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는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후쿠시마 방사능의 국민적 불안감에 대해 "SNS를 중심으로 또 다시 근거 없는 '괴담'이 나오고 있다"며 괴담 유포 행위를 추적해서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광우병 보고 놀란 가슴 방사능 보고 놀란 것일까? 보수 언론들도 앞다퉈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은 안전하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출하를 제한한 8개현(후쿠시마, 이바라키, 군마, 미야기 등) 49개 품목에 대하여 수입 금지를 취했고, 일부 현(16개 현)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검사성적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관계 부처회의를 가지면서 방사능 오염식품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국민의 불안과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전해오는 소식이 너무나 우울하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방사능 오염수의 바다 유출을 인정했고, 일본 경제산업성도 하루 300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강하게 부인해왔던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후쿠시마 제1원전 저장탱크에서 유출된 오염수가 법정 기준보다 266만 배나 높은 수치라고 하니, 일본 정부 발표만 믿어왔던 세계 시민이 농락당한 꼴이다. 더 심각한 것은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일본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몇 가지 내용들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방사능과 관련된 분명한 사실이 있다. 즉,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바다로 300톤 씩 방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사능 오염수는 고농도라는 것, 해류에 의해 오염된 바닷물이 전 세계로 퍼진다는 것, 그래서 방사능에 피폭된 수산물이 언제라도 우리 밥상에 올라올 수 있다는 것, 미량이라도 방사능에 피폭되면 안전하지 않다는 것. 특히 영·유아, 아동·청소년은 어른보다 방사능에 취약하다는 것 등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한다면 국민의 불안은 당연한 결과다. 특히 영·유아, 아동·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괴담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정서적 불안감은 권력의 힘만으로 억제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과 실천을 통한 신뢰가 작동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집의 급식과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방사능 검사부터 철저히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학교급식 방사능 검사, 광역시·도는 5곳, 도교육청은 4곳 불과
최근 녹색당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학교급식 방사능을 검사하는 광역시·도는 5곳, 광역시·도교육청은 4곳에 불과했다(관련 자료 :
학교급식 방사능 검사 광역시·도 5곳, 광역교육청 4곳만 실시). 지방자치단체 자체적으로 식품방사능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가 유일했다.
아예 식품방사능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 않는 곳도 9군데나 되었다. 경남, 광주, 부산 그리고 인천 등 4군데는 산하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 등에서 장비를 갖추거나 담당인력을 확보하고 있었고, 강원과 충남은 20여 년 가까이 된 방사능측정기를 갖고 있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했다.
광역교육청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경기도교육청, 서울시교육청, 충청북도교육청 등 3곳만 검사를 실시하고 있었으며, 제주도교육청은 2012년에 2개교에서 2건만 검사한 경험이 있다. 나머지 13개 광역교육청은 식품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 않으며,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다.
다행스러운 것은 광역시·도교육청이 방사능급식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8월 초, 경기도교육청이 "학교급식 방사능 오염 식재료 사용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조례 제정에 시동을 걸었다. 이 조례는 8조로 구성된 아주 짧은 조례다.
대부분 임의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강제성이 없고, 방사능 검사는 유일하게 제7조(표본조사)가 규정하고 있는데 "교육감은 학교급식을 실시하는 학교에 대하여 전문기관과 합동으로 방사능오염 식재료에 관한 표본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정도의 내용만 담고 있다. 많이 아쉬운 조례다.
이러한 흐름에 이어 지난 8월 26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형태 교육의원은 녹색당 등과 함께 방사능급식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공청회를 개최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의 방사능급식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8월 말에서 9월 중순까지 열리는 248차 서울시의회 임시회를 통해 이 조례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조례와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이 작성한 초안에 바탕으로 녹색당은 수정안을 내놓았다. 몇 가지 놓쳐서는 안 될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 방사성물질 검사에 관한 체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장비의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최소한의 검사주기의 명시가 필요하다. 방사성물질검사계획 등을 심의·의결할 감시기구를 갖추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식자재 검사, 정책적 실행력 갖춰야검사가 제대로 되는지 감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기구에 학부모 참여는 보장되어야 하고, 정보공개법에 따라 검사 과정의 정보는 제대로 공개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 조례가 적어도 이 정도의 내용을 담는다면 학교급식을 바라보는 학부모의 불안감은 감소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보육조례를 개정함으로써 어린이집으로까지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학교급식은 그나마 교육청 등에서 관리라도 하지만, 어린이집은 위생 점검 수준에서 관리될 뿐이고, 특히 원산지 안전에 대한 보장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식단 업체에 맡기거나 어린이집 자체적으로 대형마트는 이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형마트에서 일본산 수산물이 유통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식품방사능 문제를 괴담이냐 아니냐로 논쟁하는 것은 국가적인 이득이 없다. 본질은 식품방사능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영·유아서부터 어르신이 먹는 밥상에 미량이라도 방사능에 오염된 식자재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교육청의 몫이 클 수밖에 없다. 정책적인 실행력이 필요한 시기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현 녹색당 사무처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