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도로 건설 중단으로 배다리 마을 한복판에 자연이 움트는 공간이 생겼다
 도로 건설 중단으로 배다리 마을 한복판에 자연이 움트는 공간이 생겼다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인천에는 문화재인 창영초(구) 교사,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영화초교 본관동 등 근대문화 유산을 비롯 성냥 공장, 양조장터, 고서적, 문구점 등 서민들의 애환과 추억 문화를 가득 담고 있는 골목들이 비교적 잘 보존된 배다리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7월 초 늘푸른안양21 마을자치위원회에서 하루 여정으로 인천 마을공동체 탐방길에 나섰다가 배다리 마을 탐사길에서 역사문화마을로 보전하려는 이들을 만났다.

배다리 마을은 인천 동구 금곡동 일대를 일컫는데, 19세기 말까지 마을 어귀에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닿는 다리가 있어 '배다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100년도 더 된 건물이 아직 남아있고 골목길에는 옛 추억과 문화의 흔적들이 담겨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22살 때인 1948년에 남편의 직장 전보에 따라 이곳으로 이사와 1949년까지 2년간 살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박경리 선생의 문학산실로 새롭게 조명받으며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문화지구 지정 목소리에 힘을 받고 있다.

책방을 사랑하는 배다리마을 지킴이 곽현숙 아벨서점 주인장

배다리마을에서 먼저 찾아간 곳은 인천의 서민 명물 중 한곳인 아벨 서점. 이 책방은 1973년부터 영업을 해 왔는데 본점 외에 아벨전시관을 별관으로 두고 있다. 본점이 일반서적을 중개하는 책방이라면 별관은 전시회, 시낭송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아벨전시관에서 설명하는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
 아벨전시관에서 설명하는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인천 배다리마을에 있는 아벨서점
 인천 배다리마을에 있는 아벨서점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이 곳에서 40여 년 동안 책방을 운영한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를 만났다. 그는 배다리마을을 관통하는 인천 '배다리산업도로' 반대 주민 공동대표를 맡은 마을지킴이 중 한명이다.곽 대표는 "책을 단순히 거래의 대상이 아닌 지식과 사상이 딛고 건너가는 매개체로 생각한다"며 오래된 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동네 주민들과 문화로 소통하는 스페이스빔 대표 민운기 선생

배다리마을의 또다른 명소는 2002년에 개관했다가 2007년에 이곳으로 이전해 온
스페이스빔이다. 이곳은 옛날 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대안미술공간인데, 스페이스(space) 빔(vacant)은 자본주의적 욕망을 비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페이스빔 대표를 맡고 있는 민운기 선생으로부터 배다리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과정을 PPT로 설명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곳이 미술 전시뿐만이 아니라 동네의 현안을 고민하고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는, 즉 예술가들이 동네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며 배다리마을 지킴이들의 아지트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스페이스빔이 있는 양조장은 황해도 평산읍 출신 상공인 최병두 선생이 24세 때 인천에 정착하여 정미업을 운영하다가 1926년 양조업으로 전업하여 설립한 공장 중의 한 곳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막걸리 소성주를 생산했다. 지금도 스페이스빔에는 양조장 역사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인천 배다리마을에 있는 대안미술공간 스페이스빔
 인천 배다리마을에 있는 대안미술공간 스페이스빔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스페이스빔에서 배다리 마을에 대해 설명을 듣다
 스페이스빔에서 배다리 마을에 대해 설명을 듣다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보전이냐 개발이냐' 논란에 배다리 마을은 아프다  

곽현숙 대표와 민운기 대표는 배다리마을을 역사문화마을로 보전하는 일에 매달려 인천시와 개발업자를 상대로 수년간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는 배다리 마을을 둘로 양분해 관통하는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동국제강 간 산업도로를 내려 했으나 역사문화마을로 만들어 보존해야 한다는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저항에 부딪혀 현재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도시재생도 고민꺼리다.

인천시가 송림로~유동삼거리 구간의 배다리 산업도로 공사를 멈추긴 했지만 그 싸움은 최종적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시는 지하차도 민원이 해결될 때까지 녹지와 임시주차장으로 운영한다지만 배다리 역사문화지구 조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민 대표는 "배다리 마을을 지키기 위한 문화축전, 배다리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등 배다리의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쳐왔다"고 밝혔다. 그 결과 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배다리산업도로 개설을 저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마을 한복판 빈 공간을 주민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중이다.

배다리 마을을 떠나며 차창 밖으로 스치는 포스터에 '인천 배다리, 우리가 지켜야 할 인천의 역사입니다'라는 글씨가 보인다. 그 글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질 것 같지 않다. 역사와 문화를 잘 보존하는 일은 역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풀어야할 공통 과제이기 때문이다.

배다리에는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골목길뿐 아니라 동네 곳곳에 멋진 예술 작품들도 숨어있다.
 배다리에는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골목길뿐 아니라 동네 곳곳에 멋진 예술 작품들도 숨어있다.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스페이스빔에서 만난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지도
 스페이스빔에서 만난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지도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태그:#인천, #배다리마을, #아벨서점, #배다리마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