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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솔바람소리, 뎅그렁 거리는 풍경소리와 독경소리만 은은하게 들리는 조용한 산사에서 가부좌를 틀고 참선 중인 수행승
 물소리 솔바람소리, 뎅그렁 거리는 풍경소리와 독경소리만 은은하게 들리는 조용한 산사에서 가부좌를 틀고 참선 중인 수행승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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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명상이 좋다는 게 널리 알려진 때문인지 참선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고 있습니다. 참선하면 물소리 솔바람소리, 뎅그렁 거리는 풍경소리와 독경소리만 은은하게 들리는 조용한 산사, 심산유곡 산사에서도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선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면벽수행을 하고 있는 선승의 모습이 먼저 연상됩니다.

어쩌다 인연이 닿는 스님들에게 참선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슬쩍 여쭤 보지만 "단기 출가를 하거나 최소 템플스테이라도 해야만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씀뿐 신통한 답은 들을 수가 없습니다. 참선은 산사처럼 조용한 곳 이어야만 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선입견 때문인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무비 스님께서 강설한 <이것이 간화선이다>를 읽으며 '지금, 여기', 일상생활 속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무비 스님께서 쉽게 풀어 꼼꼼이 설명한 <이것이 간화선이다>

무비 스님 지음, 민족사 출판의 <이것이 간화선이다>는 북송 말 남송 초, 간화선을 대성시킨 선승, 대혜종고(1089~1163) 선사가 참선을 공부하는 당대의 지식인들로부터 받은 몇몇 편지와 이들 편지에 답한 65편의 답장을 엮은 서장(書狀)을 부산 범어사 한주로 계시는 무비 스님께서 번역하고 해석한 내용입니다.

이 책의 특징은 65편의 편지 대부분이 대혜 선사와 스님들 간에 주고받은 편지가 아니라 세속인, 직장생활을 하고 처자식을 거느리며 살고 있는 당대의 생활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간화선이다>┃저자 무비┃펴낸곳 민족사┃2013.08.21┃2만 9500원
 <이것이 간화선이다>┃저자 무비┃펴낸곳 민족사┃2013.08.21┃2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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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비교적 마련되어 있는 스님들을 상대로 한 답이나 설명이 아니라 아등바등 거리며 살아가는 일반인들 중에서 참선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편지로 보내온 질문에 답한 답장이자 설명들이기에 세속인들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세세한 설명이자 가르침, 눈높이 교육 같은 내용입니다.  

1천여 년 전에 주고받은 편지글들이라 표현은 어렵고 설명은 헷갈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무비 스님께서 세월의 간격을 메워주고도 남을 만큼 현대적 감각으로 번역하고 해설해 놓아 어렵지도 않고 헷갈리지도 않습니다.  

책에서 대혜 선사가 답(설명)하고 있는 참선은 간화선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간화선 수행 전통이 잘 이어져 내려온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들어 명상 수행이 붐을 일으키며 티베트 불교의 금강 수행, 남방 불교의 위빠사나 등 갖가지 수행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간화선의 실체, 간화선을 통해서 맛볼 수 있는 참선의 진미를 가늠하게 해주는 기회를 줄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참선 공부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부자가 되려고? 건강해지려고? 출세하려고? 명예를 얻으려고? 아닙니다. 참선 공부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깨달음에 있습니다. 깨달음을 통해서 돈과 건강, 출세와 명예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감동적인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선 공부는 그 목적이 깨달음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깨달음을 기다리는 마음이 앞서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히려 깨달음을 방해할 뿐이다. 지극한 모순 같지만 이 사실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깨달음을 성취한 경계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깨달음의 중요한 점은 일체법이 모두 평등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 <이것이 간화선이다> 425쪽

멍 때리고 앉아있는 게 참선? 화두 들고 공부하는 게 간화선

참선을 한다고 하면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간화선은 화두를 들고 공부하는 것으로 주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참선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자나 '간시궐', 이뭣고 등과 같은 화두, 1700여개나 된다는 화두는 무엇이며 왜 필요한 것일까요? 책에서는 본분을 깨닫는데 필요한 양식이 되는 게 '화두'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화두를 들고 공부하는 간화선의 요체는 환경이 시끄럽거나 고요함을 생각하지 않고 철저히 화두만을 드는 데 있다. 그리고 화두를 드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망상(掉擧)과 혼침이다. 선방과 같은 고요한 환경에서 좌선하느라고 앉아 있으면 오로지 두 가지 병이 전체 시간을 다 지배하는데 그것은 혼침과 망상이다. 그래서 굳이 고요한 선방에서 공부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으나 오히려 시끄러운 곳을 찾아서 화두에 몰두하는 것이 훨씬 훌륭한 참선이 된다고 가르친다. 옛사람들은 시장에 나가서 참선 공부를 한 사람도 있고, 온종일 도량을 돌아다니면서 참선을 한 사람도 있었다. -<이것이 간화선이다> 184쪽- 

대혜 선사의 말씀에 의하면, 화두란 곧 사람의 근본 불성(佛性)인 본분을 깨닫는 데 필요한 양식과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본분초료(本分草料)라는 말은 사람의 불성을 소에 비유하여 그 소가 화두라는 양식(草料)을 먹고 근기가 성숙해지면 깨달음을 이룬다는 뜻에서 이른 말이다. -<이것이 간화선이다> 62쪽-

화두를 들 때에는 이론으로 헤아려 가져다 맞추려고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아무리 훌륭한 이론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오직 화두에 대한 의정을 깨트려야만 이 문제는 해결된다. 화두 의정을 깨트리면 생사심이 끊어지고 생사심이 끊어지고 나면 부처니, 법이니, 중생이니, 번뇌니 하는 문제가 일시에 해결이 된다. -<이것이 간화선이다> 363쪽-

