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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울산서 열린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몽구 회장 첩절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 모습.
 20일 울산서 열린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몽구 회장 첩절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 모습.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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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얼룩…실망 안긴 '희망버스'" - <경상일보>

"희망버스, 폭력만 남기고 떠났다" - <울산신문>
"'현대차 희망버스' 폭력으로 얼룩" - <울산매일신문>
"아이가 본 '야만사회'" - <울산제일일보>

22일 울산지역 4개 일간지의 톱 기사 제목이다. 이날 대다수 지역 언론들은 지난 20~21일 현대차 비정규직을 응원하러 온 희망버스 관련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명분으로 지난 20일 울산으로 몰려든 '희망버스'가 평화적 시위가 아닌 폭력시위로 변질된 채 수많은 부상자와 지역사회에 불안과 갈등만 떠넘기고 21일 해산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부터 21일 사이에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다른 매체들의 기사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특히 이 기사들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죽봉을 들고 폭력을 휘둘렀다"는 점을 부각했다. 회사측이 휘두른 폭력과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전후 사정은 거의 빠져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위원장 신승철)은 22일 낸 논평에서 "희망버스에 대한 일부 언론의 왜곡편파보도, 그들의 눈에 현대자본의 불법은 보이지 않는가"라며 "일부 언론매체의 악의적인 왜곡편파보도에 대해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법적인 책임을 지고 사내하청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희망버스를 비롯한 연대와 투쟁의 발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망버스 울산 내려온 배경은 생략한 채 폭력만 부각

당시 기자는 희망버스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그곳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다. 지난 20일 오후 5시 현대차 정문에 도착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정문이 컨테이너로 막혀 있자 5km 가량을 행진해 철탑 농성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불법파견 철폐'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고, 현대차 울산공장장을 면담하기 위해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사측은 용역을 동원해 이를 막았다.

이에 참가자들은 철망으로 된 담장을 걷어내기 위해 철망에 밧줄을 걸어 잡아당겼고, 회사측은 분말소화기와 물대포를 쏘면서 막았다. 이 과정에서 회사측 용역들은 방패와 공봉 등을, 참가자들은 깃발로 사용한 대나무 만장을 들고 서로 공방을 벌였다. 희망버스 참가자 중 일부는 귀가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고, 몇몇은 어디선가 날아온 돌에 맞아 부상당하기도 했다. 회사측과 경찰측도 일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에는 주로 죽봉을 들고 용역들을 공격하는 사진과 관련기사가 보도됐다. 문제는 이같은 보도들이 앞서 회사측과 보수단체가 제기한 내용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현대차 사측은 울산 방문을 앞둔 희망버스에 대해 "혼란버스이며, 외부세력이 개입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고, 지역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이 내용을 중요기사로 보도했었다. 이틀 뒤인 18일 지역 보수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정당과 외부세력의 개입 등 본질을 벗어난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집회소음과 인도점거 등 시민들의 불편과 고통을 야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희망버스가 현대차 정문에 도착한 20일 오후 5시 보수단체들은 "희망버스는 종북세력, 물러나라"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20일~21일 언론보도와 22일 지역일간지의 이같은 언론 보도를 접한 시민들이 "희망버스가 폭력을 휘둘러 지역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인식을 갖기에 충분했다.

"희망버스 참여자들 폭도 왜곡, 언론 정도 아니다"

20일 오후 7시 40분 현재 약 30m의 철조망이 뜯겨 있고 사측 경비원들은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했다.
 20일 오후 7시 40분 현재 약 30m의 철조망이 뜯겨 있고 사측 경비원들은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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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지난 20일과 21일 1박 2일에 걸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연대를 위한 희망버스에 대해 상당수 언론은 폭력성에 집중해 보도했다"며 "대단히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보도태도"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현장에서 폭력은 저질러졌고 100여명이 다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폭력을 자행한 것은 현대차 자본과 경찰이었다"며 "현대차 회사가 고용한 용역폭력배들은 소화기와 물대포, 쇠파이프와 낫을 들고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현장 취재기자들도 소화기 가루를 뒤집어 썼고 많은 취재장비가 파손되었고, 어린 학생들에게조차 무차별적인 폭력이 저질러졌다"며 "경찰은 행사 참가자들의 집결을 막고 폭력적으로 한곳으로 몰아넣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이 이러함에도 일부 매체들은 행사참가자들의 폭력과 무질서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며 "그들이 언론이라면 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복잡한 갈등관계로 비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총은 "300일 가까이 송전탑 위에서 절박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단 한 줄, 한 10초라도 같이 다루었어야 한다"며 "벌어진 현상도 왜곡하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는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대법원 판결조차 수 년 째 이행하지 않는 현대차 자본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정작 법원 판결도 이행하지 않는 대자본의 횡포에 저항하는 방법은 죽음을 무릎쓰고 철탑에 오르거나, 또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 자기의 돈과 시간을 써가며 작은 희망이라도 전하려는 노동자 시민들의 희망버스밖에 없었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그 절박하고 안타까운 희망버스 참여자들에 대해 마치 폭도라도 되는 듯이 왜곡하고 매도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닐뿐만 아니라 절망의 막다른 골목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함께 만들어보려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성토했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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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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