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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갑을 관계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슈퍼갑'이란 단어 역시 자주 회자되고 있다. 흔히 국회의원을 '갑 중의 갑'이라고 부르지만, 국회 출석 요구를 툭하면 무시하는 대기업 총수야말로 갑 중의 갑, 슈퍼갑임이 분명하다. 최근 이와 같은 사실에 부합하는 이가 바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국회는 물론 노동청도, 공정위도, 검찰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슈퍼갑 정용진,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갑옷'의 면면을 세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영화 <부당거래>에서 류승범(주양 검사 역)의 인상적인 한 마디. 황정민(경찰 철기)에게 "이 사람아, 나랑 자꾸 라이벌 관계를 가지려고 하지마"라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겁이 많아서 검사가 된 사람이야"라고. 이제는 겁을 낼 필요가 없다는, 그만한 힘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한, 아니 훨씬 더 거대한 힘을 갖고 있는 그들이 '슈퍼갑'의 품에 뛰어드는 통로로 활용되는 것이 지금의 사외이사 제도다. 주요 그룹마다 거의 예외 없이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라는 이름으로 갖고 있다. 신세계 그룹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학계 출신은 한 명도 없어...사외이사도 '신세계'

신세계그룹 사외이사 출신별 현황
 신세계그룹 사외이사 출신별 현황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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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신세계 그룹 계열사는 모두 26개에 이른다. 이 중 사외이사가 7개 회사에 분포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17명에 이른다. 그런데 그 중 15명이 정부 권력기관 출신, 그것도 대부분 거물급이다. 조근호 전 부산고검장, 손영래 전 국세청장,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 문창진 전 보건복지부 차관 등 그 면면이 화려하다.

이와 같은 권력기관 출신 인사 비율은 국내 20대 그룹 평균과 비교해도 그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학계 출신 인사도 없다. 20대 그룹의 경우 학계 인사가 전체 사외이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4%라고 하니, 이 정도면 신세계는 '사외이사의 신세계'로도 불릴 만하다.

그러니 세간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바람막이용 사외이사'를 영입해 사외이사 도입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곧잘 제기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나 정보 수집 능력이 공권력 집행에 '방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세계SVN 부당 지원 사건이나 이마트 노조 설립 방해 및 불법 사찰 사건 조사 결과가 나온 지금, 오히려 이와 같은 추정은 그 힘을 더욱 얻게 됐다. 검찰이나 공정위 그리고 서울지방고용청의 잇따른 고발 명단에서 정 부회장의 이름만큼은 빠졌으니 말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 측은 답변에 응하지 않았다)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들, 대부분 그룹 요충지에 '포석'

2007년 2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건물 오픈식에서 나란히 테이프 커팅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2007년 2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건물 오픈식에서 나란히 테이프 커팅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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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 사외이사는 그룹 내 어디에 포진하고 있을까. 그들 대부분은 모두 그룹 지배구조의 길목에 해당하는 곳에 있다. 신세계푸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요충지'다.

일단 신세계그룹 지배구조의 양대 기둥인 ㈜신세계와 ㈜이마트에 각각 4명씩 포진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정 부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그룹 회장이 17.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의 지분은 7.32%,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그룹 부사장 지분율은 2.52%다. ㈜이마트 역시 이 회장이 17.3%, 정 부회장이 7.32%, 정유경 부사장이 2.52%로 ㈜신세계 지분율과 판박이다.

㈜광주신세계에도 3명의 사외이사가 있다. 감사원과 국세청 출신 인사가 각각 한 명. 정 부회장이 52.08%의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그룹 지배구조에서 정 부회장을 견인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감사원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는 신세계건설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신세계와 ㈜이마트 사이의 '연결고리'로 이명희 회장이 9.49%, 정 부회장이 0.8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세청 출신 인사 2명이 사외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정재은 21.68%, 정유경 0.43%, 정용진 0.11%)은 신세계사이먼, 비디비치코스메틱, 톰보이의 사실상 작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며, 신세계아이앤씨의 경우는 정 부회장이 4.31%, 정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재은 그룹 명예회장이 2.33%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이다.

다음은 신세계 측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 등을 근거로 작성한 그룹 사외이사 프로필이다.

㈜신세계

손영래 전 국세청장. 1946년생. 1972년 제12회 행정고시. 1973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1997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 국장. 1999년 국세청 조사국 국장. 2000년 서울지방국세청장. 2001년 제13대 국세청 청장. 2005년 법무법인 서정 고문(현). 2011년 3월 18일 (주)신세계 사외이사 취임.

김종신 전 감사원 원장직 대행. 1952년생. 1975년 영남대 행정학과 졸업. 1976년 제18회 행정고시. 1998년 감사원 기획심의관. 2001년 감사원 제2국 국장, 2002년 감사원 제1국 국장, 2002년 감사원 감사교육원 원장, 2003년 감사원 사무총장, 2005년 감사원 감사위원, 2008년 감사원 원장직대, 2009년 산하정책과장 원장(현). 2011년 3월 18일 (주)신세계 사외이사 취임.