화두를 들고 하는 간화선, 참선은 조용한 곳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화두를 들고 하는 간화선, 참선은 조용한 곳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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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화두를 드는 자세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학이나 과학 공부를 하듯 이론으로 대 하지 말고, 스무고개 풀이를 하듯 잔머리를 굴려서 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들은 편지글이라는 특성상 직설적이라 할 만큼 간단명료하고 적절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지만 간화선의 요지와 수행법을 낱낱이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참선하는 납자들이나 시민선방에서 수선 안거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고요한 곳에 앉아서 좌선하는 것으로 참선 공부라고 생각한다. 심한 경우에는 앉아서 시간을 채우는 것만으로 참선 공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그동안 모두 몇 시간 좌선을 하였다는 것을 계산하여 자랑하는 사람도 보았다. 혹시 수행자 가운데 사람들 소리 때문에, 사찰의 한 모퉁이에서 공사(工事)하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공부에 방해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대혜 선사의 말씀을 꼭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간화선이다> 83쪽-

참선 공부의 요체는 먼저 밖의 인연을 다 쉬어서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 좌선하면서 안으로는 여행 갈 생각, 도반 생각, 신도 생각, 해제비에 대한 생각, 한자리를 얻을 생각, 노후 생각, 토굴 생각 등등 온갖 생각에 이끌리고 있으면 그것은 망상을 피우고 있는 것이지, 참선이 아니다. 이러한 생각이 다 끊어지고 마음이 꽉 막혀서 마치 담벼락과 같아야 한다. -<이것이 간화선이다> 101쪽-

불법을 좋아하고 참선을 하며 도를 닦는 일은 인생의 가치관을 최고의 경지에 두고 사는 삶이다. 초연하고 탈속한 삶이다. 그런데 부귀영화와 돈과 명예, 주지 자리나 종정 자리를 좋아하여 기를 쓰고 덤벼드는 것은 결국 사람들을 속이는 일이다. 이런 것을 두고 옛사람들은 "개가 코끼리 가죽을 뒤집어쓰고 스스로 코끼리라고 가장하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였다. -<이것이 간화선이다> 130쪽-

무비 스님께서는 강설을 통해 왜곡되고 잘못되어 가고 있는 참선, 멍 때리고 앉아 무늬만 참선을 하고, 온갖 망상에 젖어 허송세월을 보내고는 오랜 시간 참선을 한양 자랑하고 다니는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헤 선사와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들 중에는 요즘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사람도 있고 범부도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보내는 편지이다 보니 답장 또한 다양하고, 다양한 답에서 참선에 관심을 두고 있는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질문,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됩니다. 무비 스님의 강설은 단지 간화선, 서장의 내용을 해설하는 데 그치고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참된 참선을 가장 좀 먹는 병폐,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남을 가르치고 있는 떠중이 스승들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참선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무리, 참선을 출세를 위한 스펙 중 하나로 생각하는 일부 출가 수행자들을 향한 쓴 소리 같은 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년에 딱 한번 만 문을 연다는 봉암사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태고선원
 1년에 딱 한번 만 문을 연다는 봉암사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태고선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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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불교도 모르고 참선도 모르는 사람이 남의 스승 노릇을 하는 이들이 있다. 불교란 깨달은 사람[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뜻인데 깨달은 사람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자기 나름대로 지레짐작하여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 불법의 여러 수행 중에서 최상의 수행이라고 짐작한다. 온종일 앉아 있으면서 반은 수면으로 보내고 반은 망승으로 시간을 소비한다. -<이것이 간화선이다> 221쪽-

조용히 앉아서 부처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나무나 돌로 조각한 부처의 길이다. 또한, 조용한 곳에서는 잃어버림이 벗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잃어버림이 있는 것은 곧 물결을 떠나서 물을 찾는 일이며, 금으로 된 불상을 떠나서 금을 찾는 일이다. 유심(有心)이 곧 무심(無心)이며, 무심이 곧 유심인데 유심과 무심을 나누어 놓고 본다면 불법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이 간화선이다> 279쪽-

무비 스님께서는 참선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깨닫자는 것이며 깨달음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건 감동적인 삶을 살자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간화선은 천년의 세월에 걸쳐 깨달음을 얻는 방법으로 검증된 참선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천년 동굴 속 어둠이 번쩍하고 튀는 부싯돌 불꽃으로 밝아지듯이 칙칙하고 어두운 삶, 탐·진·치 삼독의 포승줄을 풀지 못해 허우적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삼독의 포승줄을 풀어줄 열쇠가 간화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깨달아서 무엇을 하자는 것이겠습니까?
이러한 삶의 모습으로 자신을 감동하게 하고 타인을 감동하게 하며 살자는 것입니다. 천만 번을 깨닫고 1천 7백 공안들을 마치 염주를 꿰듯이 꿴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정신으로 살지 못하면 그는 선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간화선이다> 6쪽 '머리말' 중에서-

참선, 화두, 간화선이 무엇인지 가 궁금한 사람에겐 참선과 화두, 간화선이 무엇인지를 간명하게 알려주고,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으로 감동적인 삶을 살고 싶은 사람에겐 무비스님 지음, 민족사 펴냄의 <이것이 간화선이다>가 화두를 참구하며 제대로 참선할 수 있는 최고의 안내서가 되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것이 간화선이다>┃저자 무비┃펴낸곳 민족사┃2013.08.21┃2만 9500원



이것이 간화선이다 - 무비 스님 서장 강설

대혜종고 선사 원저, 무비 스님 역해, 민족사(2013)


태그:#이것이 간화선이다, #무비 스님, #민족사, #참선,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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