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제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양준 마켓운영위원장, 이용관 집행위원장,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제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양준 마켓운영위원장, 이용관 집행위원장,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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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발굴과 아시아영화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자신한다. 18회를 맞는 부산영화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는데, 우리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3일 열린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올해 특징을 설명하면서 '정체성'을 강조했다. 부산영화제가 지향하고 지지하는 영화들을 확실히 알게 해 주겠다는 의미다. '아시아 영화의 허브'가 부산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정체성이라면, 젊은 감독들의 새로운 영화를 선보이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조금 더 구체적인 부산의 방향이다.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역시 "9월~10월은 영화제의 전쟁터지만 부산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다. 쟁쟁한 감독들의 작품이 많다"며 해외 영화제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음을 자신했다. 9월~10월은 런던·뉴욕·도쿄·로마 등 주요 영화제들이 몰려 있어 영화제들 간 작품 유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70개국 301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올해 부산영화제의 작품들을 보면 이런 자신감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모습을 보이고, 부산이 키우고 지원해 온 작품들이 연어가 귀환하듯 되돌아온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작품이 부산을 통해 공개되고 최고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영화들의 화제작들이 첫 선을 보인다. 오랜만에 새 작품을 내놓는 감독들의 경륜 또한 부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필리핀·이란 영화 강세, 월드시네마는 동성애 영화 많아

우선 신인감독 발굴은 부산영화제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아시아의 영화 유망주들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인 아시아필름아카데미(AFA)를 운영 중인데, 이곳을  거쳐 간 5명의 신인 감독이 부산을 찾는다.

아시아의 가능성 있는 신인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소개되는 것은 그만큼 영화제 위상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힌다. 부산에서 소개된 신인감독들은 주요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새로운 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 섹션과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에 이들 젊은 신인감독들이 주로 포진해 했다.

 영화 <3X3D>의 한 장면. 프랑스의 거장 장 뤽 고다르, 피터 그리너웨이, 에드가 페라 감독 등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영화 <3X3D>의 한 장면. 프랑스의 거장 장 뤽 고다르, 피터 그리너웨이, 에드가 페라 감독 등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중앙아시아 특별전'은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을 대거 소개하는데, 이 역시 발견과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이다. 중앙아시아 특별전은 이미 2000년 5회 영화제 때 개최한 적이 있지만 이번 특별전은 새롭게 찾아낸,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아시아 영화는 일본과 필리핀, 이란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카자흐스탄 감독들의 작품이 주목할 하다는 것이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설명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라브 디아즈, 브릴얀테 멘도사, 자파르 파나히 등 각 나라의 대표 감독 작품들이 라인업에 올랐다. 특히 영화인들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한 배려는 수년 째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는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에 이란의 여성감독인 락샨 바니에테마드 감독이 선임됐다.

월드시네마는 프랑스와 중남미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퀴어영화가 많다"며 올해 작품경향을 요약했다.

주목되는 작품은 거장 장 뤽 고다르, 피터 그리너웨이, 에드가 페라 3인이 감독이 공동으로 만든 < 3X3D >다. 2천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포르투갈의 고도 기마랑이스를 배경으로 3D로 찍은 에피소드를 묶은 영화로 감독들의 명성 덕에 기대가 큰 작품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역시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음악영화로 주목되는 작품들 중 하나다.

홍상수 작품은 2편이나 상영..."영화제는 편애 있어야"

한국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2편이나 초청되며 눈길을 끌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우리 선희>가 상영된다.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는 편애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지지할 수 있다"면서 홍상수 감독에 대한 지지의사를 나타낸 후 "올해 한국영화에 있어 중요한 두 편의 영화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영화제서 주목되는 한국영화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는 시민들에게 제작비를 모금하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힘들게 완성됐다. 삼성자본의 보이지 않는 방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가운데, 개봉을 앞두고 부산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만드는 작품마다 제한상영가 등급의 벽에 자주 막히고 있는 전규환 감독도 <마이보이>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을 찾는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주목받은 연상호 감독도 역시 토론토와 시체스영화제에도 초청받은 신작 <사이비>로 부산의 관객들과 만난다.

