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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검사 하겠습니다. 가방 검사는 빨리 입장할수록 철저해진다.
▲ 물품 검사 하겠습니다. 가방 검사는 빨리 입장할수록 철저해진다.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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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다섯 시, 경기도 이천 지산리조트.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3일간의 공연을 하루 앞두고 록페스티벌(이하 록페) 캠핑족들이 줄을 서서 입장한다. 입장이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미뤄져 관객들은 이미 조금 짜증이 나 있다. 그들을 한결 더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철저한 가방 검사. 느릿느릿 지나가는 입장 행렬 가운데 한 관객의 가방에서 2리터 생수통이 나왔다. 그 안엔 물이 절반도 채 채워져 있지 않다.

"물은 1인당 500밀리리터 한 통만 반입 가능합니다"라고 진행 요원이 말하자, 그 관객은 말한다.

"1인당 500밀리리터잖아요. 우리는 네 명이라고요. 게다가 요건 반도 안 남았잖아요."
"그래도 물은 1인당 500밀리리터 한 통만 가능합니다."

관객과 진행요원의 승강이가 잠시 지속됐고, 결국 진행요원 쪽에서도 너무한 규정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내 그 관객과 일행은 통 안에서 물이 찰랑거리는 생수를 들고 입장한다.

물 많이 드세요 페스티벌 입구에 물을 많이 마시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물 많이 드세요 페스티벌 입구에 물을 많이 마시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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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전 일찍부터 록페 안내 팸플릿에 '푸드존'이라고 표시된 구역에 천막 상점들이 문을 연다. 음식물과 음료, 맥주 등을 파는 천막들이 전체 공간에서 세 군데로 나뉘어 장사진을 펼친다. 음식의 맛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양과 가격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밑동의 크기가 손바닥만한 종이 그릇에 담긴 팥빙수는 5천 원, 아랫동아리가 손바닥보다 조금 큰 종이 그릇에 담긴 메밀국수는 6천 원, 길이가 25센티미터 정도 되는 소시지는 4천 원. 대부분 음식이 가격은 비싼 반면, 양은 적었다.

또한, 록페의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생맥주는 약 330밀리리터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담겨 5천 원에 팔리고 있다. 당연히 500밀리리터 생수도 판매한다. 입장 시 생수를 한 병밖에 못 들고 들어온 관객이라면, 사 먹으면 된다. 병 당 천 원이라 마트 같은 곳보다 두세 배 비싸다. 세계보건기구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1.5~2리터의 물을 마시길 권장한다.

그런데 이는 대한민국 록페에서라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산에서 열린 록페보다 일주일 일찍 안산에서 열린 록페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김현우(32세, 서울)씨는 푸드존에서 파는 음식들이 비싼 반면, 맛은 없고 양도 적다고 말한다.

"그래서 겨우 골라 먹은 게, 오코노미야키와 타코야키 세트였어요. 먹거리가 시원찮으니 노는 데 지장이 오잖아요. 1년 묵은 스트레스 록페와서 푸는데, 배는 고픈데 음식 맛없고, 비싸고 하면 짜증나죠."

오코노미야키 생각만큼 크지 않다
▲ 오코노미야키 생각만큼 크지 않다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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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먹은 오코노미야키는 그 지름이 나무젓가락 절반 정도였다(오코노미야키는 사진에 등장하는 동그란 모양의 일본 음식). 가격은 8000원이었다.

"그리고 술도,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들 보면서 맥주 몇 잔 정도는 하고 싶은 게 누구나의 마음일 텐데, 그게 또 재밌게 노는 거고요. 안산에서는 맥주를 조그만 잔에 담아서 3~4천 원에 팔았어요. 사실, 록페랑 공연장은 다르거든요. 그니까, 남들한테 피해 주지 않는 범위에서 마음껏 놀아볼 수 있는 거고요. 그래서, 정도가 심하면 좀 그렇지만, 술 먹고 좀 취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 같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에게, 잔 맥주 가격은 역시 부담이 되더라고요." 

우리나라 록페의 먹을거리와 마실거리 반입 금지, 최선인가요?

록페스티벌을 운영하는 쪽에서는 관객들이 음식물을 반입할 경우, 그로 인해 쓰레기 발생량이 늘어나고, 외부 음식물 탓에 관객의 위생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 하나, 술 병 등이 반입될 경우 관객이 던질 우려가 있어 공연에 방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환경과 건강,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 주최 측이 최대한으로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하다.

