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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가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4일 만난 류 박사가 성균관대 안에 있는 성균관 명륜당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가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4일 만난 류 박사가 성균관대 안에 있는 성균관 명륜당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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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아서 2년 가까운 1인 시위가 가능했죠.(웃음)"

류승완(45) 박사는 여유를 찾았다. 지난 7월 27일 성균관대 동양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복직되기 전까지 716일 동안, 류 박사는 '투사'였다. 2011년 1학기, 이전에 하던 '동양사상입문' 강의를 성균관대 측의 취소 통보로 더 이상 맡지 못하게 된 류 박사는 같은해 8월 11일 학내 600주년기념관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섰다.

당시 성균관대 측은 강의평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류 박사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류 박사는 2010년 총장의 논문을 비판하고, 평소 1996년부터 성균관대 재단을 맡은 삼성이 "(대학에) 기업식 영리주의를 추구했다"고 지적한 것을 강의 취소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복직 후 한 달이 조금 지난 4일 성균관대에서 류 박사를 만났다. 캠퍼스를 걷다가 종종 그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는 이들과 마주쳤다. 기자를 만나자마자 류 박사는 성균관대 곳곳을 돌며 '캠퍼스 투어' 길잡이를 자처했다. 동양철학 전공자답게 성균관 명륜당 앞에서 현판에 담긴 글귀를 늘어놓던 류 박사는 독립운동가 심산 김창숙 선생(성균관대 창립자) 동상 앞에선 즉석 강의를 하기도 했다.

복직 소감을 묻자 류 박사는 "이제 학자로서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대학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관이 되도록, 사회구성원으로서, 학자로서 노력을 할 것이다"라고 들뜬 마음을 내보였다.

학자로서 생명 잃은 2년 "자살, 이해되더라"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오른쪽)가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2010년 7월 광주에서 처음 만난 류 박사는 당시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씨의 자살로 인해 불거진 시간강사 처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금도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영곤·김동애 부부와 피켓을 들었다.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오른쪽)가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2010년 7월 광주에서 처음 만난 류 박사는 당시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씨의 자살로 인해 불거진 시간강사 처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금도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영곤·김동애 부부와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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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곧바로 동양사상입문 과목을 강의하게 된 그는 그해 5월 광주 조선대에서 시간강사로 있던 서정민씨의 자살 소식을 접했다. 당시 '교수 논문대필' 논란에 휩싸여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서씨와 성균관대 동문이던 류 박사는 그해 7월 광주를 찾았다. 류 박사는 지금도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위해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김영곤·김동애 부부(관련기사:교수 부부가 7년째 천막농성하는 이유는?)와 광주에서 서씨의 유서가 담긴 피켓을 들었다.

"서정민씨와는 성균관대 동문이에요. 제가 유학과, 서정민씨가 중문과였죠. 같은 문과대여서 알고 지냈던 사이였어요. 사실 2010년 소식을 듣고 (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안타까운 마음에 '죽을 용기로 싸우지, 죽기는 왜 죽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1인시위를 하게 되니 그 선택이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고요. 강의도 못 하고, 연구도 못 하고, 심지어 도서관에도 못 가고…. 학자로서의 생명이 끊기고, 사회적 살인을 당하고, 경제적인 생활고도 겹치는데 참 견디기 어려웠죠."

"1인시위 2년, 외모는 늙었지만 정신은 안 늙었다"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가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2012년 2월 1인시위가 한창일 때 만난 류 박사(사진 위)와 4일 만난 류 박사.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가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2012년 2월 1인시위가 한창일 때 만난 류 박사(사진 위)와 4일 만난 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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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성균관대에서 우연히 기자를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류 박사는 "그때에 비하면 지금 얼굴이 많이 좋아졌죠?"라며 웃었다.

"참 힘들었죠. 1인시위하며 흰머리도 생기고(웃음).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연구자로서 이어나가야 할 작업이 있는데 그걸 하지 못해 힘들었어요. '학교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억압해서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구나'라는 생각도 했죠. 2년 사이 외모는 많이 늙긴 했는데 그래도 정신이 늙은 건 아니니까 보람은 느껴요."

2년 가까이 홀로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앞을 지키며 류 박사는 많은 일을 겪었다. 지난해 2월 성균관대 졸업식에선 1인시위 도중 교직원들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이 내용을 기사로 쓰려던 <성대신문> 학생기자들은 주간 교수와의 마찰로 신문을 내지 못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대학 안에서 비판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나"라며 "그대로 굴종하면 영원히 그 상황이 유지되고, 누구라도 잘못됐다 말하고 고쳐나가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도 심했다. 벌이는 가끔 제의가 들어온 초청 강의와 역시 이따금 쓰는 글의 원고료가 전부였다. 술·담배를 하지 않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며 2년 여를 보냈다. 가끔 들어오는 후원금 문의도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거절했다.

하지만 때론 '즐거운' 일도 있었다. 지난해 류 박사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를 초청해 거리강연을 한 적이 있다. 학교 측에서 거리강연을 방해하려고 했으나 이때 학생들이 이 노무사를 둘러싼 채 학교 관계자의 접근을 막아 '학생 울타리' 안에서 이 노무사는 무사히 강연을 마칠 수 있었다.

올해 초에는 한 학생이 대뜸 커피 한 잔을 건네며 "저 사법고시 붙었습니다. 검사돼서 꼭 사회정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귀엣말을 건네기도 했단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 위해 계속 노력"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가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4일 만난 류 박사가 성균관대 안에 있는 심산 김창숙 선생(성균관대 창립자) 동상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가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4일 만난 류 박사가 성균관대 안에 있는 심산 김창숙 선생(성균관대 창립자) 동상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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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복직이 확정된 후 류 박사는 1인시위 기간 동안 하지 못한 논문 작업에 들어갔다. 국문학자이자 사상가인 김태준 선생이 이번 논문 주제다. 더불어 자신이 다시 맡게 될 시간강사의 교원자격 회복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고등교육법 '14조의2'에 따르면 대학의 시간강사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및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 류 박사는 이를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막는 '독소 조항'으로 보고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복직이 됐지만 류 박사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이번에 들어간 연구소와는 2년 계약을 했지만 1년 마다 재임용 절차를 거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 이상 일하면 사용자가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조항을 연구소 입장에선 비켜가기 위함이다.

당초 강의를 맡기로 한 부분도 엇박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소와 계약한 후 언론은 류 박사가 2014년 1학기부터 강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도했으나 이러한 기사가 나간 후 성균관대는 언론사에 항의를 하고 있다. 성균관대 홍보팀 측은 "계약서에 '2014학년도 1학기부터 류 박사가 강의를 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강사로 바로 복직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가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4일 성균관대 캠퍼스에서 만난 류 박사가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가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4일 성균관대 캠퍼스에서 만난 류 박사가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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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요구에도 연구소와 한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은 류 박사는 "강의를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사로의 복직을 자신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1인시위를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학교는 내게 압박을 넣었다가, 회유를 했다가를 반복했어요. 하지만 채찍과 당근에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동물에 가까운 존재죠. 신학에서 말하는 신성, 유교에서 말하는 성인, 운동으로 말하면 혁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인간이라 거대 권력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현재로선 거대 권력의 통제 수단을 물리친 것이니까 2년 간의 1인시위가 의미있는 승리였다고 생각해요."


태그:#류승완, #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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