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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합군총사령관 미 육군 대장 마크 W.클라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팽덕회
- <DMZ: 남과 북, 그 어느 곳의 영토도 아닌 땅>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승만'은 없었다. 분명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이 3년 1개월, 1128일 동안 엄청난 피를 뿌린 전쟁을 휴전하는 '정전 협정문'을 조인하는 데 당사자로 참석해야 할 대한민국은 없었다. 북한 김일성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새겨넣었는데, 대한민국 이승만 이름은 아무리 눈을 닦고 보고 또 봐도 없었다.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2km씩 후퇴함으로써 적대 군대 간에 한 개의 비무장 지대를 설정한다. 이를 완충 지대로 함으로써 적대 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 - <한국전쟁 정전 협정문 제1조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자기 땅에서 일어난 전쟁을 마무리(종전이 아닌 휴전)하는데 참여조차 하지 못한 비극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DMZ(Demilitarized Zone)'에 동서길이 155마일(248㎞)이며, 세계 어느 지역보다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이다. 60년 동안 작은 충돌은 있었지만, 국지전같은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방문 기간에 이곳을 평화공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사실대로 되면 이 보다 더 좋은 평화가 없다.

대통령만 아니라 가수들도 DMZ에 평화가 깃들기 바란다. 지난 3일, 경기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는 가수 김장훈씨가 연출을 맡은 '경기도 DMZ 세계평화콘서트'(이하 '평화콘서트')가 열렸다. 평화콘서트에는 f(x)·걸스데이·에일리·비스트·케이헌터·디스보이즈(샘 해밍턴·조원석)·최민수&밴드 36.5·Luv(일본그룹)와 배우 안성기 등 각양각색의 출연진들이 참여했다(관련기사 : 총감독 김장훈, 그가 말하고 싶었던 '평화'란?).

과연 이들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질까? 책 한 권을 손에 들었다. <DMZ: 남과 북, 그 어느 곳의 영토도 아닌 땅>(글과생각)이다.

1953년 7월 그날, 포연이 멈춘 그날 대성동에는 정희연과 최재성 그리고 김순희가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었다. 밤이 지나면 희연과 재성은 대성동을 떠날 것이고, 옆마을인 기정리에 사는 순희는 남아야 한다.

순희는 "미루나무에 1년에 하나씩 노란 손수건을 묶어둘게. 나중에 잊지 말고 꼭 돌아와"라고 희연과 재성에 다짐을 받는다. 둘다 "약속"한다.

"지금도 전쟁은 끝난 게 아닙니다"

<DMZ: 남과 북, 그 어느 곳의 영토도 아닌 땅>
 <DMZ: 남과 북, 그 어느 곳의 영토도 아닌 땅>
ⓒ 글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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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둘은 떠났다. 희연이 대성동을 떠난 이유는 "서로 끝없이 죽고 죽이는 이 땅이 싫습니다. 아버지, 지금도 전쟁이 끝난게 아니잖습니까?"였고,  판문점 주둔 미군 부대 '하우스보이'(심부름꾼)가 되었던 고아 최재성도 정전협정에 참여했던 미국 장교를 따라 미국으로 떠난다.

순희가 약속을 했지만, 에티오피아로 간 정희연은 "거기에 노란 손수건이 걸렸는지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재성이랑 순희가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조국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간다. 그에게는 열세살배기 아들 재민이 있다. 재민은 아버지 고향이 "한국 대성리 마을"임을 안다.

미국으로 떠난 하우스보이 최재성은 '데니스 퍼시벌'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정보국(NSA) 요원이 된다. 1968년 1월 일어난 '푸에블로호 사건' 때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국가정보국 정보력은 에티오피아에 있는 대성동 마을 시절의 은인 정희연 존재를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희연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희연 부인인 이미현과 재민이 빈민가에 살고 있었다. 재성은 익명으로 이들을 후원한다. 한국계이지만, 그는 미국 가장 고급 정보를 다루는 위치에 있었다.

국가정보국에서 퇴직한 후, 아버지 유언(아버지 퍼시벌은 "판문점이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묻아달라"고 했다)을 따르기 위해 판문점 인근에 유품이라도 묻고 싶었지만, 인가가 나지 않았다.

허가가 나기까지는 60년이 걸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때 맞춰 참전 용사 자격이다. 하지만 60년 전 희연과 순희와 함께 약속했던 '노란손수건'은 걸려 있지 않았다. 희연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순희는 북녘 하늘 아래에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차도 모른다.

60년 동안 포연은 멈췄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성 후원으로 재민은 베트남 하노이 공과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할 정도로 탁월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된다. 그런데 재민은 '라이거'라는 해커로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정부 기관 사이버 공간을 자기 집 안방인양 돌아다닌다. 이를 알아챈 북한 정찰국 사이버 전쟁 지도국인 121국 총책임자인 이정재는  재민에게 접근해 오바마가 비무장 지대를 방문할 때 암살을 부탁한다.

"이번에 우리를 도와주시면, 당신을 북조선에 초청하여 혁명 전사 표창을 드리고, 당신 이복형님들의 유가족들과 북조선에 살아 계신 외할머니가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겠소."(119쪽)

북녘 땅 기정동 참나무에 한 할머니가 매단 '노란 손수건'

참 기구한 삶이요, 현실이다. 60년 전 그 참혹한 전쟁을 뒤로하고 평화를 바라며 떠났다. 돌아온 조국 DMZ는 평화는커녕, 지구상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에 가장 높은 곳이다. 그리고 60년 전 그 날 희연을 떠올리며 재연을 후원했는데 비록 현실이 아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오바마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는 모습은 아직도 60년 전 그날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재민은 오바마를 암살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만, 마지막 "자네 아버지의 친구인 날 믿게나"라는 재성 말 한 마디에 EMP폭탄이 든 배낭을 개천으로 던졌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북녘 마을인 기정동에 한 할머니가 노란손수건을 참나무에 매다는 모습이 재성의 눈에 들어왔다. 그 할머니는 순희가 틀림없었다. 재성과 재민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 때 '탕' 하는 총소리에 재민이 가슴을 움켜지며 쓰러졌다. DMZ는 또 다시 총성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DMZ 평화는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60년 동안 노란 손수건을 매단 김순희 할머니를 기억하자. DMZ곳곳에 노란 손수건를 매달자. 평화는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주원 지음 | 글과생각 펴냄 ㅣ 14000원



DMZ - 남과 북, 그 어느 곳의 영토도 아닌 땅

김주원 지음, 글과생각(2013)


태그:#DMZ, #노란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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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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