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화(하정우 역)이 인이어를 만지고 있다.

윤영화(하정우 역)이 인이어를 만지고 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필자는 본래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데이트하거나 약속이 있을 때, 영화관을 가는 것 외에는 딱히 찾아서 영화를 보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평론과 관련된 전공을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에까지 관심이 뻗친 것 같다.

최근 개봉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를 봤다. 바로 <더 테러 라이브>. 오랜만에 친구와 해운대 스폰지에 있는 메가박스 영화관을 찾았다. 요즘 <더 테러 라이브>와 <설국열차>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터라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후 <설국열차> 관한 리뷰도 쓸 예정이다. 그럼 서두는 이 정도로 줄이고 <더 테러 라이브>의 리뷰를 시작하겠다. 영화 전반의 내용을 다룰 것이라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주의하길 바란다.

재기 위해 테러를 동아줄로 잡은 한 언론인

영화는 윤영화(하정우 역)가 진행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마포대교를 터트릴 것이라는 전화가 오면서 시작된다. 윤영화는 어느 허풍선이가 떠드는 허풍으로 취급하고 무시하지만, 실제로 마포대교가 폭파되면서 윤영화는 한 가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언론인들이라면 꿈꾸는 '특종'이라는 단어 말이다.

윤영화는 신고하려는 PD를 제지하고, 보도국장인 차대은(이경영 역)과 거래한다. 마포대교를 폭파했다고 주장하는 테러범이 자신에게 전화했다는 사실을 가지고. 윤영화는 특종을 통해 재기의 꿈을 꾼다. 영화의 거래를 받아들인 차대은 역시 시청률을 통해 자신의 야욕을 챙기려고 한다. 여기서 마포대교가 폭파됐고,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은 사라진다. 남은 것은 인간들의 야욕과 시청률밖에 없다.

영화 초반의 장면들만 보면 자극적인 것만을 찾는 현 언론들의 실상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 일부 언론들은 어떤 사건의 본질보다는 시청률이나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 음란한 내용 등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이후 윤영화에게 전화한 테러범은 21억 원이 넘는 돈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윤영화와 방송국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테러범에게 여러 질문들을 하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사과를 받기 위해 테러 일으킨 한 인간

 윤영화(하정우 역)가 PD에게 신고하지 말라고 당부하다.

윤영화(하정우 역)가 PD에게 신고하지 말라고 당부하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중반부에 들어서면 테러범이 테러를 일으킨 이유가 나온다. '마포대교 보수공사의 인부로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 철야 공사 도중 인부의 동료가 마포대교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적절한 조치와 보상은 없었고, 그 사건은 금방 잊히고 말았다.' 테러범은 그 사건에 대한 보상과 사과를 받기 위해 이 테러를 일으켰다고 말한다. 법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면서.

이 장면을 떠올리면서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살인을 살인으로 징치하면 같은 사람이 된다. 그리고 법적인, 윤리적인 보상을 받기 어려워진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는 법이 공정하게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그려졌지만, 과연 현실에서 법이 모두를 지켜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분명히 법적인 틀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록 테러범의 행동에 공감할 수는 없지만, 이해는 한다.

테러범은 끊임없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다. 전 국민의 80%에 가까운 숫자가 이 테러를 지켜보고 있다. 테러범은 대통령의 사과를 받기 위해 테러라는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했지만, 대통령이 사과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할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고, 다리가 무너지며 인질들이 죽으면서 테러범은 준비했던 특단의 조치를 시행한다.

권력에 버림받은 하정우와 인질들

본래 윤영화는 시청률을 올리고, 마감뉴스를 맡았던 이전의 위치로 돌아가려는 것에서 끝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변수 때문에 실패한다. 바로 폭탄의 존재다. 아나운서의 마이크가 터지는 데서 폭탄의 두려움은 시작된다. 이 때문에 윤영화는 점점 테러범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윤영화는 테러범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사과를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오지 않고 대신 경찰청장이 스튜디오에 도착한다. 거기에서도 사과는 없고, 테러범에게 체포하고 말 것이라는 윽박지름만 존재한다. 테러범은 아들의 사진을 공개하려는 경찰청장을 결국 죽이고 만다. 옆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한 윤영화는 극도의 공포에 빠지게 되고, 이는 더욱 테러범을 옹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죽었음에도 테러범은 대통령의 사과를 계속 요구한다.

보도국장 차대은은 "테러와의 협상은 없다. 대통령의 사과도 없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는 청와대의 말을 전하라고 윤영화에게 말한다. 하지만 폭탄의 존재는 윤영화를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만든다. 결국 윤영화는 차대은이 말한 바를 이행하지 않는다.

인질들의 목숨은 상관이 없다. 권력들이 죽인 것이 아니라 바로 테러범이 죽인 것이기 때문이다. TV를 통해 이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이런 트릭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결국 권력들의 잘못은 은폐되고, 권력들의 치부를 폭로하려 했던 테러범은 희생양이 되어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버린다.

테러범의 처지에 공감해버린 윤영화

 마포대교가 테러범에 의해 폭파된 모습.

마포대교가 테러범에 의해 폭파된 모습. ⓒ 롯데인터테인먼트


윤영화는 폭탄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수단 때문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지만, 권력들은 그런 윤영화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차대은은 윤영화의 비리를 다른 언론사에 제공하고, 청와대는 윤영화를 희생양으로 삼아 이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윤영화는 토사구팽이된 것이다.

테러범은 SNC 방송국의 옆 건물을 폭파시키고, SNC 방송국조차 폭파시키려고 한다. 그 전에 윤영화를 만나기 위해 윤영화가 있던 곳으로 들어온다. 그것을 본 윤영화는 테러범과 격투를 벌이고, 테러범은 부서진 창문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테러범은 떨어지지 않았고, 윤영화는 그런 상태에서 테러범과 대화를 나눈다. 테러범은 자신이 행세했던 사람의 아들이었고, 아버지는 윤영화의 방송만 수십 년을 들었고, 윤영화가 하는 말은 믿을 수 있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이후 윤영화는 토사구팽 당한 자신의 처지가 아버지를 잃은 분노에 쌓인 테러범에게 오버랩 됐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언론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을지도 모른다.

현 세태와 닮은 <더 테러 라이브>, 국민 주권은 과연 존재하나?

 옆 건물이 무너져 책상을 붙잡아 지탱하고 있는 윤영화(하정우 역).

옆 건물이 무너져 책상을 붙잡아 지탱하고 있는 윤영화(하정우 역). ⓒ 롯데인터테인먼트


<더 테러 라이브>라는 영화는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언론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영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국민을 국민으로 보지 않는 권력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 것이지만, 뽑히고 난 대통령은 국민을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 몇 만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을 규탄해도 언급 하나 없다. 증세 없이 복지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영화에서는 마포대교를 폭파시킨다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 이것이 과연 영화에서만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대통령은 이 영화와 똑같은 대처했을 것이다. 결국 인질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을 것이고, 테러범의 명분도 테러라는 것으로 추상화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권력의 추악한 본질은 사라지고, 테러의 위협에서 안전을 지킨다는 이유로 더욱 국민을 옥죄어 올 것이다. 테러의 위협을 북한의 위협으로 치환한다면 우리나라와 똑 닮아 보이지 않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명시돼있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은 선거가 있을 때나 적용될 수 있다. <더 테러 라이브>가 비록 영화에 불과할지는 모르나, 이 영화를 보는 이들이 이런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국민주권이 허상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촛불처럼.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블로그에도 이 글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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