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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죽은 웬뉴단(당시 29살)의 형입니다. 동생을 잃고 하루도 울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처음 판결에서 이겨서 기뻤습니다. 다시 재판을 해야 하니 괴롭습니다. 다음 재판에서 정의로운 판결이 나온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한국이 죽은 동생의 명예를 지켜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베트남 출신 웬지탕(34)씨가 10일 오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호소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와 수베디 다문화가정연대 상임대표, 김기호 변호사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최근 창원지방법원은 2010년 12월 19일 새벽 김해에서 발생한 '외국인 도박 단속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결했는데, 경남이주민센터는 10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사망한 웬뉴단의 형인 웬지탕(34)씨가 입장을 밝히는 모습.
 최근 창원지방법원은 2010년 12월 19일 새벽 김해에서 발생한 '외국인 도박 단속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결했는데, 경남이주민센터는 10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사망한 웬뉴단의 형인 웬지탕(34)씨가 입장을 밝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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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외국인 도박 단속 사망사건'과 관련해 국가의 공무집행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유가족들은 11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한다.

이 사건은 2010년 12월 19일 새벽 김해시 상동면에 있는 한 금속회가 숙소에서 발생했다. 당시 숙소에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 50여 명이 모여 1300여만 원 판돈을 걸고 도박을 벌였다.

경남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가 현장을 급습했다. 당시 일부가 단속을 피해 숙소 창문을 통해 달아났는데, 2명이 숙소 인근에 있는 2m 깊이의 물웅덩이에 빠져 사망했다.

유족은 경찰이 사전에 인근의 물웅덩이 등 주변 지형 파악과 퇴로 차단 등의 '도박사범 수사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각 4000만원)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의 부주의와 사망의 연관성을 인정해 각 950~1000만원씩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창원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신동훈)는 지난 8월 29일 "단속 경찰관들의 과실과 사망의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경남이주민센터 "항소심 판결이 논리적으로 문제"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기호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 단속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지 않았는데, 인과관계를 일반인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창원지방법원은 2010년 12월 19일 새벽 김해에서 발생했던 '외국인 도박 단속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결했는데, 경남이주민센터는 10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창원지방법원은 2010년 12월 19일 새벽 김해에서 발생했던 '외국인 도박 단속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결했는데, 경남이주민센터는 10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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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디 상임대표는 "경찰은 단속에 있어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도 안전조치를 권고했었다"고 소개했다. 국가인권위는 사건 발생 뒤인 2011년 2월 21일 경찰의 공무집행 과정 중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의 법률구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이 사건은 경찰의 공무집행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단속 경찰관들의 과실이 있었는지, 그 과실과 사망과의 인과 관계가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항소심 판결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이 사전에 하천(물웅덩이)의 존재를 몰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망 사건과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해야 이치에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재판부는 경찰의 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며 "재판부가 경찰이 하천 수색을 게을리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단속 경찰은 첩보 입수에서 현장 확인과 수사대 출동에 이르기까지 검거를 위한 행동에는 신속했지만, 사전에 지형을 파악하지 않아 숙소가 하천을 끼고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며 "경찰이 하천의 존재를 알았다면 외국인들의 탈출로를 봉쇄하는 등의 노력없이 무작정 검거에 돌입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소중한 두 명의 목숨을 잃은 이번 사건이 국가가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중이라도 적법한 기준을 지켜서 용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태그:#경남이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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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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