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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급증하면서 귀농(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그 일을 그만두고 농사를 지으려고 농촌으로 감)을 통해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귀농은 1만1220가구, 귀촌(농촌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옴)은 1만5788가구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들이 농촌 문화에 어울려 사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가운데 도시와 농촌의 환경차이에 따른 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의 하나로 '정원'이 떠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부응해 지난 30일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산림청과 귀농귀촌진흥회가 공동으로 성공적인 귀농·귀촌 정착을 위한 '마을 공동체 정원 조성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마을 공동체 정원 조성방향 세미나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 정원 조성방향 세미나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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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활성화 시켜야... 1인 도시숲 면적 7.95㎡

이번 세미나에서는 최근 도시민의 안정적인 농어촌 정착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마을공동체 정원(Community Garden)'의 역할을 조명하고 공동체 정원 조성 가이드 라인 등을 논의했다. 

산림청 신원섭 청장은 "흔히 정원은 유럽의 가든(Garden)을 떠올리지만 정원은 우리 생활양식의 일부로 함께해 왔다"며 "선조들은 마을의 온도·바람 등을 고려해 마을 숲을 조성했고 이를 주민들과의 소통공간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세미나가 정원 문화를 활성화시켜 귀농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그래도 최근 도심의 빌딩숲에 둘러싸인 사람들 사이에서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순천에서 개최되고 있는 국제정원박람회에 다녀간 사람이 60일 만에 200만 명을 돌파해 그 관심을 대변했다. 이는 하루 평균 3만 3360명 꼴로 다녀간 셈이다.

도시생활환경의 악화로 도시 내 녹색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나라 1인당 도시숲 면적은 7.95㎡로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수준인 9㎡의 8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이강오 처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도심에서는 마을공동체 정원(Community Garden·커뮤니티 가든)에 대한 목적이 생기고 있다"며 "더불어 사는 마을살이의 필요성과 마을공동체의 복원 등이 그 동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NGO 단체인 서울그린트러스트는 2007년부터 서울시와 함께 '우리 동네 숲' 조성 프로젝트를 실시해 오고 있다. 1년에 2~3개씩 조성해 현재 시내 25곳에 정원이 조성됐고 해당 지역은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시골은 조금 입장이 다르다. 실제 소유한 논밭이 많아, 여기에 정원 들어서면 꽃·나무 등을 가꾸는 작업을 강압적으로 시키기에는 한계점이 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이강오 처장
 서울그린트러스트 이강오 처장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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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장은 "자발적으로 사업이 되려면 시골에 살던 사람들과 도시에서 온 사람들 간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며 "또 마을공동체 정원이 세워지는 건 쉽지만 유지하기는 어려운 만큼 산림청의 프로젝트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마을 정원(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이 활성화 돼 있는 나라다. 여기서 필요한 첫 번째 지침은 '당신은 정말 가든이 필요한가'이다. 즉 꼭 필요한 사람이나서야 하고 '어떤 효과를 얻을 것인가'와 같은 뚜렷한 목적도 있어야 자발적으로 정원 조성에 나서데 된다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의 토론자로 나선 한겨레신문 조홍섭 국장(환경전문기자)은 "마을 정원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개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이는 지역마다 문화·경제·사회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마을공동체 정원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사람의 몫이 중요한 만큼, '어떤 사람들이 왜 이것을 지어야 할 것인가'와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질문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 공동체 정원을 하는 것은 좋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번 세미나를 산림청이 주최하긴 했지만 현재 이 '정원' 부문을 담당하는 정부기관도 없고, 법적으로 정해진 것도 없는 상태다. 서울그린트러스트와 같은 NGO들의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원은 산림청에서 '수목원'이란 명칭으로 두 곳이 등록돼 있을 뿐 정원을 따로 관리라는 기관도 없다. 유럽·미국·일본 등의 정원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되기를 바라면서도 부처 간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정책도 백지상태다. 그나마 산림청에서 수목원법에 근거해 가드너(gardener·정원을 가꾸는 사람) 양성을 일부 시행하고 있긴 하다.

산림청 최병암 산림환경보호과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정원의 범위와 개념이 모호하다"며 "한국 정원에 대한 표준화 및 기술 체계 정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나뭇잎에 빗소리 떨어지는 소리 즐겼던 조선시대

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정원이 많았다. 하지만 6.25전쟁을 겪으면서 토지가 훼손됐고 근대화를 거쳐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경제는 급성장을 이뤘지만 도시는 물론이고 농촌에도 우리나라다운 '정원'은 보기 힘들어 졌다.

사극이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상을 떠올려보면, 유유히 흐르는 강 옆에 정자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버드나무와 같은 여러 나무들이 있다. 선비들은 정자에 앉아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찻잔을 기울였고, 솔잎 사이를 가르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사유하고 자신의 안을 살폈다.

국립수목원 진혜영 박사는 "조선시대 정원은 상징성과 기능성을 지닌 나무들이 주로 식재됐었다"고 설명했다.

대나무는 곧게 자라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상징했는데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과 함께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벽오동은 비가 내릴 때 잎이 울리는 소리경관을 듣기 위해 식재됐다고 한다. 파초 또한 잎에 빗물이 떨어지면서 울림이 있었는데 넓고 큰 잎은 부귀를 상징하는 의미도 있었다.

유럽은 1950년부터 정원박람회, 플라워쇼 등이 개최돼 왔고 이제는 생활문화로 정착했다. 영국에는 3700개의 정원이 등록돼 있을 정도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이웃나라 일본은 1990년대 중반 가드닝 붐이 일어 원예인구가 37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 돼 있다. 이렇다 보니 정원 문화가 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산림청 최병암 산림보호과장이 발제하고 있다
 산림청 최병암 산림보호과장이 발제하고 있다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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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정원의 선례 및 조성사례'를 발표한 오가든스 오경아 대표는 "동양과 서양 모두 자연과 정원에 대한 갈증은 다를 바 없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스포츠나 영화 같은 동적인 문화의 가치가 커지면서 정적인 문화가 소외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럽의 경우는 우리가 잊고 지낸 가치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를 오랜 시간 보존해온 결과 정원 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정원은 이제 자연에 대한 갈증과 결핍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미래가 요구하는 문화인 셈이다.

유럽 정원의 표본으로 알려진 베르사유 정원은 베류사유 궁전 뒤편에 조성돼 있다. 한편에는 프랑스 농촌을 고스란히 담아낸 농가와 텃밭이 있다. 베르사유 정원에 농작물을 기르는 공간이 조성된 건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자연적인 생활을 유별나게 좋아했기 때문이다. 왕실 생활에 답답함을 느낄 때면 왕비는 베르사유 정원에 마련된 텃밭에서 농작물을 가꿨다고 한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 조경학과 조경진 교수는 "마을공동체 정원이 소통의 장이 돼 귀농귀촌 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도 정원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며 "마을공동체 정원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국가가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마을공동체 정원, #산림청, #귀농귀촌, #정원, #마을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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