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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의 맏형' 권영길(71) 전 국회의원이 다시 거리에 선다. 권 전 의원은 평등, 평화, 통일의 길을 국민 속에서 찾기 위해 1년가량 거리에서 일반시민들을 만나는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사)권영길과 나아지는 살림살이'(아래 나살림)가 오는 10일 오후 7시 서울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출범식을 진행한다. 그는 이 단체의 이사장을 맡는다. 권 이사장은 10년 전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를 남겼는데, 다시 교육비·의료비 걱정없는 보편적 복지 국가 건설과 나아가 평등·평화·통일의 길을 찾는 국민운동을 벌여 나가기로 한 것이다.

'나살림'은 발족식을 기점으로 각계 전문가·시민사회단체와 연대를 강화하고, 민생·평화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발족식에는 문재인·안철수·심상정 국회의원과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천영세·최순영·노회찬 전 국회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이날 발족식에는 권 이사장과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온 일본 사민당 인사와 평화활동가들이 참석한다. 일본의 평화운동을 주도해온 사민단 5선 테루야 칸토쿠 중의원과 핫도리 료이치 전 중의원 등이 참석한다. 테루야 의원은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오키나와 평화운동, 그리고 동북아평화연대'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권 이사장은 1996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내고, 1997년(국민승리21)과 2002년·2007년(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 또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2년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3월부터 창원대 초빙교수(사회학)로 강단에 서고 있다.

권 이사장을 지난 6일 오후 창원대 연구실에서 만나 나살림 발족과 함께 현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거리에 나가서 국민들과 함께 하겠다"

권영길 전 국회의원.
 권영길 전 국회의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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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살림 활동을 어떻게 한다는 말인지.
"거리에 나가서 국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권영길이 광야에 선다. 거리에서 마이크를 들고 국민들을 만날 것이다. 사단법인으로, 거리에 나가 시민들한테 직접 설명하고 회원을 모으는 것이다. 국민들한테 보편적 복지국가를 왜 해야 하는지, 왜 평화가 밥인지,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농촌 오일장터도 찾아가고, 도시 아파트 촌에 들어가서 주부들과 간담회·토론회도 할 것이다. 병원비·교육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들이 그런 생각을 굳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 왜 거리에 서겠다는 것인가.
"요즘 운동을 하기가 어렵다. 무엇을 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려고 하면 잘 모이지 않는다. 거리에서 연설회를 하고, 서명도 받을 것이다. 6개월이나 1년 정도 그렇게 하면 진정성이 확인되고, 그러면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내 표현대로 하면, 가장 원시적이고, 가장 비현실적이고, 비생산적인 방법의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 대개 단체라고 하면 그냥 주변에 아는 사람 중심으로 일정한 숫자의 회원을 모으는데.
"국민들을 직접 만나는 대면식의 연설회를 할 것이다. 서명도 받고, 토론도 한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무상교육·무상의료·부유세는 옛 민주노동당의 브랜드였는데, 그것을 다시 외치겠다. 내가 거리에서 그렇게 하면,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것이 SNS를 통해 퍼다 나르게 될 것이다. 1년 정도 지나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민주노동당이 창당하고 나서, 2004년 총선에서 10명의 의원들이 탄생했다. 민주노동당의 브랜드였던 무상교육·무상의료·부유세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당이 그 이후 분당돼 제역할을 못했다. 8년간 의원 생활하면서 복지국가건설과 평화통일세상 만들기 운동을 중점적으로 폈는데, 아직도 국민 의식이 그것을 수용하기에는 그 범위가 좁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인지?
"내가 진보정당의 3선 국회의원을 했더라면 그 역할은 당연히 컸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광범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새로운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기초공사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런 토대 구축의 하나라 보면 된다."

"정당정치 틀 벗어나 새로운 운동 하겠다"

권영길 전 국회의원.
 권영길 전 국회의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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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정당 활동인지?
"나는 현재 무소속이다. 이런 활동이 정당정치는 아니다. 기존 정당이나 단체들은 못하고, 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정당정치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사람 정도는 정당정치의 틀에서 벗어나서, 힘들겠지만 새로운 운동을 해야 한다고 본다."