매년 국내외 록페를 즐기는 다음 영국팝 카페의 한 운영자(카페 닉네임 SUNshine)는 음식과 음료를 반입하지 못하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다.

"저는 그런 제한이 필요하다고 봐요. 술병이나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는 록페라면 가기 싫을 것 같네요. 그리고 공연장 안전을 위해서도 술 취한 사람 넘쳐나고 그러면 분명 안 되죠. 그래도 우리나라 록페의 음식 질이 너무 낮은 점은 아쉬워요. 맛이나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도 사실이고요. 특히 문제는 그저 잘 팔릴 것 같은 음식만 파는 것도 문제죠. 2011년에 갔던 세르비아 엑시트 페스티벌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벤더가 따로 있었어요. 친구 중에 한 명이 채식주의자였는데, 꽤나 만족했었죠."

또한, 최지련(28세, 서울)씨는 캠핑족 입장에서 말한다. 그녀 역시 해외 록페에 관객으로 참가한 경험이 있다.

"저도 공연장에서 먹을 거, 마실 거 제한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캠핑하는 사람에게까지 물품 반입 제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올 여름에 다녀온 벨기에에서 열린 록베르히터(RockWerchter)페스티벌에서는 공연장 안으로의 물품반입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안 되지만, 캠핑장 안으로의 물품 반입에는 제한을 두지 않아요. 캠핑장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상관없고, 술도 유리병에 담긴 종류만 아니면 누구나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록페에서는 캠핑하는 사람들에게도 먹을 걸 반입 못하게 하잖아요. 이건 정말 불합리하다고 봐요. 푸드 존이 스물네 시간 열려 있는 것도 아니고, 캠핑하는 사람 배고프면 어떻게 할 건가요? 주최하는 사람들이 밥차라도 불러 주나요? 우리나라 록페의 캠핑권 가격이 3일에 보통 1만5천 원 정도 하는데, 뭐랄까 우리나라 록페에서는 캠핑권에 딸린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저 텐트 치고 잠자는 게 캠핑이 아니잖아요."

반면, 전원배(26세, 대구)씨는 대부분의 록페가 상업논리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게 다 주최 측의 돈벌이에 불과하다고 봐요. 음식이나 음료 파는 사람이랑 주최하는 측이랑 어떻게 계약관계를 맺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벤더들이 꽤 큰 돈을 주고 입점한다고 알고 있어요. 예전에 록페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거든요. 록페 주최 쪽이든 뭘 파는 사람들이든,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면 자기들 돈벌이가 주니까 절대 허용 못하는 거죠. 사실, 일인당 반입 양을 정해 놓거나, 쓰레기 처리 규정 뭐 그런 걸 확실히 하면 환경이나 공연 진행에 있어서 별 문제가 없을 텐데, 결코 반입을 허용하지 않죠. 저 같은 경우는 매번 몰래 반입하는데, 실패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몰래 반입에 성공한 사람들 보면서 부러워하곤 하죠."

국내 록페의 입점업체와 주최 측의 거래 관계에는 장막에 가려 있다. 2011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 입점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200만 원대의 입점비를 냈고, 매출의 20%를 당시 주최 측인 CJ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당시 CJ는 관객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요량으로 록페스티벌 내의 모든 결제를 티머니 카드로 하게 했는데, 이는 입점 업체들의 매출량 파악에 요긴했다. 반면, 미처 티머니 카드를 준비하지 못한 관객들은 3천 원짜리 카드를 사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올해도, 안산으로 옮긴 CJ의 록페스티벌에서는 티머니 카드가 결제 수단으로 사용됐다. 한편, 올해 열린 지산월드록페스티벌 주최 측은 입점 업체에게서 가스비와 천막비 등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의 권리는 무시되어도 좋은가

록페스티벌을 여는 데에는 많은 돈이 든다. 그만큼, 주최하는 회사는 이익에 신경을 써야 하고 이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 곧 관객의 권리가 무시당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소비자 기본법 4조 3항은 소비자에게 '물품 등을 사용함에 있어서 거래상대방·구입장소·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3조 4항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정의하고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러한 법률에 기초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시정 조치 사례를 살펴보면, 록페스티벌에 음식 반입을 허용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2008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의 복합상영관이 외부 음식물 반입을 불합리하게 제한하는지를 조사하고 자진해서 시정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당시 한 복합상영관은 고객 안전을 이유로, 뜨거운 커피와 아이스크림의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가, 공정위의 조치로 두 항목의 반입을 허용했다.

