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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월 31일(현지 시각) 시리아에 대한 군사 공격에 관해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명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미국의 독자 공격 가능성은 상당히 늦추어질 전망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한 기자 회견을 통하여 ""미국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눈을 감아서도 안 되고 눈을 감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심사숙고한 끝에 나는 이에 합당한 군사 개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화학무기 사용은 금지선을 넘은 것"이며 이는 "미국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지 사령관으로부터 언제든지 공격이 가능하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이미 미군이 시리아 지역에 (공격을 위해) 배치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나 스스로 군사 작전을 명령할 권한이 있지만, 이에 대한 민주적인 토론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무력 사용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기를 원했고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에 관한 합당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의회가 결정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리아 공격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영국이 의회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사실상 공격 불참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미국 행정부도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기로 함에 따라 시리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 공격은 금명간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지난 시기 미국 의회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중동 지역 등 세계 분쟁 지역에 미국 대통령의 명령으로 군사적 개입을 실행했던 미국 행정부로서는 이번 시리아 사태 개입에 대한 공을 의회로 넘길 만큼 적지 않은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등 중동 전쟁에 지친 미국민, 군사 개입에 대한 여론 날로 악화

우선, 이미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나도 전쟁에 지쳐(weary)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휘말린 미국민들이 시리아 사태에 대해 미국이 군사 개입하는 것을 반기지 않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서 미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연설 당일에도 각종 반전 단체들이 백악관 앞에서 모여 "더 이상 전쟁을 말라"라는 피켓을 앞세우고 미 행정부의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군사 개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또한, 군사 공격을 함께 실행할 것으로 확정적이었던 영국이 의회의 반대로 인해 발을 빼고 나섰으며, 프랑스 역시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4%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국제 사회의 우군들이 힘을 잃고 있는 것도 오바마 행정부를 곤혹에 빠뜨리고 있다.

국제 사회 인정 증거 부족... 군사 개입으로 초래될 상황 악화 우려

또한, 미국 행정부나 정보기관이 이번 시리아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이 시리아의 현 정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엔 조사단의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 역시 아직 명확한 증거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는 확신 아래 군사적 개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상식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시리아 정부군은 많은 지역에서 반군을 포위했는데 트럼프 카드를 적에게 줬다는 것은 (화학무기 사용했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면 이를 유엔 조사단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 제시하면 된다"며 "증거를 공개 안 하면 증거가 없다는 뜻"이라며 유엔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군사 행동을 취하려고 하는 미국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이처럼 미국이 유엔 조사단의 결과 보고나 유엔 안보리의 결정에 앞서 군사적 개입을 하려고 하는 데 대한 눈총이 더욱 거세어지고 있다. 더욱 미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인한 시리아의 대응과 반발이 또 다른 중동 전쟁으로 악화할 수 있는 우려도 미국을 선뜻 시리아 공격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란은 이미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을 공격할 우려가 있다며 비상 군사 대응 태세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시리아 사태가 미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 확산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게 되었다.

오바마 강경파 보좌진 설득... 한국은 시리아 강경 대응 주문?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장고 끝에 '의회 사전 승인'이라는 카드를 내밀며 명분 축적과 현실적인 시간 벌기를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 작전 명령을 내리려 했다가 30일 밤 생각을 전격적으로 바꿔 의회에 승인을 받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러한 결정의 발표에 앞서 이날 열린 외교, 안보팀 전체 회의에서 이에 반대하는 각료와 보좌관을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30여 분이 훨씬 지난 시간에 시작되었다.

한편, 이 와중에 <월스트리트저널>은 같은 날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시리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최근 한국 관리들이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처럼 시리아 사태에 대해 수수방관할 경우 북한으로 하여금 생화학 무기로 남한을 공격해도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오판을 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척 헤이글 미국 국무장관은 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지난 8월 29일 미국 의회에 화상 브리핑 보고를 하면서 한국 지도자들로부터 이런 우려를 전달받은 사실을 공개했었다"고 보도했다.


태그:#시리아 사태, #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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