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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동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과 중국 요동대학교 한반도연구센터는 7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중국 요녕성 단동시에서 '동북아지역 국제관계 전망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 '압록강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압록강포럼에는 인천대학교, 경인여자대학교, 인천지역 기업,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와 요동대학교, 연변대학교, 상해국제문제연구원, 요녕성사회과학원, 단동지역 기업 관계자, 그리고 일본경제연구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나흘간 남북 경협과 개성공단, 북-중 경협과 남-북-중 경협, 동북아 협력과 북핵문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중국의 대외정책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동북아시아 지역 평화 증진과 경제 번영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중국의 한반도정책과 북-중 경협에 대한 전망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압록강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을 엮어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 - 기자 주

화물차들이 북한 신의주에서 압록강철교를 넘어 중국 단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압록강철교 바로위가 위화도경제특구다. 압록강철교는 기차가 함께 다니는 교량으로 화물차는 현재 20톤이하로 제한하고, 속도 역시 10km/h를 넘지 못하지만, 내년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물량과 물류속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압록강철교 화물차들이 북한 신의주에서 압록강철교를 넘어 중국 단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압록강철교 바로위가 위화도경제특구다. 압록강철교는 기차가 함께 다니는 교량으로 화물차는 현재 20톤이하로 제한하고, 속도 역시 10km/h를 넘지 못하지만, 내년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물량과 물류속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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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세 번 진행하는 동안 개성공단도 세 번의 위기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압록강포럼에서 '북 핵실험과 개성공단의 미래'를 주제로 지난 과정을 설명했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것은 2006년 7월 미사일을 발사한 뒤인 10월이었고, 2차는 2009년 4월 5일 장거리미사일 발사 후 5월 25일에 실시한 지하 핵실험이었다. 3차 핵실험은 2012년 12일 미사일 발사 후 이듬해 2월 12일 실시했다.

북한은 먼저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뒤 두세 달 후 핵실험을 했다. 이준한 교수는 "북한이 세 차례 진행한 핵실험에는 유사점이 있다.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뒤 유엔이 이를 제재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답변으로 핵실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차 핵실험 당시에는 미국이 경제적 보상을 한 뒤 핵개발이 멈췄는데, 오바마 대통령 당선 후 외교적, 경제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중국의 입장도 후진타오 체제 때는 북의 핵개발을 용인했으나, 시진핑 체제에 들어서는 용인하지 않는 것으로 선회했다"며 "세 번의 핵실험은 3~4년 주기로 진행됐는데, 북한이 향후 자신들이 처한 외교적 환경에 따라 3~4년 안에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추가로 진행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북 핵실험이 세 번 진행되는 동안 개성공단에도 크게 세 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1차 위기는 2008년 12월 1일, 북한이 개성공단 상주 인원과 통행을 통제한 사건이다. 당시 위기는 8개월 동안 지속됐다. 북한은 당시 현대아산 직원이 북한 지도부를 비방했다며 억류했고, 결국 현정은 회장이 방문해 해결했다.

2차 위기는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사건 때 발생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을 피격했다며 이에 대한 제재조치로 5·24조치를 실시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불편이 지속되자, 1년 후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정부한테 5·24조치에서 개성공단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풀렸다.

개성공단의 3차 위기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문제를 삼자, 2013년 4월 8일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개성공단 내 북한 인력 철수를 명령한 뒤 실행에 옮기면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준한 교수는 "3차 위기는 북한의 핵실험에서 비롯됐는데, 과거 위기 때 해결 방식은 현정은 회장 방문, 홍준표 여당 대표 방문 등으로 해결방법을 찾았다. 해결 기간은 1차 위기 때 8개월, 2차 위기 때는 18개월이 걸렸다"며 "3차 위기를 해결할 때도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본다. 아울러 지난 사례에 비춰보면, 당 대표급 인사가 (북한을) 방문해야 해결되지 않겠냐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다만 1, 2차 위기와 달리 지금은 북한도 개성공단 위기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지 않으면 북한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며 "지난 위기 때보다 이른 기간에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북핵 위협을 느끼나"

