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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내용이 어떻든 시청률이 1%가 넘는다. YTN이 20년 걸린 것을 1년 반 만에 (종편) 4개사 합쳐서 4~5% 올렸으면 간단한 게 아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방통위원장)이 <기자협회보> 창간 49주년 기념호 인터뷰에서 종편 재심사 질문에 대해 밝힌 내용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보수 일색의 여론지형을 만들려는 여당과 정부의 밀어붙이기로 만들어진 종편에 대한 편협된 사고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종편'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답변 곳곳에 '양두구육'의 가면이 숨겨져 있다. "취임 4개월 동안 방통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공정성·공공성 확보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하면서도 "KBS가 수신료를 올리고 2000억~3000억원 정도의 광고를 하지 않으면 100%는 아니겠지만 상당 부분이 MBC와 SBS, 신문이나 종편에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변함 없는 소신을 다시 한번 밝힌 셈이다.

KBS수신료 인상과 종편 재승인을 앞두고 굵직한 국내 언론 현안을 진단하기 위해 시도한 인터뷰란 점에서 그의 답변은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방통위 수장이 공정하지 못한 인식과 국민적 정서와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꺼리낌 없이 할 정도면 방통위가 과연 제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종편 주주 구성 주먹구구, 방통위 '나 몰라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료사진)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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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종편의 재승인 심사가 임박하면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비등한 시점이다. 특히 종편들은 개국 이후 끊이지 않았던 '막장 방송' 논란에 이어 최근 사업계획서 위반으로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데다 주주 구성의 부적절성 문제까지 불거져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방통위와 수장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은 불문가지다.

무엇보다 종편에 투자한 주주 구성의 적정성과 주주 건전성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종편에 부적절한 자본이 대거 투입됐지만 방통위가 이를 심사과정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지난 정권시절, 정부와 여당 편에 선 보수언론들에게 봐주기식 검증 잣대를 적용했다는 게 입증됐지만 종편에 대한 방통위의 관대함은 정권이 바뀐 지금도 진행형이란 점에서 국내 방송시장의 미래는 암운 그 자체다.  

언론단체들이 밝혀낸 종편 사업자들의 자본금 마련 실태를 보면 주먹구구식 '편법'의 실태를 알 수 있다. 종편 사업자들이 사업신청을 할 때 약속한 자본금을 채워 넣기 위해 대기업들의 '쪼개기' 출자를 동원하거나, 정체가 모호한 회사를 통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럼에도 이같은 편법 앞에 방통위는 무력하기만 했다.

언론단체들로 구성된 '종편 승인심사 검증 TF'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조선>, <중앙>,<동아> 등 이른바 조중동의 종편 승인장 교부시점의 주주 구성은 당초 종편 승인신청 시점의 주주구성에 비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승인신청 당시 조중동 종편에 출자금을 약속했던 법인이 출자를 대거 취소하거나, 반대로 새로운 법인이 뒤늦게 출자금을 약속하는 등 종편 승인장 교부 시점에 이르러 평균 25%의 주주가 뒤바꿨다. 그 중에서도 <동아> 종편(채널A)의 경우 주주 변동비율이 40%를 훌쩍 넘길 정도로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

대기업들은 계열사를 이용해 일명 '쪼개기 투자'로 주요주주가 되는 것을 편법적으로 빗겨갔고, 금융회사는 조중동 종편에 투자하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아예 신탁투자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채널A의 경우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페이퍼 컴퍼니와 차명회사 등을 통해 206억원을 투자, 5.05%의 지분율로 사실상 주요 주주로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의 법망을 피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개별 주주 단위로만 심사한 방통위가 동일인 주주의 '쪼개기 출자'에 대해 사실상 눈감아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동아>와 '사돈 관계'인 기업이 SK텔레콤에 203억원을 빌려 채널A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14일 채널A에 203억원을 투자한 E&T가 <동아>와 친인척 관계이자 SK텔레콤의 협력사라고 밝혔다. E&T는 SK텔레콤에 203억원을 빌려 채널A에 투자함으로써 SK텔레콤이 E&T를 거쳐 채널A에 우회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밖에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부실 저축은행 8곳이 모두 300여억원을 종편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고려대, 용인대, 수원대, 을지대 등 학교재단과 의료재단 등 27개 비영리법인이 수익성도 불투명한 종편사업에 449억 5500만원을 출자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방통위가 한꺼번에 4개의 종편을 허가해 주면서 광고시장의 포화상태로 인해 종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과 우려가 팽배했던 상황에서 수익을 담보할 수도 없는 종편에 거액의 투자를 결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다.