또한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한 골프장은 쾌적한 환경 유지 등의 명목으로 이용객들에게 음식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 골프장은 음식반입이 적발된 회원들에게 벌점을 부과 일정 기간 부킹을 허용하지 않기도 했다. 2009년, 공정위의 조사 결과 이곳의 음식 값은 시중보다 세 배 정도 비싼 걸로 드러났다. 이후 공정위 시정조치로, 쾌적한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곳에서의 음식 반입은 허용됐다.

그리고 2011년 코엑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시정 조치를 받았다. 당시 코엑스는 컨벤션센터 안의 회의실을 임차하는 이가 '회의실 운영규정'과 '회의실 이용관련 안내서'에 따라 회의장내 식음료의 반입을 금지하고, 필요시 코엑스 측이 지정한 업체만 이용할 것을 강제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이러한 규정이 회의실 임차인의 임차 목적 달성을 위한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고, 코엑스의 영업이익만을 위한 불합리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모든 록페가 다 그럴까?

전원배씨는 여름에 열리는 몇몇 대형 록페스티벌이 유독 상업적이라고 말한다.

"보통, 음식 반입 이야기하면, 걔네도 돈 벌어야 할 거 아니냐고 말하는데, 적당히 벌려고 하는 거면 이해를 하죠, 그런데 관객들 주머니에서 뽕을 뽑아버리려는 게 문제죠. 매년 한강 난지지구에서 열리는 '그린플러그드페스티벌'에서는 음식이나 음료 반입을 허용해요. 올해 거기에 갔는데, 도시락 사 가고, 맥주도 몇 캔 가져갔죠. 쓰레기 넘쳐날 것 같지만, 쓰레기통 많이 두니까 꼭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현장에서 사먹을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많이 싸오지도 않고요. 게다가 그때 판 맥주가 이번에 안산에서 판 거랑 같은 종류로 기억하는데, 가격은 2천원 밖에 안했어요. 친환경페스티벌이라 맥주는 관객이 가져온 텀블러에 맞춰서 따라줬는데, 양이 괜찮았어요. 또 부산 록페는 어떤데요? 맥주든 음식이든 정말 싸고 맛있거든요. 거기는 돈 벌려고 하는 록페가 아니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거 같아요."

베르히터에서 먹은 음식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 베르히터에서 먹은 음식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 최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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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베르히터페스티벌에 다녀온 최지련씨는 유럽에서의 록페도 상업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한국만큼은 아니라고 했다.

"벨기에에서 깜짝 놀란 것은 공연장 내부에서 파는 맥주 때문에 우선 놀랐어요. 너무 작고 비쌌거든요. 200밀리리터 정도 되는 잔에 담긴 맥주가 2.5유로(한화로 약 3600원)여서, 이건 뭐 한국보다 더 하다고 생각했죠. 근데 또 놀란 건, 공연장 내부에서 파는 음식이 꽤 맛있고, 결코 비싸지 않았다는 거예요. 요리 하나 당 7~8유로 정도 했는데 그곳 시중가랑 거의 비슷한 정도였고, 혼자서는 절대 먹을 수 없는 양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또 놀란 건, 버려진 맥주잔을 스무 개 모아오면 한 잔을 공짜로 주는 제도였어요. 페스티벌 첫날 헤드라이너였던 그린데이(Greenday 미국 출신의 록밴드)의 공연 때도 맥주잔을 줍고 있는 사람들 봤는데, 이건 뭐, 공연을 보러 온 건지, 맥주잔을 주우러 온 건지 했다니까요. 그래도 공연장이 좀 깨끗해진다는 생각도 들고, 돈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까 그런 건 참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죠."

글라스톤베리 롤링스톤즈 50주년 공연을 마치고 피라미드 스테이지 인근에 모여 여흥을 즐기는 관객들, 우리나라 록페가 대부분 금지하는 깃발은 글라스톤베리에서는 여전히 허용된다.
▲ 글라스톤베리 롤링스톤즈 50주년 공연을 마치고 피라미드 스테이지 인근에 모여 여흥을 즐기는 관객들, 우리나라 록페가 대부분 금지하는 깃발은 글라스톤베리에서는 여전히 허용된다.
ⓒ 양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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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양승석(30세·제주)씨는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을 넘어, 록페라면 글라스톤베리페스티벌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2009년 글라스톤베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고, 올해는 관객으로 참가했다.                 

