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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제일 좋아!"
"엄마가 싫어, 엄마가 제일 미워!"

아내는 요즈음 공주병에 걸렸다. 손녀딸 하은이가 할머니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은이의 사랑을 독차지한 아내의 자화자찬 또한 그 손녀에 그 할머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너무 좋아한다나 어쩐다나. 수영장, 도서관 스터디그룹 등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고민이란다.

하은이가 많이 자랐다. 자꾸 심술을 부린다. 특히, 허락없이 동생 '콩콩'이를 봤다간 큰일 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동생에게의 시샘이다. 
* 50 개월/ 16,2kg /112cm
▲ 미운 다섯살 하은이가 많이 자랐다. 자꾸 심술을 부린다. 특히, 허락없이 동생 '콩콩'이를 봤다간 큰일 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동생에게의 시샘이다. * 50 개월/ 16,2kg /112cm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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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는 '콩콩이'가 태어난 뒤로 기분이 말이 아니다. 엄마와 신경전을 하는 중이다. '콩콩이' 이부자리에 들어가 누워있거나 발을 배 위에 올리거나 심술을 부린다. 말끝마다 '콩콩이만 사랑하고'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안아달라고 어리광을 부린다. 한 살 뒤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조금만 콩콩이에게 눈길을 주어도 눈물을 흘린다. 괜히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엄마가 싫다고 할머니만 찾는다.
▲ 엄마가 싫어 조금만 콩콩이에게 눈길을 주어도 눈물을 흘린다. 괜히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엄마가 싫다고 할머니만 찾는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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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6일)에도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늦잠 자는 아이를 겨우 깨웠다. 세수시키고 머리를 빗기려고 하는 순간 엄마가 싫다고 앙탈을 부린다. 이유없이 할머니만 찾는다. 할머니가 세수도 시켜주고  밥도 먹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겨우 제 엄마가 달래기는 했다. 발을 동동 굴리면서 하은이 머리를 손보고 옷을 입혔다.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옷을 입혀달라고 한다. 겨우 진정되는 듯했하더니 신겨 준 운동화가 싫다고 구두로 바꿔 달라고 한다.

엄마들의 하루 일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출근 준비도 쉽지가 않은데 '아이 돌보기', '언니 어린이집 보내기', '빨래하기', '집안 청소하기', '남편 출근 준비하기' 등이다. 거기다가 어른들까지 챙겨야 한다. 그런데 큰 아이조차 어리광이다.

콧노래를 부른다.  그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도서관, 놀이터 등을 많이 찾는다
▲ 어린이집 가는 하은이 콧노래를 부른다. 그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도서관, 놀이터 등을 많이 찾는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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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경이다. 여름내 열대야 때문에 잠이 들지 못했다. 요즈음 조석으로 날씨가 서늘해졌다. 겨우 잠이 들려는 순간 '따르릉' 전화 벨 소리가 났다. 밤에 전화가 오면 소름이 돋는다.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는. 혹시 친척들에게 무슨 일이 있나. 아니면 멀리 있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철렁한다.

딸의 전화다. 하은이가 할머니를 찾는다고 한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밤에 소동이 난 모양이다. 전화 통화로 겨우 진정시켰다.

"우리 공주님,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네.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보고 싶어요."

제 엄마, 아빠가 조금만 '콩콩이'에게 눈길을 주면 하은이의 할머니 사랑은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나 '할머니가 제일 좋아... 할머니가 보고 싶어'라는 말에 아내는 기분이 싫지는 않아 보인다.

하은이의 심술

지금 하은이는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한다. 어떡해야 할까. 어제도 어린이집에 다녀와서 '콩콩이'에게 심술을 부렸다. 어린 아이라 하은이 때처럼 '콩콩이'도 돌봐줘야 한다. 조심해야 한다고 타일렀다. 그 말을 들은 하은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할아버지는 사랑하지 않겠다며 서럽게 운다. '콩콩이'에게 손찌검까지 할 태세다. 계속해서 '콩콩이'를 보호하려고 하자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 버린다.

열심히 공부하고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 한다. 하지만 동생 '콩콩이'와의 관계는 경쟁관계다. 시샘이 많다. 우유먹는 것까지 샘낸다.
▲ 공부하는 하은이 열심히 공부하고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 한다. 하지만 동생 '콩콩이'와의 관계는 경쟁관계다. 시샘이 많다. 우유먹는 것까지 샘낸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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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참 유도

전문가들에 의하면 언니가 동생에게 시샘을 느끼는 것은 신체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한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늘 공정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보도록 권한다. 언니도 사랑을 받고 싶어하니까. 조금 요령이 생겼다. 아이의 양육에 동참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콩콩이' 조금 안아 줄까?"
"네, 안아 주세요."


태그:#유하은, #콩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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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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