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홍명보 '경기 안 풀리네'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 홍명보 감독. 사진은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홍명보호가 첫 승리를 위한 '3전 4기'에 나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저녁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의 복병' 페루와 평가전을 치른다. 사령탑 데뷔 무대였던 동아시안컵 대회 3경기에서 2무 1패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갈증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더구나 이번 경기는 양 팀의 합의에 따라 공식 경기(3장)보다 더 많은 6장의 교체 카드가 주어진다. 홍명보 감독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선수와 전술을 시험할 수 있다.

선수들 역시 이번 경기는 중요한 기회다. 홍명보 감독은 새 시즌 개막을 앞둔 유럽파를 배려하기 위해 국내파와 일본 J리그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9월부터는 유럽파를 적극 소집하겠다는 뜻을 밝힌 터라 이번 페루전은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홍명보호, 새 얼굴 앞세워 '골 갈증' 풀까

앞선 동아시안컵에서 홍명보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3경기에서 단 1득점에 그친 골 결정력 부족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를 위해 공격진을 대거 교체했다. 최전방 공격수 김동섭은 그대로 놔두고 조동건을 발탁했다. 동아시안컵에서 기용했던 김신욱을 불러들이지 않은 것은 단조로운 롱 패스 띄우기에서 벗어나 유기적인 짧은 패스와 돌파를 앞세운 공격을 펼치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동아시안컵 호주전과 일본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1골도 넣지 못하고 돌아온 김동섭은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만큼 부담이 커졌지만 다행히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아직 살아있는 골 감각을 과시했다.

김동섭과 함께 손발을 맞출 조동건도 지난 주말 K리그 클래식에서 골을 터뜨렸다. 지난 2009년 파라과이전 이후 4년 만에 다시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 조동건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넓은 활동 반경을 자랑하며 패스 능력까지 뛰어나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이다.

홍명보 감독은 2선 공격진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동아시안컵에서 기용하지 않았던 이근호, 조찬호, 임상협 등으로 새롭게 채웠다. 특히 이근호의 활약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근호 특유의 과감한 돌파와 골 결정력, 풍부한 경험이 공격의 활로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이근호는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정작 본선 무대는 밟지 못했다. 최근 브라질월드컵 예선에서도 본선 진출권을 따내는 데 큰 힘을 보탰으나 홍명보 감독 부임 후 동아시안컵에서는 부름을 받지 못해 4년 전의 악몽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비록 페루전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의 첫 부름을 받았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많지 않다. 손흥민, 이청용, 김보경 등이 버티고 있는 대표팀의 측면 공격진은 그야말로 '무한 경쟁'이다. 이근호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조찬호와 임상협은 K리그 클래식에서의 좋은 활약을 앞세워 대표팀 입성에 성공했다. 조찬호는 축구 선수로서 키 170cm의 단신이지만 상당이 높은 득점력을 자랑하며 '포항 메시'로 불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강원전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올 시즌 9골을 터뜨리며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임상협은 이번이 생애 첫 대표팀 발탁이다.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고전했던 임상협 역시 지난 3일 경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부산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빠르고 돌파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동아시안컵 때보다 훨씬 역동적인 공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42년 만에 다시 만난 '남미의 복병' 페루

그러나 페루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동아시안컵에서 만났던 호주나 일본보다 훨씬 강하고 까다로운 팀이다. 세계랭킹이 56위 한국보다 34계단이나 높은 22위다. 한국과의 유일했던 맞대결은 1971년 페루에서 열렸던 평가전이며 당시 축구 변방이었던 한국은 0-4로 대패를 당했다.

페루의 국제적 인지도가 낮게 느껴지는 것은 1982년 스페인월드컵 이후 30년 넘도록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에 밀려 탈락 위기에 놓여있지만 아직 희망은 살아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페루는 14명의 해외파를 포함한 '정예 부대'로 한국을 방문했다.

페루의 간판스타는 세계적 명성의 노장 공격수 클라우디오 피사로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명문구단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하고 있는 피사로는 통산 353경기에서 166골을 터뜨리며 '차붐' 차범근을 넘어 분데스리가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외국인 공격수다.

헤페르손 파르판도 경계 대상이다. 한때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박지성과 함께 손발을 맞추기도 했던 파르판은 독일 샬케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페루 대표팀에서도 공격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유럽과 남미 프로축구의 거친 경쟁에서 살아남은 실력파 선수들로 구성된 페루는 남미 특유의 뛰어난 드리블과 세밀한 패스를 앞세운 축구를 펼친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의 압박 수비도 효과적으로 뚫을 수 있고 조직력과 개인기가 어우러진 다양한 공격을 선보인다.

그만큼 페루는 한국의 수비력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상대다.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합격점을 받았던 수비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김영권만 제외하고 홍정호, 김창수, 김진수 등 핵심 멤버를 다시 불러들였다. 세계적인 공격수로 무장한 페루까지 잘 막아낸다면 홍명보 감독의 고민은 한결 가벼워진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페루는 유럽파가 모두 빠진 한국보다 분명 한 수 위로 평가된다. 그렇기에 국내파의 진정한 경쟁력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다. 축구대표팀이 과연 페루를 상대로 42년 전 패배의 설욕과 함께 홍명보 감독에게 첫 승리를 선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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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한국 축구 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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