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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박지원 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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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말이 다 맞다."

여권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박 의원은 17일 기자들과 오찬에서 "청와대가 극단적 용어를 써서 논평하면 모든 게 청와대로 향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이날 오전 "청와대가 정쟁의 중심에 서면 되겠느냐, 말도 아껴야 하고 가려서 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적극 동감을 표한 것이다. 정치 현안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나서 논평을 쏟아내자 여야가 하나 되는 모양새다.

박 의원은 "이해찬 의원의 발언을 두고 꼭 대통령이 나서서 국격을 운운해야 했느냐"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새누리당 의원들이 '환생 경제'라는 연극을 하며 온갖 욕설을 해대도 청와대는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언행은 나라의 국격"이라며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느냐"는 발언을 한 이해찬 민주당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한 바 있다.

이어 박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말 몇마디가 국격에 지장을 준다면, 새누리당 중진이 경찰을 폭행한 것은 국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할 차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이 경찰 간부를 폭행한 사건에 대한 (지도부의) 발언이 물러 터졌다"는 것이다. 그는 "사건이 보도된 당일에 (원내대표실에) 전화해 물어보니 사건을 모르더라, 민주당에 치열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워크숍·의총 등에 민주당 의원의 참석률이 저조한 것을 두고 "대선에서 지고 새 지도부가 연 첫 워크숍에 적어도 80% 이상 참석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127명 중 69명 왔더라"며 "이런 걸 비판 안 하니 민주당이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 대해서 그는 "현 정국에서 현미경으로 봐도 잘 안 보인다"며 존재감이 미미함을 꼬집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전주에 간다는데, 많이 동원하려고 할테고 많이 갈 거"라며 "그러면 뭐하나, 제2의 혁신과 통합이고 민주당에 기웃거리던 사람이 다 거기 갈 텐데"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새정치'에 대해서도 "부산 영도에 가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을 이기고 오는 게 새정치 아니냐"며 "그런데 '안철수 새정치'도 당선이 목표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구도를 깨는 게 새정치인데, 안철수라면 영남으로 가서 새누리당 독점 체제를 깨줘야 한다"며 "그런데 (안 의원은) 호남으로 와서 민주당의 정치적 독점 구도를 깨려고 노력한다, 노적(곡식단)에 불 지르고 싸라기 주워 먹는 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음은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오찬 간담회 발언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호남 독점 깨려는 안철수, 노적에 불 지르고 싸라기 주워 먹는 격"

- 김현·진선미 의원이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적기라고 보나?
"늦었다고 본다. 두 분에게 지도부가 명분을 만들어 줬어야 했는데... 특위와 법사위가 매일 회의를 해서 사실상 나도 (특위) 멤버에 들어가 있다. 어제 나보고 (두 위원이 빠진 후) 특위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다음 주에 눈을 수술해서 10일 동안 못 보니 안 된다고 했다."

- 현 정부는 때마다 다른 사안으로 집중시키는 걸 잘하는 거 같다.
"4대강 감사에, 전두환 재산환수까지. 여권은 카드가 무궁무진하다. 국면 전환을 잘 시킨다. 이러니 지지도는 또 올라간다. 그러나, 국정원이 댓글로 정치 개입한 건 사실 아니냐. 또 NLL 문건이 대통령 선거 전에 박근혜 캠프로 들어가서 활용된 것도 사실 아니냐.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에 대해 알았다고 믿지만, 박 대통령이 몰랐다고 해도 그 일로 이익 본 사람 누구냐,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걸 하(제대로 밝혀내)자고 하는데 남재준 국정원장이 NLL 문건을 깠다. 박 대통령이 국정조사를 철저히 하라고 하고 넘어가려는데 남 원장이 또 NLL 문건을 까버렸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박근혜-남재준 둘이냐. 대통령 면이 안 서는 일인데. (결국) 다 짜고 하는 거지. 이 문제 해결하는 길은 국정원 개혁밖에 없다. 오늘 김현·진선미 의원이 물러가서 국정조사가 구성돼도 새누리당은 감금 사건만 하자, 댓글 사건만 하자 그럴 거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사항 가운데 국정조사 주제 중 '등'이 있지 않나. 거기서 또 이제 한바탕 하겠지."

-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청 간부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경향신문>에 사건이 보도되고 난 날 보니, 민주당에서 아무런 대응을 안 하더라. (원내대표실에) 전화해서 물었더니 (사건을) 모른다더라. 민주당에 치열함이 없는 거다."

- 최근 민주당은 막말 파문 등으로 악재를 맞았다.
"(귀태 발언은) 대변인이 책을 인용해서 한 얘기 아니냐. 이해찬 대표가 말한 걸 읽어봐도 어디 나쁜 말이 있나. 표현은 좀 거칠어도 결국 '국정원이 박정희에 의해 탄생했지만 국정원에 박정희가 희생됐다, 박근혜도 국정원에 너무 의지를 하고 있는데 그 말을 들으면 선거 불복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니 국정원과 인연을 끊는 게 좋다'는 말이다. 그걸 두고 국격 운운하면서 대통령이 꼭 나서야 할 문제인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새누리당 의원들이 '환생 경제'라며 연극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을 술 주정뱅이로 만들었다. '육실헐놈, 개잡놈, 죽일놈,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 없는 놈' 온갖 욕이 나오는 연극을 보고 박근혜는 '프로를 방불케 하는 연기'라고 했다. 여기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오늘(17일) 이재오 장관이 얘기한 대로 청와대가 극단적 용어를 써서 논평하면 모든 게 청와대로 향한다. 국민 수준이 높아진 만큼 거칠게 표현한 것을 약간 질책만 하면 됐지 대통령까지 정쟁의 중심으로 들어가야 되겠느냐.

