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윤일록, 홍명보호 첫골 성공  한국 축구 대표팀의 윤일록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전반 33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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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전] 윤일록, 홍명보호 첫골 성공 한국 축구 대표팀의 윤일록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전반 33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이틀 사이를 두고 한일전의 명암이 갈렸다. 토요일 밤에는 우리 여자 선수들이 놀라운 명승부를 만들어내며 세계 챔피언 격인 일본을 멋지게 무너뜨렸지만, 일요일 밤에는 남자 선수들이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두 경기 모두 한 선수가 두 골을 몰아넣으며 상대를 주저앉혔다. 특히, 패한 홍명보호로서는 지소연과 가키타니 두 주인공의 발끝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월드컵 가서도 후회만 하고 돌아올 수는 없지 않은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8일 오후 8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자부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미드필더 윤일록의 멋진 동점골에 환호했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에 뼈아픈 결승골을 얻어맞고 1-2로 패하며 3위(2무 1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일본 압도한 한국의 '파워 플레이'

영원한 라이벌 한-일전 한국 축구 대표팀의 윤일록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도쿠나가 유헤이와 볼을 다투고 있다.

▲ 영원한 라이벌 한-일전 한국 축구 대표팀의 윤일록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도쿠나가 유헤이와 볼을 다투고 있다. ⓒ 유성호


[한-일전] 홍명보 '경기 안 풀리네'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 [한-일전] 홍명보 '경기 안 풀리네'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역시 맞수 대결은 어떤 형태로든 이야깃거리를 많이 남긴다. 참 묘하게도 결과와는 달리 실제 경기가 진행된 양상은 한국이 일본을 압도했다. 여자 경기도 비슷한 느낌을 남겼지만 특히, 남자 축구에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경기 양상이어서 놀랄 정도였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경기 내내 움츠리며 한국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다. 필드 플레이어 열 명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1, 2선의 간격을 좁혀 겹수비를 펼치고 역습만을 노렸다.

비록 우리 선수들은 겨우 한 골만을 뽑아내는 데 그쳤지만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수비에 치중하는 상대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알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전술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잘 준비해서 내보냈다는 것을 여러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일본의 겹수비를 흔들기 위해 공을 뒤로 돌리며 빈 틈이 생길 때를 노렸다. 그리고는 양 측면으로 크게 뻗어나가는 패스로 공격 작업을 펼쳤다. '이승기-윤일록-고요한'으로 짜여진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이 경기 한국의 핵심 인물들이었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또렷하게 드러났다.

마치 아이스하키 링크에서 자주 연출되는 파워 플레이를 보는 듯했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가장 감당하기 힘든 공간, 끝줄 바로 앞 지역을 자주 노렸다. 전반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고요한과 김창수가 그랬고, 후반전에는 왼쪽 측면에서 김진수와 이승기, 윤일록으로도 모자라 수비형 미드필더 하대성까지 가세했다.

전반 33분, 윤일록이 넣은 동점골 상황도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다. 일본의 겹수비 1선과 2선의 간극이 벌어지는 틈을 노려 '윤일록-이승기'의 재치있는 2:1 패스가 부드럽게 연결되었고 공은 윤일록의 오른발 끝에서 일본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8분 전 실점 장면을 까맣게 잊을 수 있게 한 아름다운 동점골이었다. J리그 최고의 실력자 문지기 니시카와 슈사쿠가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손 쓸 수 없는 궤적이었다.