조근호 전 부산고검장. 1959년생. 1981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1년 제23회 사법고시. 2004년 대구지방검찰청 1차장 검사, 2005년 대구지방검찰청 2차장 검사, 2006년 대구지방검찰청 공판송무부장, 2007년 사법연수원 부원장, 2008년 대전지검장, 2009년 서울북부지검장, 2009년 부산고검장, 2011년 법무연수원 원장. 2012년 3월 2일 (주)신세계 사외이사 취임.

손인옥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1946년생. 1975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2009년 15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2013년 3월 18일 (주)신세계 사외이사 취임.

㈜이마트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1953년생. 1975년 연세대 수학학과 졸업. 1975년 제16회 행정고시. 1997년 국세청 기획예산담당관. 1998년 국세청 총무과 과장. 1999년 국세청 기획관리관. 2000년 대전지방국세청장. 2001년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2002년 건국대 행정대학원 석사. 2004년 서울지방국세청장. 2005년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현). 2013년 3월 15일 (주)이마트 사외이사 취임.

박종구 전 감사원 감사위원. 1952년생. 1978년 연세대 법학과 졸업.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 1992년 시라큐스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1999년 감사원 부이사관. 2001년 감사원 기획심의관. 2001년 감사원 공보관. 2001년 감사원 원장비서실 실장. 2002년 감사원 이사관. 2003년 감사원 기획관리실 실장. 2004년 감사원 제1사무차장. 2006년 감사원 감사위원. 2010년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현). 2013년 3월 15일 (주)이마트 사외이사 취임.

박영렬 전 수원지검 검사장. 1956년생. 1979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1년 제23회 사법고시. 2003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2005년 광주지검 순천지청 지청장. 2006년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 부장검사. 2007년 법무부 정책홍보관리실 실장. 2008년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2009년 광주지검 검사장. 2009년 수원지검 검사장. 2011년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현). 2013년 3월 15일 (주)이마트 사외이사 취임.

문창진 전 보건복지부 차관. 1953년생.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 1979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1985년 미국시카고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석사. 1986년 미국시카고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2003년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기초생활보장 심의관. 2004년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실장. 2005년 보건복지부 정책홍보관리실 실장. 2006년 제7대 식품의약품안전청 청장. 2007년 제13대 보건복지부 차관. 2008년 포천중문의과대 보건복지대학원 원장. 2011년 한국건강증진재단 이사장(현). 2012년 차의과학대 행정대외부총장(현). 2013년 3월 15일 (주)이마트 사외이사 취임.

㈜광주신세계

김상월 전 서울중부세무서장. 1950년생. 광주상업고등학교 졸업. 2006년 서울 구로세무서장, 2008년 서울 중부세무서장. 김상월 세무사무소(현). 2012년 3월 2일 (주)광주신세계 사외이사 취임.

유충흔 전 감사원 사무차장. 1957년생.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교 대학원 정책학 석사. 2007년 감사원 전략감사본부장, 2008년 감사원 제2사무차장, 2009년 감사원 제1사무차장. 2012년 3월 2일 (주)광주신세계 사외이사 취임.

하동수 전 (주)삼흥 전무이사. 1956년생. 한양대 경영학 석사, 2001년 (주)신세계인터내셔날 지원 담당, 2007년 (주)삼흥 전무이사. 2010년 3월 5일 (주)광주신세계 사외이사 취임.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푸드·㈜신세계아이앤씨·㈜신세계건설

박창언 전 대구경북지역본부 세관장. 1951년생. 경북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대구경북지역본부 세관장. 관세법인 씨티엘앤파트너스 회장. 2011년 4월 1일 (주)신세계인터내셔날 사외이사 취임.

김재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1954년생.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대전지방국세청장. 세무사. 2011년 4월 1일 (주)신세계인터내셔날 사외이사 취임.

폴 허스밴드. 영국인, 1956년생. 홍콩 랜드사 고문. 허스밴드 리테일 컨설팅 대표. 2011년 4월 1일 (주)신세계인터내셔날 사외이사 취임.

고계인 전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본부장(신세계푸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관련 경력이 나타나지 않는다). 1948년생. 2007년 대한결핵협회 사무총장. 2011년 3월 18일 (주)신세계푸드 사외이사 취임.

서양래 전 감사원 특별조사본부장. 1949년생. 전북대 경영학과 졸업. 감사원 감찰관. 감사원 특별조사본부 본부장. KB생명 감사. 2011년 3월 18일 (주)신세계아이앤씨 사외이사 취임.

김재선 전 감사원 감사교육원장. 1948년생. 1988년 연세대 도시행정학과 학사. 2006년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감사. 2010년 3월 5일 신세계건설(주) 사외이사 취임.

(* 4편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정용진, #신세계, #사외이사, #부당거래, #손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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