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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원 입구에서 바라본 오층탑과 중문, 금당 중앙에 모셔져 있는 금동 석가 삼존상, 서원 대강당에서 바라다 본 금당과 오층탑, 오층탑 북쪽 면에 장식된 열반상토입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원 입구에서 바라본 오층탑과 중문, 금당 중앙에 모셔져 있는 금동 석가 삼존상, 서원 대강당에서 바라다 본 금당과 오층탑, 오층탑 북쪽 면에 장식된 열반상토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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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일본 나라현 나라시 서남쪽에 있는 호류지 절에 다녀왔습니다. 호류지 절은 남북으로 마츠오산(松尾山, 해발 305 미터)의 낮은 봉우리들이 길게 이어져 있는 끝자락 동쪽 이카루가(斑鳩) 마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나라시와 오사카시를 잇는 24번 도로 옆에 있습니다.

호류지 절은 고구려 스님 담징(579-631)이 그린 금당벽화가 있는 절로 유명합니다. 아마도 호류지 절의 금당벽화는 일본사람보다도 한국 사람에게 더 잘 알려진 절이 아닌가 합니다.

소설가 정한숙 선생님(1922-1997)이 1955년 7월 사상계에 소설 금당벽화를 발표하신 이후 이 소설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책으로 공부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금당벽화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호류지 절이 607년 지어졌지만, 670년 4월 30일 불이 나서 완전히 불에 탔다고 주장합니다. 처음 호류지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담징의 벽화는 이미 사라졌으며 가람 배치나 형태는 중국 당 나라 때 시대상과 불교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호류지 절은 서쪽으로 금당과 탑, 대강당을 중심으로 서원 가람과 유메도노(夢殿) 불당을 중심으로 동원 가람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넓이는 5만 6천 5백 평(187,000㎡)에 이르는 큰 절입니다. 동원과 서원 사이에는 크고 작은 불당이나 스님이 수양을 하거나 기거하는 암자가 있고 절 주변에는 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당이나 오층탑을 비롯한 여러 건물들은 1400년 전 지어진 목조건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호류지 절은 1993년 12월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금당에 벽에 그려진 아미타삼존불로 오른쪽은 불에 타기 전 모습이고, 왼쪽은 불에 탄 뒤 모습입니다.
 금당에 벽에 그려진 아미타삼존불로 오른쪽은 불에 타기 전 모습이고, 왼쪽은 불에 탄 뒤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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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 외진 벽에는 석가정토도, 아미타정토도, 미륵정토도, 약사정토도 등 채색 그림이 칸별로 12 면에 벽화가 그려져 있고, 내진의 천장과 벽 사이 작은 공간에 비천상이 20면 그려져 있고, 외진 천정 아래 소벽에는 산중 나한도 18 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1948년 1월 26일 금당에 불이 나서 외진 벽에 있는 그림이 불에 타고 말았습니다. 그 후 해마다 1월 26일은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정해서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시설을 점검하고 훈련하고 있습니다. 비록 불이 나서 벽화가 불에 탔지만 그전부터 지속적으로 모사 작업을 통해서 그려놓은 그림이 있었기 때문에 원래 모습은 기록으로 남겨놓을 수 있었습니다. 

금당 안에는 금동 석가 삼존상, 금동 약사여래 좌상, 금동 아미타여래 좌상, 사천왕상 등 여러 불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금동 석가 삼존상 뒷면 금석문에 의하면 623년 만든 것이라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호류지 절은 오래전 지어진 절이지만 오랫동안 잘 견뎌온 절입니다. 호류지 주변에 많은 절이 있었지만 이름만 남긴 채 사라진 절이 많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호류지 절은 많은 국보 및 중요문화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1998년 구다라관음당을 지어서 그동안 절에서 간직해온 190 종, 2300여 점에 달하는 국보급 문화재를 보관 전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백제 불상으로 알려진 구다라(百濟) 관음상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호류지 절 구다라관음당에 모셔져 있는 백제관음상입니다. 높이 209.4 ㎝ 로 팔등신에 가깝습니다.
 호류지 절 구다라관음당에 모셔져 있는 백제관음상입니다. 높이 209.4 ㎝ 로 팔등신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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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관음상은 높이 209.4 ㎝ 로 한반도 남부지방의 따뜻한 곳이나 일본에서 자생하는 녹나무를 통째로 사용하여 조각했습니다. 관음상이 들고 있는 물병은 편백나무를 사용했습니다. 몸은 8등신에 가깝고, 약간 마른 편입니다.

머리 뒤에는 살구씨 형태의 광배가 있고, 얼굴 좌우에는 백제 공예 기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투조기법으로 만든 꾸미개가 드려 있습니다. 몸에는 옻칠을 한 다음 겉에 화려한 채색이 칠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호류지 절에는 백제 관음상과 비슷한 모양의 구세관음상이 있습니다. 구세관음상은 동원 유메도노 불당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구세관음상은 백제관음보다는 뒤에 만들어진 것으로 높이 178.8 ㎝로 녹나무를 통째로 사용하여 만들었으며 옻칠을 하고 그 위에 금박을 입혔습니다. 구세관음은 봄(4.11-5.18)과 가을(10.22-11.22) 두 차례만 일반 공개합니다.

금당 옆에 있는 오층탑은 전체 높이가 31.5 미터로, 대략 10층 아파트 높이입니다. 꼭대기 상륜부에 있는 장식은 11미터로 탑 전체 높이의 삼분의 일에 해당합니다. 탑은 원래 불사리를 안치하기 위해서 만든 것입니다. 이 오층탑은 그동안 몇 차례 수리를 했지만 한 번도 불에 탄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국보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오층탑 일층에는 동서남북 넷으로 나누어 각 층 면마다 불교의 진리를 전하는 모습이 소상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남쪽에는 부처가 입멸한 뒤 나타날 미륵보살이 설교를 하는 미륵상토, 동쪽에는 재가출신의 유마힐이 문수보살과 문답을 나누는 유마힐상토, 서쪽에는 다비 의식을 통해서 석가의 사리를 여덟 나라에 나누는 분사리상토, 북쪽에는 석가가 입멸한 뒤 슬퍼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그린 열반상토 등이 있습니다.

넓고 큰 절 호류지 절은 일본 불교의 역사이자 현장입니다. 호류지가 지니고 있는 값비싼 보물과 역사의 무게는 일찍이 깊은 불교의 신앙심에서 우러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고구려, 백제 등 일찍이 불교를 받아들여 예술적으로 표현할 능력을 지닌 이들과 교류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호류지 절 동원 유메도노(夢殿) 불당에 모셔져 있는 구세관음상입니다. 사진 오른쪽 아래가 유메도노 불당의 모습으로 팔각 지붕입니다.
 호류지 절 동원 유메도노(夢殿) 불당에 모셔져 있는 구세관음상입니다. 사진 오른쪽 아래가 유메도노 불당의 모습으로 팔각 지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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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호류지 절, http://www.horyuji.or.jp/, 2013. 7. 28



태그:#호류지 절, #백제관음상, #구세관음상, #금당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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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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