압록강포럼에 참가한 중국 쪽 교수와 연구원들도 북핵문제와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최근 발생한 개성공단 사태는 북한이 진행한 핵실험과 연결돼 있어 더욱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장동명 요녕대학교 한국학연구센터 주임교수는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중국 학자들의 시각은 한국과 약간 다르다. 차이가 있다. 우리는 북한이 체제 보장 메커니즘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국가안전 보장문제다. 이 지점에서 북한이 양보할 수 있는 게 없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남한이 북한과 계속 경제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인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달지강 흑룡강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 소장 또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해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 입장에선 핵실험이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북한이 핵을 발전시키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전보다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위협적인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는데, 한국은 북핵 위협을 느끼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김철 요녕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 소장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에 있다. 핵을 포기하고 평화를 추구하길 바란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비핵화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북한의 극단적인 행각을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의 핵은 중국에도 위협이다.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북한의 책임만 추궁하고 북한의 국가안전문제는 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준한 교수는 "북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장거리미사일이 미국에 날아가면 일본을 지나니 일본은 두려운 것이고, 미국은 이를 방어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고 하면 일본도 나설 것이고 그러면 핵 질서가 무너지게 되는데, 미국은 이게 제일 두려운 것이다. 한국 정치권도 이를 두려워한다. 중국도, 일본이 핵을 개발하거나 미국이 한반도를 겨냥한 미사일을 개발하면 중국이 사정권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정치인들이 할 일은 국제관계 속에서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게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윤호 경인여대 교수는 "6자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선(先) 핵 폐기를 주장하는 입장과 북한이 국가안전을 보장받고자 하는 입장의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가정 속에 이라크를 침략했다. 그런데 결과는 없었다. 이라크 입장에서는 비무장 상태에서 침략을 당한 것인데, 이 지점에서 북한은 학습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북-미관계 정상화 후 핵 폐기로 입장을 정리했을 것"이라며 "미국은 여전히 선 핵 폐기, 후(後) 관계 정상화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북-미 간 입장 차이가 극복되지 않으면 북핵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국에 새 공장 설립

윤호 교수는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개성공단은 원래 북한의 강한 군부대가 배치돼있던 곳인데, 군부대 대신 공단이 설립됐다. 남북이 공존할 수 있는 공단이 들어섰다는 것 자체만으로 남북 간 긴장을 완화했고 평화통일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은 존속해야한다"고 한 뒤 "한국 기업들이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중국을 비롯해 여러 외국에 많이 진출했는데, 기업 환경이나 문화의 차이, 언어의 차이로 실패한 기업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개성공단은 한국 기업에 여전히 유리한 곳으로 지속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간 실무회담이 여섯 차례 진행됐지만, 정상화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번 압록강포럼에 같이 참여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화연료펌프(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유화석 감사는 "최근 중국 동부해안 영파(닝보)시에 공장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영파시는 중국 절강성(저장성: 浙江省)에 있는 항구도시로 부성급 도시다.

유화석 감사는 "중국 닝보에 공장 설립이 거의 다 됐다. 이제 가동을 앞두고 있다"며 "우리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항구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선택했다. 나아가 민족 동질성 회복과 통일에 기여하고자 했다. 개성공단이 다시 재개되면 다시 가동할 생각이다. 지금은 당분간 중국에서 생산하지만, 개성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압록강포럼에서 중국 연구진은 북한이 최근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며 신흥 관광산업지구를 남북 경협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했다. 또한 북한과 경협 중인 중국 기업과 단동 소재 중국 기업은 인천을 주목한다고 했다.

김철 요녕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 소장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마식령 속도'라는 게 있다. 경제 발전 구호라기보다는 북한의 관광시설 건설을 재빨리 하자는 의미에서 나온 구호"라며 "마식령에서 금강산까지를 관광벨트로 묶는 일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최문 연변대 교수 또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원산지구를 세계적인 휴양지로 개발하고 있다. 원산은 북한의 동해 진출로로 자연경관은 수려하나 인프라는 아직 미비하다"며 "사회주의에 대한 향수와 애착으로 북한에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원산과 금강산을 연계한 관광산업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중국인을 대상으로 평양~원산~금강산~속초~서울을 잇는 관광산업이 가능하다. 남북 경협의 새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잘 풀려야 남-북-중 경협도 잘 풀려"

압록강포럼 마지막 날인 9일 오전에 열린 비즈니스포럼 때 만난 중국 기업인들은 인천의 로봇랜드와 IT기술, 자동차부품산업에 관심을 보였다.

사천성 지진 때 구원로봇을 보냈고, 로봇 생산에 필요한 부품의 90%를 한국에서 가져오고 있다는 업체 관계자는 인천에 로봇랜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인천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단동 북방투자주식회사를 운영하면서 2004년부터 평화자동차 단동지사장을 맡고 있다는 장강씨는 "우린 주로 북한 평화자동차에 자동차부품을 수출하고 있다. 북한에서 평화자동차의 뻐꾸기·천리마 등 여러 종류 차가 판매되고 있는데, 모든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북한은 조립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수리할 때 불편하다. 북한의 자동차산업이 커지면, 단동지역은 북한의 제일 중요한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시이자 인구 1억 2000만에 달하는 동북3성의 관문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이 단동에 투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투자 독려에 대해 한국 기업인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남동공단에서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연 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1990년대에 저임금을 바탕으로 중국에 많이 진출했는데, 최근 들어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상과 임금 인상, 불량품 생산에 대한 직원들의 낮은 인식수준 때문에 되돌아오고 있다. 이런 요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의 중소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진리 중국 단동정보학회 회장은 "중국과 북한과 남한을 잇는 황해경제권이 발전해서 협력의 바다로 가는 데 아주 많은 문제점이 있다. 북-중 협력도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단동을 통해 북-중 협력이 비록 진행 중이긴 하지만 한국의 5·24 제재조치로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남북 간 합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남북 간 합의가 잘 돼야 남-북-중 협력도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북중경협, #개성공단, #북핵, #중국, #동북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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