- 나살림 활동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발족식을 하고 나면 1년 정도 거리에 나갈 것이다. 우선 교육비·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 만들기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몸이 아프면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3%밖에 되지 않는데, 그것을 8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그리고 본인 부담 상한액수를 100만 원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역으로 영리병원이 들어오려고 하고, 거의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 제도가 무너지고, 오히려 미국처럼 돈이 있어야 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된다. 우선 이 운동에 상당한 중점을 둘 것이다."

- 교육비 문제는?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보면, 정부는 고등교육 확대 운영 10개년 계획을 세워 2년마다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내가 18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4년간 싸워 법제화시킨 내용이다. 10개년이 되는 해에는 국가재정으로 무상으로 대학교육을 책임진다는 목표다. 2년마다 무상교육의 범위를 늘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에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반값등록금도 해야 한다. 2014~2015년에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대학 반값등록금을 실시하고, 남은 대학등록금 반값은 10개년 계획의 남은 기간 안에 실현하면 된다. 이것은 오직 국민의 힘에 의해서 실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이 국회와 정부에 압력을 가하자는 것이다."

"국민운동의 불길을 당기는 역할을 하겠다"

권영길 전 국회의원.
 권영길 전 국회의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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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도 아니면서 이런 일이 거리 운동으로 가능하다고 보는지.
"정당도, 대통령도 보편적 복지건설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그것은 실현도 되지 않고 헛공약에 그치고 말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제1화두는 보편적 복지 아니었나. 그런데 지금 분위기로 보면 박 대통령은 이것을 할 의지와 능력이 없는 것 같다. 국민운동이 일어나서 압박하는 게 없으면 불가능하다. 국민운동의 불길을 댕기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고, 그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 무슨 일이든 꾸준하게 해야 하지만.

"국민서명운동은 1000만 명을 목표로 한다. 하다 보면 각 지역에서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운동을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이 해왔는데, 요즘 여러 현안 문제 때문인지 중단된 측면이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010년 한 해 동안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국민건강권 확보운동으로 전국을 돌았는데, 자체 평가이기는 하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이런 운동을 다시 불붙게 하고, 재조명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교육비 걱정없는 나라 건설을 내건 교육단체도 많지만, 실제 활동이 주춤해 있다. 반값등록금의 경우 대학마다 학기초에만 조금 운동하다가 잠깐 반짝하고 만다. 이런 운동을 꾸준하게 해나가야 한다."

- 정부·정당·정치인 모두 복지를 말하는 추세다.
"보육·교육·의료·주택·노후 보장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국가의 기본틀이다. 기회균등이 이뤄져야 한다. 유럽의 경우 보수정권이 집권한다고 해서, 진보정권이 집권한다고 해서 복지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우리도 제대로 된 나라가 돼야 한다. 세금을 제대로 거두고, 거둔 세금을 제대로 쓰는 나라가 돼야 한다. 최소한 아이를 키우고 공부시키고, 병이 들었을 때 책임지는 게 국가가 할 일이다. 그것을 못하면서 국가라고 할 수 있나. 나살림 활동을 통해 국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국민한테 던지는 운동을 할 것이다."

"지금 진보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긴 호흡"


-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의혹 사건 등 현 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 시국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진보진영은 정말 긴 호흡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현재를 어떻게 평가 하느냐 하기 이전에 지금의 바탕 위에서 진보정치는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나아가야 한다. 긴 호흡의 진보정치를 해야 한다."

- 그래도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흔히 역사를 보고 살아야 한다거나 역사 속에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학기 때 현대사회학에 대해 강의하면서 절감했다. 시대적으로 1960년대 4·19부터 2013년에 이르기까지 다뤘다. 정권으로 치면 이승만 자유당 말기부터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매 정권마다 일어났던 사회적 대변화를 다뤘다. 거기에는 노동운동도 포함해서 정리를 했다. 따지고 보면 매시기 단계마다 내걸었던 것을 이룬 적은 없고, 승리한 게 없더라.

예를 들어 유신시대에는 자유언론이 매우 중요하기에 언론인들이 저항했다. 그때 자유언론 투쟁했던 기자와 피디들이 해고됐고 복직을 외쳤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패배인가. 아니다. 1987년 민주노조운동 당시에도 실제로 이뤄진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패배인가. 아니라는 것이다. 긴 역사 속에서 보면 독재정권은 발 붙일 수 없게 되고, 민주화도 이뤄진다. 그렇게 볼 때 평등·평화·통일 세상은 긴 호흡으로 나아가야 한다. 매 시기마다 목을 매달 듯이 하면 안된다."


태그:#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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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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