난 10일, 매일 댄스 연습을 하는 안성 청소년 문화의 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오병주군. 그는 35세까지는 연기에 몰두하고, 35세부터는 연출자를 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연기를 위해 영화를 보며 매일 공부하고, 도서관의 책을 통해 연기를 독학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매일 댄스 연습을 하는 안성 청소년 문화의 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오병주군. 그는 35세까지는 연기에 몰두하고, 35세부터는 연출자를 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연기를 위해 영화를 보며 매일 공부하고, 도서관의 책을 통해 연기를 독학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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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5세까지 연기에 몰두할 계획이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회 없는 경험이 될 거라는 게 병주군의 생각이다. 35세가 지나면 연기자가 아닌 연출자(영화 감독)가 되겠단다. 병주군은 벌써 자신의 인생을 나름대로 설계하고 있었다. 그의 열정을 보니 '독학의 대가' 김기덕 감독이 살짝 엿보였다.

그는 '제2의 류승범'을 꿈꾼다고 했다. 비주얼이 아닌 연기로만 승부하는 연기자가 되겠단다. 우리는 설경구, 황정민, 송강호, 유해진, 최민식, 류승범 등 '오로지 연기로 말하는 배우들'을 떠올리며 웃었다.

병주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얻게 됐다"면서 아울러 어른들의 시각도 변하기를 주문했다. "청소년에게 믿고 맡겨만 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으니, 불안해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말이다.


태그:#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 #오병주, #연기수업, #연기,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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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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