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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여민희 조합원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고자 원직복직' '단체협약 원상회복'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는 이들의 종탑 고공농성은 오는 24일로 200일을 맞이한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여민희 조합원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고자 원직복직' '단체협약 원상회복'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는 이들의 종탑 고공농성은 오는 24일로 200일을 맞이한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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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희(왼쪽), 오수영 조합원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 서 있다.
 여민희(왼쪽), 오수영 조합원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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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결정은 두 동지가 해야할 일이다. 땅을 밟고서도 긴 날을 살아야 하니까 무엇보다 건강이 염려된다. 승리나 패배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자."(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여민희 동지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불치의 질환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아픔을 방치해야 하는 나에게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리고 두 동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떤 식으로도 힘을 모아서 땅 위의 동지들에게 마음을 보태겠다."(한상균 전국 금속노조 전 쌍용차지부장)

"혼자 있어보니까 알겠더라. 힘이 부족할 때, 땅 위의 동지들과 함께 나누던 고민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내려와서 동지들과 상의하고 함께 싸워가자."(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오는 24일로 200일을 맞는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여민희(40), 오수영(39) 조합원 두 사람이 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의 종탑 위에 서 있다. 지난 2월 6일 땅을 떠날 때는 울산, 평택, 아산, 전주  4곳의 하늘에 동료들이 있었다. 저마다 다른 이유였지만 외침은 하나였다. 노동자를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절박함이 그들을 철탑에, 굴다리에, 조명탑에 그리고 종탑에 오르게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김재주 전주택시노조 분회장과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먼저 내려왔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앞 철탑에 올라가 있던 3인의 농성자 중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이 3월에,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장이 5월에 땅을 밟았다. 지난 8일에는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천의봉 조합원이 땅을 밟았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그 눈물을 꾹 참는 사람도 있었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여민희, 오수영 조합원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고자 원직복직' '단체협약 원상회복'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는 이들의 종탑 고공농성은 오는 24일로 200일을 맞이한다.
▲ 종탑농성 200일 앞둔 재능교육 노동자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여민희, 오수영 조합원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고자 원직복직' '단체협약 원상회복'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는 이들의 종탑 고공농성은 오는 24일로 200일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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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성당 십자가 앞에 선 재능교육 노동자 오수영, 여민희씨. 옆에 보이는 구멍을 통해 종탑위에 올라올 수 있지만, 낡은 쇠봉을 잡고 수직벽을 수십미터 올라와야하는 위험한 곳이다.
 혜화동성당 십자가 앞에 선 재능교육 노동자 오수영, 여민희씨. 옆에 보이는 구멍을 통해 종탑위에 올라올 수 있지만, 낡은 쇠봉을 잡고 수직벽을 수십미터 올라와야하는 위험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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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영씨 "건강이 허락하는 한 조금 더 기다리겠다"... 여민희씨 건강 악화

이제 두 사람이 남았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 텐트를 하나 쳤다. 종탑에는 "해고자 전원, 원직 복직", "단체협약 체결하라"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햇볕에 빛을 바랜 채 걸려 있다. 길 건너에는 재능교육 본사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오수영씨는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종탑 위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땅에서는 너무 더우면 시원한 데 가거나 에어콘을 틀 수 있는데, 여기는 24시간 더위를 피할 수 없는 조건"이라며 "뜨거운 햇살 때문에 피부에 화상을 입고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간이 좁으니까 운동을 못해서 뼈마디가 아프다"면서도 "지금까지 200일을 버텼지만 승리해서 내려가기로 했기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먼저 내려간 이들이 두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2011년 309일간 85호 크레인에 올라갔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한 마디 보탰다.

당연하게 모두 건강 염려부터 했다. 이미 여민희씨는 신장에 이상이 생겼다. 여씨는 항생제를 먹고 몸에 수액을 투여했지만 병원에 갈 수 없다.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의 투쟁은 24일로 2074일째를 맞는다. 지난해 5월부터 20여 차례 노사 교섭이 이뤄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재, 재능 노사는 지난 19일부터 교섭에 들어갔다. 