가키타니의 오른발, 그리고 왼발

[한-일전] 첫 골 성공시킨 일본  일본 축구 대표팀의 가키타니 요이치로가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의 경기에서 전반 25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팀동료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한-일전] 첫 골 성공시킨 일본 일본 축구 대표팀의 가키타니 요이치로가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의 경기에서 전반 25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팀동료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유성호


영원한 라이벌 한-일전 한국 축구 대표팀의 하대성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하라구치 겐키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영원한 라이벌 한-일전 한국 축구 대표팀의 하대성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하라구치 겐키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한국이 이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골이 필요했다. 후반전 중반까지의 기세라면 역전골이 아니라 그 이상의 추가골도 가능하다게 보였다. 그리 중요한 데이터는 아니라지만 70:30에 가까울 정도로 일방적인 볼 점유율을 자랑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이 결과도 '이것이 축구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반증하는 것이었다. 경기 내내 밀리던 일본이 전반전의 유일한 유효 슛 바로 그 하나를 선취골로 연결했고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표시되자마자 기막힌 역습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짜릿한 결승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루 전 바로 그곳에서는 여자 축구 한일전이 열렸는데, 한국 여자축구의 '메시'라 불리는 지소연이 혼자서 멋진 두 골을 터뜨리며 2-1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그림 같은 오른발 직접 프리킥 선취골도 아름다웠지만 후반전에 터뜨린 결승골 순간의 침착함과 정교함은 현 세계 챔피언 일본 여자 축구의 자존심을 바닥에 떨어뜨릴 정도로 완벽한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한일전 남자부 마지막 경기에서도 유독 한 선수가 빛났다. 일본 축구팬들에게 윤일록이 낯선 것처럼 한국 축구팬들에게 낯선 가키타니 요이치로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전반 25분, 일본의 역습 연결이 높게 넘어올 때 우리 수비수들은 팔을 치켜들며 오프 사이드를 주장했다. 하지만 제2부심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일본 골잡이 가키타니가 오프 사이드 함정을 기막히게 뚫어버린 것이다. 마무리 장면에서도 그의 오른발 슛은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온 정성룡을 피해 정확하게 왼쪽 구석에 가 꽂혔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결승골 순간, 가키타니는 오른발이 아닌 왼발 킥의 정확성을 자랑했다. 왼쪽에서 동료가 때린 대각선 슛이 정성룡의 선방에 막혀 옆으로 흘렀을 때 기회를 잡은 가키타니는 왼발 안쪽으로 골문 반대편을 제대로 노렸다. 정성룡의 2차 방어 동작까지 예상한 완벽한 슛이었다.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이승기의 오른발 앞에 정확하게 떨어진 긴 패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순간(65분)과 하대성이 왼쪽 끝줄 앞에서 내준 것을 김창수가 오른발로 차서 일본 골문을 어이없이 넘겨버린 순간(85분)이 다시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후반전에 만들어낸 이 두 차례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력차 바로 그것이다.

지소연과 가키타니는 자기에게 주어진 두 차례의 완벽한 기회를 믿음직스럽게 골로 만들어내 나란히 2-1 승리의 주역이 되었고 우리 남자대표팀 선수들은 그러지 못했다. 윤일록의 아름다운 골 장면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결과만 남긴 셈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축구는 '골'이라는 결과로 말한다. 그 과정까지 아름다우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시원하게 마무리할 줄 모른다면 그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줄 축구팬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보다 순위 아래의 꼴찌 호주도 세 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3경기 겨우 1골이라는 결과는 개최국 팬들을 생각했을 때 좀 심했다. 월드컵 가기 전에 지소연과 가키타니에게 배울 것은 겸허하게 배워야 한다. 그래야 더 큰 망신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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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EAFF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자부 경기 결과(28일 20시, 잠실종합운동장)

★ 한국 1-2 일본 [득점 : 윤일록(33분,도움-이승기) / 가키타니(25분), 가키타니(90+1분)]

◎ 한국 선수들(감독 : 홍명보)
FW : 김동섭(71분↔조영철)
AMF : 이승기(80분↔고무열), 윤일록, 고요한(89분↔김신욱)
DMF : 하대성, 이명주
DF : 김진수, 김영권, 홍정호, 김창수
GK : 정성룡

◇ 남자부 최종 순위
일본 2승 1무 7점 8득점 6실점 +2
중국 1승 2무 5점 7득점 6실점 +1
한국 2무 1패 2점 1득점 2실점 -1
호주 1무 2패 1점 5득점 7실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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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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