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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동구 금곡동 배다리 일대에서는 인천문화재단 지원하고 사진공간 배다리(관장 이상봉)가 주최하는 '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는 지난 16일부터 시작돼 오는 8월 28일 끝난다. 지난 16일 오픈식에는 지역 인사와 원로사진가 그리고 사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이후 배다리 창영동 주차장으로 주민들과 함께 슬라이드쇼를 관람하고 막걸리와 머릿고기·떡 등을 나눠먹는 뒷풀이가 이어졌다.

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展
▲ 배다리 일대는 전시 중 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展
ⓒ 김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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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총괄기획자인 이영욱 디렉터는 "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 전은 사라지는 시절의 흔적을 발견하고 또 보존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라며 "기획자로서 작가분들한테 바람이 있었다면 사진가라는 예술가로서의 입장으로서만이 아닌 외연의 확장과 시선의 다양성을 유도하고 싶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진가라는 입장을 넘어서서 고고학자·인류학자 혹은 탐험가의 입장에서 재개발 현장에 가 버려진 물건들 혹은 남겨진 물건들을 관찰해보면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이번 전시회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의 전반적인 프로젝트를 맡은 큐레이터 이혜진은 "인천의 재개발 지역이나 폐허로 버려진 지역들을 같이 답사하고 탐사하는 식으로 촬영하며 진행했다"며 "본 전시는 기획단계부터 6개월 이상 소요된 장기 프로젝트이고, 수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기간 진행 상황을 알렸다. 이어 이혜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의 특징은 참여진의 다양성"이라며 "작품 활동을 해오던 전문작가 10여 명과 더불어 인천현대사진포럼이나 사진 아카데미에서 인문학 강좌를 통해 사진 공부를 해오던 사진가들, 사진 공부 중인 10대의 학생들까지 함께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존의 예술계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구조를 탈피해 사진 예술이 담아낼 수 있는 외연의 확대를 꾀했다"고 덧붙였다.

특정한 공간의 전시가 아닌 사진공간 배다리를 비롯해 헌책방 거리에 위치한 빈 건물 중 한 곳을 대여, 전시 공간으로 연출했다. 또한 대안미술공간인 스페이스 빔과 배다리의 명물인 아벨전시관, 작지만 아담하고 동화 속 풍경 같은 한점갤러리와 띠 갤러리등 여섯 곳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도심 속 시골 풍경 같은 골목길을 산책하듯 전시장을 다니다보면 '존재하는 것은 모두 사라진다'는 어느 사진가의 독백이 떠오른다. 유독 시선을 끄는 어느 사진 앞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그 어느 지점에서 내가 서성거리고 있는 것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전시 기간 도슨트와 참여작가들이 번갈아가며 갤러리 지킴이를 하면서 작품 설명도 함께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혹은 홀로 사색에 잠기며 구경하기 좋은 전시다.

한점갤러리 2013. 여름
▲ 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展 한점갤러리 2013. 여름
ⓒ 김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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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란 새로운 꿈을 꾼다는 것. 세련된 문화를 꿈꾸지만 그것은 미래에 대한 환상이며 자본주의란 것에서 오는 상품이고 욕망이다. 무언가를 꿈꾸지만 그것은 다시 깡그리 없어지며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결국 과거가 돼버리고 지금의 모습처럼 폐허가 된다. 끝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 환상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주 개념은 '판타스마고리아'(pantasmagorie·환등상)다. 영원한 것은 없고 스쳐가는 덧없음이라고. 사람들은 번쩍거림에 도취돼 꿈을 꾸듯 자신들의 시대를 살아가지만 환상 너머의 힘을 포착해 의미를 부여한다. 꿈은 환상을 조장하고 허위의식을 갖게 하지만, 그것이 있기 때문에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에너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꿈은 각성과 혁명으로 가는 일방통행로라고 했다.

사진은 그 자체가 아카이브이며 루이 아라공이 1838년 프랑스에서 사진발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 이미 예견됐다. 프랑스의 으젠느 앗제는 20세기 초까지 작업한 대표적 인물이며 1888년에서 1927년까지 파리의 외각지대, 특정 건물의 실내와 계단, 장식물 그리고 상점의 진열창 등을 남겼는데 그의 사진은 오래된 흔적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환기시키는 데 기이한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그의 사진을 좋아했다.

폐허의 현장에서 가져온 과거는 죽은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들과 만나야 그 가치가 있다. 역사 속에서 사진 아카이브의 다양한 변주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며 죽어있는 과거를 살아나게 만드는 잠재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산책자가 때로는 군중에서 떨어져 아케이드의 자본주의적 풍경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때로는 군중 속으로 잠겨 그 풍경의 환상에 열광하고 도취되기도 한다고 했던 벤야민의 말처럼 배다리 일대 전시장을 거닐어봤다.

출품 작품들

푸른 건설이 내던져 주는 인천의 서브토피아
▲ 유광식, 하늘과 호수를 소유하는 특권, 청라지구, Digital Print, 70x110c 푸른 건설이 내던져 주는 인천의 서브토피아
ⓒ 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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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초 만에 사라진 40~50대의 우상 마징가-제트
▲ 유덕기, 선인체육관 #01, 도화동, Digital Print, 77x110cm, 2013 불과 10초 만에 사라진 40~50대의 우상 마징가-제트
ⓒ 유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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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운 꿈을 꾸지만 그것은 또 다시 폐허가 된다
▲ 환상으로부터의 탈출 #01, S극장, Digital Print, 12x17inch, 201 늘 새로운 꿈을 꾸지만 그것은 또 다시 폐허가 된다
ⓒ 김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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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시
▲ 김화성, 옥련동, 2013.5 무인도시
ⓒ 김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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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인식표를 단 무연고 시신의 사진처럼, 그들은 이제..... 무연고(無緣故)다.
▲ 박균열, 무연고-비누, 인천, Digital Print, 110x160cm, 2013.6 마치 인식표를 단 무연고 시신의 사진처럼, 그들은 이제..... 무연고(無緣故)다.
ⓒ 박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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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인천이 빨리 치유되어 행복도시가 되길…
▲ 성대석, 달팽이의 꿈, 동춘동, Digital Print, 11x14inch, 2013.5 유서 깊은 인천이 빨리 치유되어 행복도시가 되길…
ⓒ 성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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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천배다리, #사진전시회, #사진공간배다리, #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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