"4년 만에 글라스톤베리를 다시 찾았는데, 변한 게 없더라고요. 머릿속에서 아름답게 그려왔던 록페, 그야말로 록페스티벌 그 자체였습니다. 글라스톤베리가 대단한 건, 관객을 단순한 컨슈머가 아닌 프로슈머로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서 관객은 단순히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지 않습니다. 음악 외적으로도 여러 문화를 관객이 즐기고 형성합니다. 글라스톤베리에서 마주한 수많은 (음악가가 아닌 개별적인) 퍼포머들과 자연보호나 인권과 관련한 캠패인 부스들  등, 그 안에서 세계인이 음악을 동기로 만나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 그게 아마도 진정한 록페 아닌가 싶습니다. 그에 비하면 국내의 록페는 너무 부족하죠. 이미 입구에서 모든 게 다 제지당하는 현실에서, 관객에게 어떤 적극성과 능동성을 요구하긴 힘들죠. 관객은 이미 수동적이 존재가 되어 있고, 록페는 그저 야외 공연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죠."

박현복(31세 구리)씨는 십대 시절부터 인디록 팬으로서 홍대를 배회한, 그리고 국내 록페의 역사를 몸과 머리로 기억하고 있는 열혈 록팬이다. 올해 글라스톤베리를 다녀온 그는 '관객'의 힘을 말한다.

"국내의 록페의 문제를 지적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딱 하나만 당장에 고치라고 한다면 가방 검사 좀 안했으면 하는 거예요. 록페에 오는 사람들 대부부인 일상에서의 탈출이나 어떤 자유, 그런 것들을 원해서 오는데, 가방 검사를 하는 순간, 뭔가 이건 또 통제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란 말이죠. 근데 이건 바뀌기 힘들 것 같아요. 이런 데에 문제의식을 갖는 관객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한국 록페스티벌은 이미 자본 논리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저 팔릴 만한, 최대한 많은 관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형태로 라인업이 짜인 지 오래입니다. '록페' 자체를 즐기러 오는 관객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몇몇 뮤지션들만을 즐기러 오는 관객들이 이미 다수가 된 거죠. 곧 '록페'라기보단, 그저 '페'인 거죠.

물론 이러한 생각이 지나치게 '빠' 중심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할 사람도 있겠지만, 홍대 인디록은 한 없이 죽어가는 반면, 대규모 록페만 살아나는 지금의 현실에서, 과연 이게 '빠'만의 생각인지 되묻고 싶네요. 그러니까, 음악 공연 시장 특히 '록'자가 들어간 공연 시장이 커지는데, 그 원류라고 할 수 있는 홍대 공연장에 파리가 날리는 현실. 말하자면 '록'자 뺏어가서 '록페'로 만든 다음, 장사하는 게 지금의 현실인 겁니다. 이런 현실에서 관객층은 수동적인 소비층이 될 뿐이고, 앞으로 록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글라스톤베리에서 올해 티켓을 끊을 때, 메일이 왔었어요. 그동안 유지해왔던 술, 음식물 무제한 반입을 제한한다고요. 물론, 전면 제한은 아니고, 자기가 손이나 가방에 들고 올 수 있을 정도만 허용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흔히 우리가 '구르마'라고 부르는 거,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건데, 당연히 '관객'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죠(어쩌면 그 메일을 가만히 무시했고요.). 그래서 저는 글라스톤베리에서 세계 모든 종류의 '구르마'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객의 힘이 생겨나야 하는데 말이죠."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번 보도된 대로, 올해 국내 록페의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외국 뮤지션이 참가하는 록페만 해도 십여 개에 이른다.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외국 뮤지션들에게 한국은 한번 공연하고 돈 좀 챙겨가는 나라라는 인식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어느 곳보다 열정적인 팬들을 만나는 곳으로 자리바꿈하고 있다.

또한 국내 뮤지션들에게도, 록페는 닫힌 공연장에 벗어나 음악을 통해 자유를 만끽하고, 팬들로 하여금 자유를 만끽케 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팬들에게는 어떤가, 록페는 1년 치 스트레스를 음악과 자연을 통한 일상에서의 탈출로 풀어보려는 문화 공간이 되고 있다. 이 거대한 맞물림의 중심, 록페스티벌은 과연 그 본연에 충실하고 있을까.


#록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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