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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4월 11일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 개관 때 써보낸 문구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4월 11일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 개관 때 써보낸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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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역사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4월 11일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 개관 때 써보낸 문구다. 새삼 이 문구가 생각난 이유는 '2007 남북정상회담회의록'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폐기를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1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가기록원에서 철저히 검색했는데도 찾지 못했다면,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지 않았다는 쪽에 비중을 두고 싶다"면서 "대화록이 없다면 노무현 청와대에서 이것을 폐기하고 국가기록원에 넘겨주지 않았을 가능성에 훨씬 더 무게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기록은 역사입니다'....새누리당 "노무현이 폐기 지시"

<조선일보>는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 직후인 2007년 10월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대화록과 국정원이 1부 더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을 그해 12월쯤 폐기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록을 철저히 남겼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오마이뉴스> '이털남' <공개방송-국정원,NLL정국 갈림길에 서다>에 출연해 노 대통령이 얼마나 기록에 철저한 대통령이었는지 전했다. 박 의원은 "사저에서 몇 사람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녹음기로 녹음을 했다"면서 "기록물에 신경을 썼던 분"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비서관들이 양해를 구해 녹음기를 꽃이 있는 수반 옆에 놓고 나가면서 기록물 관리를 위해 녹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 이같은 기록물 관리를 "의아하게 생각했다"면서 "회의 석상에서 녹음하는 것은 그렇지만 개인적인 것도 녹음을 하는 분으로 생각했는 데 이것이(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없었다는 말에 정말 놀랐다"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도 노무현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순신 장군이 영웅이 되고 원균이 역적이 된 이유는 이순신 장군은 일기를 썼고, 원균은 일기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참고로 김 편집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박영선 의원과 김종대 편집장 증언....노무현은 '기록 대통령'

두 사람 증언만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기록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퇴임 한 달은 앞둔 2008년 1월 22일 경기 성남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참여정부의 대통령 기록물은 국가 정책의 이해를 높이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가장 많은 기록물을 남긴 대통령으로 자부심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는 "퇴임 이후 여건이 되는 대로 기록관을 찾아 새로운 기록문화를 만드는 데 나의 경험과 지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해 자신이 남긴 기록을 자주 찾는 대통령이 될 것임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했다. 그해 6월 청와대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 기록물 유출사건'을 주장하면서다. 봉하마을은 합법성을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7월 9일 "봉하마을로 무단 반출된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은 청와대가 아닌 제3의 민간회사가 발주하여 청와대 내에서 작업한 뒤 반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제3의 민간회사는 차명계약을 할 만큼 일반적인 회사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페이퍼컴퍼니"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력기록물을 무단으로 가져갔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너무 야비하게 한다, 앞으로는 대화하겠다며 뒤로는 뒷조사하고 있다"면 분노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게 사본인데, 사본을 돌려주면 열람할 수 없다. 자유롭게 열람할 조치가 되는 대로 사본을 돌려주겠다"고 읍소까지 했지만, 그는 '전직' 대통령이지, 현직 대통령이 아니었다. 결국 같은 달 13일 행정안전부 1차관보와 국가기록원장 등이 '봉하마을 사저에 대한 방문조사'를 했다. 반납했다.

2008년 이명박 정권 '노무현 지정기록물' 딴죽걸기...비극의 시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7월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7월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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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수사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정부 청와대 관계자 10명을 대통령기록물 불법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7월 28일 첨단범죄수사부(부장검사 구본진)에 배당했다. 그리고 8월 21일 검찰은 노 대통령이 반납한 하드디스크 28개 기록물 열람, 사본 제작, 자료 제출를 요구하는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정기록물에 한해서는 '자료 열람'만 허용했다. 검찰은 9월 2일 국가기록원을 방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어쩌면 이때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계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검찰은 지난 21일 고등법원으로부터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하드디스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다. 이로써 대통령기록관에 보존하고 있는 37만여 건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에 대한 보호는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온갖 기록의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되는 것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만큼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큰 혼란의 소용돌이가 대한민국을 휘감을 수도 있다."-2008.08.22<오마이뉴스> 대한민국 '판도라 상자' 강제로 열리고 있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전진한 선임연구원도 8월 22일 CBS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정치적 발언을 하기 위해서 수많은 기획자료나 기획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것이 정권이 끝난 지 1년도 안 돼서 공개된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고, 우리 사회에서 이런 기록물이 공개되기 시작하면 대통령지정기록물 자체를 남기지 않을 문화가 만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검찰에 의해 공개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2008.08.22 CBS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 "1년도 보호 못 받는 대통령 기록물, 누가 남기겠나"

왜 이명박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측을 고발까지 하면서 지정기록물에 집착했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기록물(지정기록물)을 열람할 권리가 없다. <오마이뉴스>는 그해 7월 25일 <'봉하마을' 고발, 청와대의 노림수 있다 비공개 '노무현 기록' 보기위한 시나리오?> 제목 기사에서 "일정 기간 기밀로 지정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을 들여다보기 위해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MB는 노무현 지정기록물을 보고 싶었을까?

청와대만 아니라 당시 한나라당은 전직 대통령 '지정기록물'을 현직 대통령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기록물관리법' 개정을 추진했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37만여건의 자료를 비공개 기록물로 지정한데 이어 그 목록까지 비공개로 지정하는 등 이중잠금 장치를 해놓은 상태"라며 "비공개 기록물의 목록조차 볼 수 없도록 한 것은 정부의 연속성을 저해해 국가적 손실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오마이뉴스> 같은 기사.

김정훈 의원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노대통령 지정기록물을 보고 싶은 유혹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지난 19일 <오마이뉴스> '이털남'에 출연해 이 사건이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을 협박"한 것으로 노 대통령 서거까지 연결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검찰이 당시 지정기록물을 '열람'했다는 점이다. 그럼 '증발'했다는 '2007남북정상회담회의록' 존재 여부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검찰이 수사를 이어갈 수 없었던 것은 다음 해인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기 때문이다.

2008년 '지정기록물' 수사한 검찰, '회의록' 존재 여부를 알지도

회의록 증발을 두고 새누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폐기를 지시했다고 말하고, 민주당은 국가기록원이 찾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측은 모든 것을 다 이관했다고 말한다. 여야는 전문가를 동원해 22일까지 대화록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새누리당은 22일까지 찾지 못하면 검찰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조선일보>는 20일 머리기사 '與, 회의록 原本 모레까지 못찾으면 검찰수사 의뢰키로'에서 "새누리당은 수사가 시작되면 노무현 정부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회의록 작성과 이관 과정을 주관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찾지 못하면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2008년 검찰은 이미 지정기록물을 수사하면서 열람했다. 검찰은 그때 회의록 존재를 확인했다면, 검찰은 회의록 존재 여부를 알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대화록,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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