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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조합이 파업 투쟁 500일을 맞았다. 노동조합은 6일 오후 7시 반부터 대한문 앞에서 여는 '파업투쟁 500일 맞이 문화제' 진행 준비에 한창이다. 요즘은 워낙 긴 투쟁이 많아 500일쯤은 별 것 아닌 걸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들의 파업 500일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좀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500일 걸릴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투쟁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조합원들은 파업을 처음 시작할 때 이 투쟁이 이렇게 길어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문제가 너무나도 자명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어떻게 시작된 회사인지, 이 회사의 대주주인 이상준 전 회장이 저지른 행위들이 금융공공성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 심각한 탈법 행위를 위해 회사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요구와 불법적인 행위들을 얼마나 자행했는지를 보면, 파업 투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조합원들의 기대가 순진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사태와 유상감자 시도를 알기 쉽게 표현한 인포그래프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사태와 유상감자 시도를 알기 쉽게 표현한 인포그래프
ⓒ 골든브릿지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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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전신인 (구)브릿지증권은 영국계 투기자본 BIH가 무상증자 후 유상감자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 천여 억 원의 자본을 빼돌리고 회사를 청산하려 했던 전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이상준 전 회장이 2005년 회사를 인수하면서 노동조합과 '공동인수 및 공동경영에 대한 약정서'를 체결하며 회사를 다시 운영하게 된 것이 지금의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다.

그러나 이상준 전 회장은 노조와의 공동 경영 약속을 무시하고 자신의 친구나 측근들로 대표이사를 채워 나가면서 온갖 탈법과 전횡을 저질렀다. 회사를 자신의 뜻대로 운영하기 위해 3개월마다 조직개편을 했고, 7년 동안 대표이사를 다섯 번이나 교체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17일 정례회의에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위장 계열사 노마즈를 통해 임차보증금을 증액하는 편법으로 (주)골든브릿지에 59억의 신용을 공여하고 이를 다시 부실계열사인 골든브릿지저축은행에 유상증자 대금으로 납입한 사실과 계열사 (주)골든브릿지캐피탈과의 어음거래를 통하여 140억 원을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 등을 확인해 5억7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같은 사건으로 서울서부지검은 이상준 전 회장과 남궁 정 전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금융공공성을 지키고 부당노동행위에 맞서기 위한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조합 파업투쟁 500일 문화제 "하자! 함께 하자!"
 금융공공성을 지키고 부당노동행위에 맞서기 위한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조합 파업투쟁 500일 문화제 "하자! 함께 하자!"
ⓒ 골든브릿지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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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건 대주주 골든브릿지가 '상업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부실대출로 인한 부실자산이 늘어나 퇴출 위기에 놓이자 이를 살리기 위해 수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있다. 4년 간 지속적으로 유상증자를 하면서 부채를 더 지게 되었고 결국 부채비율이 자본금 대비 7.9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부채비율이 자본금 대비 2배를 넘어서면 저축은행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대주주 자격심사요건을 통과하기 위해 자회사인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자본에까지 손을 대게 된 것이다. 이들은 임차보증금 증액 등의 편법으로도 모자라 지난 5월 말 주주총회에선 수많은 소액주주들과 우리사주 조합원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폭력까지 행사하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현금성 자산의 82%에 해당하는 300억 유상감자를 날치기로 의결했다.

현재로선 일단 이상준 전 회장 등이 노조와의 소송 및 불공정거래 혐의 등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심사 연기를 통보한 상태이지만 이대로 전횡이 계속된다면 막대한 금융 부실과 자회사 황폐화를 초래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BIH에서부터 현재까지 유상감자는 이른바 대주주의 '먹튀' 단골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자(자본감축)는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과대평가되었을 때, 이를 기업 가치에 맞게 감축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때 주주들에게 유상으로 감축분을 보전해주기 위해 유상감자를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유상감자를 하면 회사의 부실화는 불가피하지만, 대주주의 지분비율에도 변화가 없고 경영권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대주주는 손해볼 일이 없으니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회사돈을 빼내기 위한 수단으로 유상감자를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BIH 사태 때에도 현재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전신인 브릿지증권의 자본 4500억 원이 유상감자로 인해 750억 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유상감자가 이렇게 얼마든지 먹튀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BIH 사태 이후에는 금융회사의 유상감자 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현재는 유상감자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까지 발의되어 있음에도, 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 강력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이유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조합이 노조 파괴 시도에 더욱 강력하게 맞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와 같은 배경 때문이다. 대주주의 이런 전횡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회사에게 '공동경영 약정'을 지키라고 촉구하면서 동시에 내부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했던 것이다.

결국 이상준 전 회장은 끊임없이 자신의 전횡에 걸림돌이 되는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기 위해 2011년 5월부터 자신의 대학동창인 남궁 정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본격적인 노조 탄압에 나서게 된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생계비 지원과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희망나눔 채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생계비 지원과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희망나눔 채권
ⓒ 골든브릿지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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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장을 외부 계약직 인사로 채용하고 인사과장은 노동계에서 악명 높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로 채용했다. 창조컨설팅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시피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영남대병원 등에서 단체협약 해지를 노조파괴의 첫 단계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악명을 높여온 노조파괴 전문회사다.

이들은 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서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노조에 말도 안 되는 단체협약 개악안 28개 조항을 들이밀었다. 그 내용 중에는 정리해고 합의를 '협의'로 변경하고 '사규 위반 시에는 해고', '단체협약 개정을 위한 쟁의 행위 시 해고',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주는 쟁의행의를 할 경우 해고' 등 대놓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노동조합은 '단결권침해금지 가처분 소송' 등으로 맞서서 법원으로부터 '노조활동 방해와 노조탈퇴 강요 금지' 결정을 받아냈지만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강요하면서 집까지 찾아가거나 지속적으로 조합원들을 부당 전보조치 하고 심지어 해고까지 하면서 끊임없이 노동조합 해체를 시도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내릴 수 있는 최후의 결정 수단은 파업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당연한 파업투쟁이 지금 500일까지 오게 되었다.

이와 같이 그간의 골든브릿지 사태를 정리해보면, 노동부와 사법부는 이상준 전 회장의 불법, 탈법 행위와 전횡, 부당노동 행위를 제대로 처벌했어야 한다. 또 회사 측은 전향적인 자세로 노조와의 교섭에 나서서 이전에 제시된 악의적인 단체협약안을 철회하는 한편 제대로 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한다.

현재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주가 조작 의혹까지 수사를 받고 있다. 더 이상 사태의 해결을 미루는 것은 결국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대주주인 골든브릿지의 탈법과 전횡을 방치함으로써 금융공공성과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에 최악의 전례를 남기는 일이 될 것이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조합의 파업투쟁 500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날이다. 이들이 다시 100일을 지나 600일 투쟁을 맞이하지 않도록, 골든브릿지의 하자(瑕疵)를 이제 우리가 함께 보수'하자'.


태그:#골든브릿지, #골든브릿지투자증권, #골든브릿지노동조합, #금융공공성, #희망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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