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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아이들 참 고생 모르고 살아갑니다. 온실의 화초 마냥 크면서 힘들고 어려움 없이 부족하지 않게 자라지요. 부모님들의 바람대로 말입니다. 하나만 낳아서 풍족하게, 해주고 싶은 거 다해주고 또 하고 싶다 하는 것 다해주고 키우려 합니다. 요즘 대부분 부모님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 과잉보호가 너무 심한 부모님을 만나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아니 마음이 아픕니다. 친구랑 놀다가 조금 긁혀만 가도 "내가 우리 애 아까워서 손에서 내려 놓지도 않고 키웠는데!" 하며 화내시는 분들을 만날 때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그 말이 아이를 집안 장식품 마냥 키웠다고 들리는 걸까요?

아이들의 웃는 모습은 언제나 좋습니다.
▲ 웃는얼굴 아이들의 웃는 모습은 언제나 좋습니다.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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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랑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로서 아이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고 부모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키웠다는 것인데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태어나면 반드시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아이는 죽습니다. 그렇게 한 살, 두 살 아이가 성장해갈수록 부모가 다 해주던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가기 때문이지요. 그래야 똑바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부모는 아이에게 하나씩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옛날 우리 부모님들 세대처럼 형제가 많지도 않고, 하나뿐인데 어찌 귀하지 않겠냐만은 아이를 바보로는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알이 가득 찬 열매가 되려면 태풍을 만나야 한다

옛날 아주 먼~ 옛날 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성실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늘 소원은 하얀 쌀밥 가득 먹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산신령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 말합니다(난데없이 나타나지요?). 그래서 농부는 가뭄 없이, 홍수 없이, 천둥번개와 비바람 몰아치지 않고 잔잔한 햇살과 적당한 바람, 그리고 작물이 쑥쑥 클 수 있는 적당한 비를 달라 소원을 말합니다. 농부의 소원대로 이루어졌고, 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 속에서 쑥쑥 자랐습니다. 알알이 주렁주렁 달린 풍성한 벼였습니다. 그렇게 1년 농사를 짓고 추수하는 날! 타작을 해보니 모두 쌀알이 맺히지 않은 빈 쭉정이더랍니다.

비바람도 맞아보고, 태풍도 견뎌내보고, 따까운 햇살도 미치도록 내리 쬐어봐야 속이 가득한 열매를 맺는 것이었던 겁니다.

고생은 돈 주고도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비바람도 맞아보고, 천둥번개도 맞아보아야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경험도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경험만을 해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려면 고생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자전거국토순례 중인 아이들이 힘들어 지친 모습입니다.
▲ 지친아이들 자전거국토순례 중인 아이들이 힘들어 지친 모습입니다.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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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돈 주고라도 고생을 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은 마음이 아파서 못하니 어쩌겠습니까? 돈 주고라도 보낼 수밖에요. 그렇게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에도 부딪혀보고, 정말 별 생각 없이 쓰던 작은 것들도 못 써봐야 합니다. 그래야 작은 것에도 소중함도 느낄 수 있고, 상대방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배려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는 미친 짓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돈 주고 하는 고생 현장에 있습니다.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가 그렇습니다. 300명이 넘는 청소년 아이들이 7박 8일 동안 여수에서 임진각까지 달리는 여름방학 자전거 여행입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힘들어도 꾹 참고 탑니다. 목이 말라도 당장 물을 마실 수 없고, 쉬는 시간에 주어지는 생수병의 물만으로도 만족해야 합니다. 물이 이렇게 소중할 줄이야. 깔끔 떨던 아이들도 힘드니 길바닥에 털썩 눕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맛없어 하는 양갱이도 그렇게 맛난 간식일 수 없고, 밥도 꿀맛입니다. 말은 투덜투덜 거려도 밥을 한가득 퍼가 먹습니다. 아늑한 집을 떠나 학교 강당에서도 자고 시설 좋지 않은 수련관에서 자보기도 합니다. 그래도 누워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겠습니까?

'자전거 국토순례는 ○○○이다'라고 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미친 짓'이라구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면 "선생님 내년에 또 올 거예요?" 합니다. 미친 짓이라며 다시는 안 온다며 떠들어 대면서도 왜 또 내년을 생각할까요?

"이제 못할 게 없겠어요!"

둘째날(28일), 전라남도 구례에서 전라북도 전남까지 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얼마나 힘든지 정말 고생고생했습니다. 산고개를 5개나 넘고, 시간이 지체되어 1시 30분 점심식사 예정시간도 훨씬 지난 3시 30분에 밥을 먹고 숙소에도 3시간이나 늦게 도착해 오후 8시에나 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우중충해 자전거 타기는 굉장히 좋았지만 마지막에는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참가중인 아이들의 모습
▲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중인 아이들의 모습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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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고생을 하고 같이 저녁을 먹는데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선생님! 저는 이제 못할 게 없겠어요! 이것도 했는데 내가 뭘 못하겠어요!"라고 말입니다.

부모와 교사가 "넌 다 할 수 있어"라고 하는 말과는 차원이 다른 말입니다. 자신의 깨달음이라고나 할까요? 아이의 말을 듣고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이 말은 절대 가르치려는 사람이 말로 해서는 아이에게 절대 느끼게 해주지 못할 위대한 것입니다.

저 또한 자전거 국토순례를 처음 경험했을 때 그랬습니다. 이제는 못할 것도 없겠고,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장하고 대단할 수가 없더라구요. 우리 아이들도 지금 이 마음을 느끼고 있나 봅니다. 이 마음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내일 또 달려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마산YMCA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YMCA, #자전거, #국토순례, #여행,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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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아기스포츠단에서 아이들과 경험하는 일상들, 자유로운 생각으로 교육을 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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