<채널 A>에 따르면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을 폭행했다는 거 아니냐. 말 몇 마디가 국격에 지장을 준다면, 새누리당 중진 의원이 경찰을 폭행한 건 국격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할 차례다. 이 건을 두고 민주당이 어제 회의에서 발언할 걸 보니 물러 터져서 다시 하라고 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인사청탁했는데 안 들어줘서 (김 의원이 폭행을) 했다더라."

- 국회 선진화 법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내가 (원내대표) 할 때는 안 된다고 했다. 이게 야당에 굉장히 불리한 법이다. 선진화 법에 의하면 야당이 저항할 수 있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다 상실된다. 의장석에 가서 따질 수가 있나, 그랬다가는 의원직 사퇴인데. 원내 투쟁하면 윤리위에 회부된다. 과격단체는 의원직 사퇴하고 길거리로 나오라는데, 나오면 뭐하나 우리만 손해지."

"개성공단 국제화, 현실성 떨어져"

- 개성공단 국제화 얘기가 나온다.
"개성공단 국제화는 북한의 입장은 무시하고 우리 입장만 내세우는 주장이다. 남북관계는 남쪽·북쪽 눈 높이로 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민족의 눈높이로 봐야한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북한 개혁개방이 안 됐지만, 북의 시각으로는 엄청난 개혁개방이 이뤄진 거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류가 퍼지고, 개성공단 여공들 모습만 봐도 많이 세련돼졌다. 우리에게 제한된 개방을 했는데도 이런 변화가 생겨났다. 과거 소련은 개혁 개방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됐는데 북한도 그걸 우려할 수밖에 없다. 또 개성공단이 국제화 된다고 해도 누가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걸 요구하고, 그렇게 해서 개혁개방으로 가야 한다."

- 4대강 감사 결과 발표, 어떻게 생각하나.
"이건 '이명박근혜', 감사원 3자 책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 공사임에도 이를 속였다. 담합 비리 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 내가 18대 원내대표 할 때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위해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과 협력했다. 그때 내가 '4대강 반대하는 얘기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하더라. 이후 '이명박근혜' 청와대 회동이 있었고 이후에 박근혜 의원은 4대강 지지발언했다. 4대강 관련 예산을 3년 연속 날치기 처리할 때도 찬동했다. 여기에 책임져야 한다. 세 번째 감사에서 비리까지 다 나온 걸 봐도 감사원은 직무유기했던 거 아니냐."

- 안철수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 정국에서 안철수 의원은 현미경을 써야 보인다. (존재감이 없다는 거냐) 현미경으로 봐야 보인다.

야권에 소득은 있다. 안철수 의원이 새누리당에 가깝지 않냐는 시각도 있었는데, 그게 깨졌다. 내가 '국정조사·국정원 개혁·남재준 퇴진·NLL 문건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자 2~3일 있으니 안철수 의원도 나와 똑같이 얘기하더라. 그런데 안철수는 3일 있다가 얘기해도 언론에서 크게 써주더라. 나는 한 줄 들어갈까 말까인데. 안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이 정도 있다는 건 확실하다. 다만 쇠를 달궜을 때 안 때리고 식거나 물에 들어갔을 때 때리더라.

안철수 의원이 국회의원에 나올 거면 부산 영도에 가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을 이겨 오는 게 새정치 아니냐. 그런데 안철수 새정치도 당선이 목표더라. 영도 안 가고 노원 가는 게 새정치냐? 구 정치와 똑같다. 또 지역구도를 깨는 게 새정치다. 안철수라면 영남으로 가서 독점체제를 깨줘야지. 그런데 야권인 호남으로 와서 민주당의 정치적 독점 구도를 깨려고 노력하고 있다. 호남 인구가 영남 인구의 1/4이나 되려나. 노적에 불 지르고 싸라기 주워 먹는 격이지.

지금 정책 네트워크 내일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현미경으로 봐도 잘 안 보인다. 내일(18일) '내일(안철수 의원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이 전주에 간다고 하는데, 많이 동원하려고 할테고 많이 갈 거다. 그러면 뭐하냐 제2의 혁신과 통합이고 민주당에 기웃거리던 사람이 다 거기 갈텐데…. 물론 좋은 사람도 가겠지만.

안 의원과 민주당이 선의의 경쟁해서 나중에 단일화 하는 게 제일 좋다. 안철수 의원이 잘 돼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데 새누리당-민주당 후보가 다 나오면 당선될 것 같냐. 안 된다. 새누리당은 최소한 40%의 지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야권의 지지층이 삼분, 사분되면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다."

- 민주당이 자체 쇄신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야당이 쇄신할 건…. (민주당 의원들에게) 외국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다 나가버리지 않나. 대선 지고 새 지도부가 서서 첫 워크숍하는데 127명 의원 중 69명이 오잖아. 이에 대해 언론이 비판을 안 하니 민주당이 매너리즘에 빠진다. 80%는 참석해야지. 본회의·의총·상임위 모두 그렇다. 100명 이상 왔어야 했다. 원내대표단이 참석하라고 독려했어야 했고. 워크숍 폐회식 때 62명 있었다나? 이래서 되겠느냐. 국민이 우리를 혁신했다고 보겠는가."


태그:#박지원, #안철수, #이해찬,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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