여민희, 오수영 조합원이 취재를 마치고 떠나는 기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여민희, 오수영 조합원이 취재를 마치고 떠나는 기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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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위 농성장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수직벽에 박혀있는 낡은 쇠봉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농성자들에게 물품을 올려보내기 위해 옥상 출입구와 바구니가 줄로 연결되어 있다.
▲ 재능교육 종탑 농성장 통로 종탑위 농성장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수직벽에 박혀있는 낡은 쇠봉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농성자들에게 물품을 올려보내기 위해 옥상 출입구와 바구니가 줄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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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309일)] 

"두 달 전, 동지들 만나러 종탑에 올라갔었다. 바람이 불면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거기서 동지들은 계속 울고 있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200일이 다가오는데 상황이 별로 진척되는 게 없고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어떡하겠나. 결연한 의지로 건강하게 잘 견뎌주길 바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실도 있었다. 동지들이 종탑에서 보낸 200일 동안 이 사회에서 철저하게 은폐된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가 부각됐다.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자신만의 싸움을 벌였다면 벌써 타결됐을 일이다. 전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문제로 넓혀서 여기까지 왔다.

내려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결정은 두 동지가 해야 할 일이다. 땅을 밟고서도 긴 날을 살아야하니까 무엇보다 건강이 염려된다. 승리나 패배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자. 그 이후의 투쟁에 대해 어떻게 전술을 짜야할지 같이 고민하자."

[한상균 쌍용차 전 지부장(171일)]

"200일이라는 숫자는 이 사회가 야만적인 사회라는 것을, 이 사회의 감각이 무뎌 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동지들은 그것마저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서 올라갔다. 동지들의 투쟁은 노동자로 인정받고 싶은 소박한 소망의 실현이다.

전 고공 농성자로서 겨울도 혹독하지만 유난히 덥고 비가 내리는 여름은 더 참기 힘들었다. 특히 남성도 아니고 여성 노동자로서 야외용 텐트 하나에 의지한다는 것은 정말 참혹하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하기 어렵다. 더구나 여민희 동지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불치의 질환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아픔을 방치해야 하는 나에게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리고 두 동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떤식으로도 힘을 모아서 땅 위의 동지들에게 마음을 보태겠다.

동지들, 함께 투쟁해 가야할 일이 많다. 건강을 더 이상 망치지 말고, 긴 싸움을 벌일 수 있는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또 다른 투쟁의 힘을 모아가자."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151일)]

"한겨울에 올라가 숨막히는 여름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건강이다. 여민희 동지의 건강이 안 좋다고 들린다. 투쟁도 건강해야 할 수 있다. 지치고 힘들어도 밑에서 함께 하는 동지들이 있다. 그들을 생각해 달라.

어떤 결심을 가지고 종탑에 올라갔는지 그 마음 다 안다. 완벽한 승리를 만들자는 바람이겠지만 되도록 지상에서 동지들과 얼굴 맞대고 같이 싸워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야만이 서로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고 조언도 받을 수 있다. 혼자 있어보니까 알겠더라. 힘이 부족할 때 땅 위의 동지들과 함께 나누던 고민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내려와서 동지들과 상의하고 싸워가자.

땅에서는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교섭 또한 동지들이 투쟁해서,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동지들이 마지막 결실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김재주 전국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천일교통 분회장(69일)]

"오수영, 여민희 동지들. 지난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올해 같이 뜨거운 여름을 지내느라 고생이 많다. 힘이 들지만 끝까지 농성을 사수하고 반드시 승리하자. 농성을 해 본 사람으로서 고생이 얼마인지 잘 안다. 건강이 최우선이기 때문이기에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두 동지가 상의해서 내려오라. 그게 어렵다면 땅의 동지들이 좀 더 힘을 내서 노사 합의 타결을 이끌어 낼 것이다. 꿋꿋하게 버텨온 동지들, 앞으로 더 힘 내서 견뎌주길 바란다."


태그:#재능교육, #종탑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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