드러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종편 승인 당시 투자를 약정했던 수많은 기업과 법인들이 불과 3~4개월 만에 출자를 감액하거나 철회하면서 종편 사업자에 따라 많게는 약 40%의 주주가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종편의 재승인 심사 기준시 '안정적인 사업수행을 위한 재정 능력'과 '사업계획서 이행실적', '방송통신심의위·선거방송심의위 심의 위반 결과', '외부제작과 콘텐츠 활성화 기여도', '불공정 거래 행위', '방송평가위원회와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 구성의 투명성' 등을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리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 '종편 재승인 심사안', 탈락 기준 없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2차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언론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종편의 주주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종편 승인심사 검증 TF 2차 기자회견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2차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언론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종편의 주주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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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방통위는 종편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재승인 거부'(탈락) 없는 심사 기준안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방통위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에게 제출한 '2012년도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이행실적'에서도 이 내용이 드러나 있다.

방통위는 종편 4사에 대한 평가에서 '전반적으로 성실하게 이행했다'고 했지만 학계와 언론단체에서는 '지역균형 발전방안', '소수시청자 지원방안', '콘텐츠 공정거래 정착방안', '유료방송시장 활성화 방안 이행실적' 등에서 '불성실' 평가가 나왔다는 지적이 높다. 재승인 심사 기준안이 당초 '지상파 재허가 기준을 바탕으로 작성'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종편 맞춤형'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종편에 대한 재승인은 불 보듯 뻔하다.

방송의 본령 등 저널리즘 역할과 기능은 물론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할 방통위가 재승인 기준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또 다시 특혜를 준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종편의 수상한 주주 등 주주 및 재정 적정성에 대한 평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방통위가 종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지상파보다 더 강력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것이 종편 탄생 과정의 불법과 끊임없는 특혜논란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회적 흉기'라는 지적까지 받은 보수신문 계열의 종편이 승인심사 과정에서 편법과 탈법을 동원해 출연금을 모으는 등의 추악한 행태를 벌였다는 사실은 사회적 부정과 비리, 부조리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의 자세라고 보기 힘들다.

이 모든 문제들은 무엇보다 엄격히 종편 승인심사를 했어야 할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책무를 방기한 채 종편 승인심사를 요식행위로 부실하게 진행한 결과 발생한 일이다. 따라서 방통위는 부실하게 진행한 종편 승인심사에 대한 무거운 책임의식을 자각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주주구성 등에 대해 즉각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 없이 또 다시 봐주기 식 재승인 심사를 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원장이 해야할 일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과 관련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분노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조중동과 그들의 종편은 촛불 든 국민들의 분노를 외면한 채 "민주당의 막말 논란", "북한이 '댓글팀'을 신설했다"는 등의 물타기 보도에 주력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이들과 물타기 또는 왜곡경쟁을 일삼아 들불처럼 번지는 촛불을 지면과 영상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현직 기자들까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언론자유 수준이 지난 이명박 정부 때와 비슷하거나 더 나빠졌다고 보고 있을 정도다.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창립 49주년 현직기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의 언론자유 수준이 지난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질문에 67.4%가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더 나빠졌다"는 응답자는 23.7%(매우 나빠졌다 6.9%, 나빠진 편 16.8%)를 기록한 반면, "나아졌다"는 응답은 8.7%(매우 나아졌다 0.9%, 나아진 편 7.8%)에 그쳤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생각이 꼭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지금 방통위원장이 해야할 일은 나락에 떨어진 방송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회복하는 길이 무엇인지부터 곱씹어야 할 때다.


태그:#방통위, #종편, #방송 재승인,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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