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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와 막둥이는 치열하게 물싸움을 했습니다.
 큰 아이와 막둥이는 치열하게 물싸움을 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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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폭염이 남부지방을 '가마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헉헉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할머니집에 피서를 간 아이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물놀이를 하면서 더위를 식혔습니다. 더위를 유난히 타는 막둥이는 형에게 물놀이를 하자면 졸랐습니다.

"형아는 '물총' 나는 '물 바가지!"

"형아 우리 물놀이 하자. 너무 덥다."
"난 싫은데."
"물놀이 좀 하자. 너무 덥다."
"난 물총으로 할게. 넌 무엇으로 할래?"
"난 물 바가지!"
"뭐 물 바가지?"
"그럼 게임이 안 되지."
"형아가 물총으로 한다고 했잖아."


물총과 물 바가지로 하는 물놀이... 이미 게임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큰 아이는 막둥이 '억지'를 받아들였습니다. 형은 형입니다. 막둥이 물 한 바가지에 큰 아이는 바로 물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총은 끊임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하지만, 물 바가지는 한 방입니다. 비유하자면 물총은 '소총'이고, 물 바가지는 '폭탄'입니다.

"너무 심하잖아. 난 물총이고, 넌 물 바가지니까."
"형아가 그렇게 한다고 했잖아. '형아 준비해... '물 바가지'다."
"귀에 물 들어가겠다."
"나중에 물 뺄 수 있어. 그리고 시원하잖아."
"물 한 바가지 맞으니까. 시원한 것은 맞다."


막둥이 '물 한 바가지' 화는 나지만... "시원"하다는 말 한 마디에 우애는 깊어져

막둥이 물 한 바가지에 큰 아이는 어쩔 줄 모릅니다. 막둥이는 환호했습니다. 형제 사이 물싸움은 진한 우애를 낳습니다. 막둥이 물 바가지를 화를 내기보다는 "시원"하다는 말 한 마다에 더위가 다 물러갔습니다.

막둥이 "형아는 '물총'. 나는 '물바가지'."내가 이겼다!
 막둥이 "형아는 '물총'. 나는 '물바가지'."내가 이겼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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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진짜 시원해?"
"물 한 바가지 맞았는 데 안 시원하면 이상하지."

"내가 이겼지만, 시원한 것은 형아가 더 시원하니까. 진짜 이긴 것은 형이다."
"그럼 내가 물 바가지 하고, 네가 물총 할래?"
"아니. 물 바가지는 포기 못해."


큰 아이와 막둥이 물싸움을 지켜보던 막내 동생네 막둥이가 함께 했습니다. 두 오빠도 함께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물놀이에는 일곱 살, 열세 살, 열 여섯 살이 차이가 없습니다. 물놀이를 마음껏 하는 아이들이 참 부럽습니다.

"아빠 덥죠?"
"응 더워. 막둥이는 형아하고 물싸움을 해서 시원하니 좋겠다."
"아빠, 물을 한 바가지 부을 것이니까. 보세요. 숨이 막힐 것 같지만 시원해요."

"와 정말 시원하겠다."

막둥이 '더위나기'는 물 한 바가지...."아 시원하다"

막둥이는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에 머리에 부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그 어떤 무더위도 물 바가지를 자신에 부으면서 노는 막둥이를 이길 수 없습니다.

아 시원하다. 이 시원함을 누가 알 것인가!
 아 시원하다. 이 시원함을 누가 알 것인가!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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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물 한 바가지?"
"아냐 난 됐어."

"이렇게 시원한 것을 왜 안 하세요. 아빠 옷 버릴까봐 안 하죠?"
"아니. 옷은 갈아 입으면 돼."
"그럼 물 한 바가지!"
"다음에 할게."

무더위는 물 한 바가지면 끝
 무더위는 물 한 바가지면 끝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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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 말을 듣고, 물 한 바가지를 머리에 붓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습니다. 막둥이는 자신있게 물을 자기 머리에 부었습니다. 막둥이 더위나기는 물 한 바가지로 끝입니다. 38도 무더위가 막둥이를 이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요즘 더위 때문에 힘드신 분들, 물 한 바가지 머리에 부으시면 더위는 저 만치 물러갑니다. 한바탕 신나가 놀면, 더위도 조금씩 힘을 잃어갑니다. 그럼 가을입니다.


태그:#무더위, #물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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