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메가폰을 잡은 김병우 감독은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두고 "예상 이상이다"고 밝혔다. 한 인물이 한정된 공간에서 이끌어가는 이야기인 탓에, 김 감독은 시도 자체에 의미를 뒀다고 털어놨다. "100만 명만 들어도 잘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아해 줘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스릴러 도전한 이유는? "코미디나 멜로는 자신 없어"

<더 테러 라이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윤영화(하정우 분)가 이끌어간다. 윤영화는 잘나가던 마감뉴스 앵커에서 라디오로 밀려난 인물. 청취자인 줄 알고 전화통화를 했던 이가 테러범이었고, 이 통화를 '특종'으로 생중계하며 부활을 꿈꾼다. 이 영화를 구상하던 순간부터 연출자인 김병우 감독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물음표'가 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한국 스릴러 영화보다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가장 큰 질문이었다. 기존의 영화와 비슷한 선상에서 시작한다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비슷한 재미, 장면, 소재를 피하고 다른 방향으로 새롭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신인으로 상업영화 데뷔작을 만드는 건데 신인만이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하필 스릴러였느냐고? 개인적인 취향이다. 내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향이나 색깔이 스릴러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영화<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스릴러를 좋아한다기보다 소질이 없는 장르가 분명히 있다"고 밝힌 김병우 감독은 "코미디 영화나 멜로는 자신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어 김병우 감독은 "테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통해 소통의 문제를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더 테러 라이브>가 약간은 능글맞기까지 한, 여유로운 윤영화로 시작해 점차 테러범과 그의 대결로 비치기를 의도했다.

하정우 감정변화 그래프 직접 보니...'꼼꼼함의 결정체' 

하정우는 제작보고회 당시 "김병우 감독이 인물의 감정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줬다"면서 "만만치 않겠다 싶었지만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이 그래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프에는 감정 변화뿐만 아니라 각 포인트의 목표까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그래프는 극히 일부였다. 김 감독은 촬영 전, 스태프들에게 10장짜리 문서를 안겼다. 일명 '슈팅 매뉴얼'이었다.  

"성격이 꼼꼼한 편이다. 또 준비를 오래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10페이지의 '슈팅 매뉴얼'은 감정 변화 그래프를 조금 더 세분화한 것이다. 22개의 시퀀스로 이뤄졌는데 촬영 콘셉트나 느낌이 세부적으로 기술되어 있고, 각 시퀀스마다 카메라가 위치해야 하는 자리 등을 담아 전달했다. 스스로도 정리할 겸 이 매뉴얼을 만들게 됐다. 현장에서 논의하면서 찍을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훨씬 면밀히 했다. "   

  영화<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김병우 감독은 한정된 공간에서도 끝없이 변화하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라디오 방송이 TV 생중계로 탈바꿈할 때, 배경은 계속 달라진다. 공간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자체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스웨터 차림이었다가 이를 벗고 넥타이를 매는가 하면, 헤어스타일도 점차 헝클어진다. 김 감독은 "제한적인 요소 안에서 최대한 줄 수 있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미래를 걸었던 청년, 10년 만에 내놓은 이 작품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김병우 감독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쾌감 때문에" 영화에 빠졌다. 어린 시절, 영화에 대한 특별한 감흥이 없었던 이 소년은 대학교 2학년 무렵 첫 번째 장편 영화를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 후 딱 10년. <더 테러 라이브>를 내놓은 그는 "혼자서 고민의 시간을 보내는 과정과 이것이 만들어졌을 때의 피드백 등이 매력적이다"고 했다.

 영화<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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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지 며칠 안 됐다"고 쑥스러워했지만, <더 테러 라이브>의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김 감독은 "외적으로는 운이 참 좋았다"면서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영화의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 제작사 이춘연 씨네2000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병우 감독은 지금도 영화 촬영 전, 결의를 다졌던 글을 보면서 그때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반짝였던 것들이 점차 퇴색하고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끝까지 지킨다는 게 중요하지 않나. 감독은 3~4년 후 관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측하고 영화를 준비한다. 그런데 <더 테러 라이브>를 향한 반응을 보니, 관객들은 이미 많은 콘텐츠를 흡수하며 속도감 빠른 영화를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영화<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김병우 감독 더 테러 라이브 하정우 설국열차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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