 18회 부산국제영화제 주요 한국영화 상영작. 시계방향으로 <또 하나의 가족>, <마이보이>, <사이비>, <안녕, 투이>

18회 부산국제영화제 주요 한국영화 상영작. 시계방향으로 <또 하나의 가족>, <마이보이>, <사이비>, <안녕, 투이> ⓒ 부산국제영화제


올해는 어느 때보다 배우 출신 감독들이 늘어나는 모습인데, 배우 박중훈과 하정우가 각각 <톱스타>와 <롤러코스터>로 감독에 데뷔한다. 추상미 감독도 단편 <영향 아래의 여자>를 초청작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추 감독은 2011년 첫 단편 <분장실>을 내놓으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지역 영화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에 초청된 <안녕, 투이>는 마산 창원에서 활동하는 김재한 감독의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래 경남영상위원회의 지원이 약속된 작품이었지만, 홍준표 지사가 문화예술기관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지원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로 인해 후반작업을 앞두고 완성이 불투명해 졌으나 부산영화제 측이 도움을 주면서 완성될 수 있었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단체장의 경박한 문화의식에도 문제가 있다"며 홍 지사를 비판했다.

<레드헌트> 조성봉 감독 16년 만에 <구럼비> 들고 귀환

단편 영화와 독립 다큐, 애니메이션 등으로 구성된 '와이드앵글' 역시 다양한 국가의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구성됐다. 한국 다큐멘터리 경쟁에서는 노동, 재개발, 분단, 한국사를 화두로 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16년 만에 귀환한 조성봉 감독이다. 2회 영화제 때 제주 4.3 항쟁의 진실에 접근한 <레드헌트>로 이슈를 만들었던 조성봉 감독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담은 <구럼비-바람이 분다>를 공개한다.

지리산 빨치산들을 소재로 한 <진달래산천>을 제작하던 감독은 2011년 강정마을에 갔다가 해군과 주민들의 충돌이 격렬해지면서 눌러앉게 됐고, 강정마을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을 차분히 들여다 봤다. <구럼비-바람이 분다>는 그 2년의 기록의 산물이다. 강정마을의 모습을 세세하게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올해 부산영화제 제작지원펀드의 도움을 받아 완성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작인 조성봉 감독의 <구럼비-바람이 분다>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작인 조성봉 감독의 <구럼비-바람이 분다> ⓒ 부산국제영화제


김미례 감독의 <산다>는 노동과 산다는 것의 관계 역학을 중년의 회사원을 통해 녹여냈다. 희망퇴직을 거부해 회사로 부터 보복 인사 조치를 당하고 왕따 당하는 가운데서도 신나는 삶을 지향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렸다.

그동안 레미콘 노동자, 일용직, 이랜드 여성 노동자 등의 문제를 영화로 담아온 김미례 감독의 4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로 경순 감독과 황혜림 전 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등 여성 영화인들이 총괄 프로듀서와 프로듀서로 나섰다.

베니스영화제와 달리 <뫼비우스> 편집본 상영?

하지만 올해 상영작 중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선정된 것과 <뫼비우스>의 상영본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선보인 무삭제 버전이 아닌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로 일부 장면이 삭제된 한국 상영본이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북미에서 상영되고 있는 <설국열차>는 편집본이라 외국 관객들 입장에서는 감독판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부연 설명을 통해 "<설국열차>가 메이저 영화제에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껏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프리미어 작품을 선정해 기자시사와 공식 기자회견,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하는 가장 중요한 섹션이라는 점에서 이미 국내에서만 900만 관객이 관람한 <설국열차>의 선정은 기대감이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뫼비우스>의 상영본도 마찬가지다. '온전한 감독판을 볼 수 있는 것'이 영화제의 특징이자 장점이라면, 일부 장면이 삭제된 편집본 상영은 영화제 성격과 맞지 않는다. 더구나 부산이 세계의 유수한 영화제로 평가받는 시점에서 <뫼비우스>의 베니스 버전을 상영하지 못할 경우 부산의 자존심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마켓운영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양준 마켓운영위원장, 이용관 집행위원장,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마켓운영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양준 마켓운영위원장, 이용관 집행위원장,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 이정민


일단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개막 전까지 김기덕 감독을 만나 한번 더 설득해 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남동철 프로그래머 역시 "감독님이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다"며 "한번 더 이야기는 해 보겠지만, 창작자 본인의 의지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이 영등위의 검열에 다름없는 심의에 크게 마음이 상한 상태라는 점에서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뫼비우스>의 무삭제 버전 상영 여부가 올해 부산영화제의 위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1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3일 개막해 12일까지 해운대 영화의 전당 일원에서 개최된다. 입장권 예매는 개폐막작은 9월 24일, 일반상영작은 26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 BIFF 뫼비우스 설국열차 홍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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