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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술고등학교 안형민, 전훈 교사(왼쪽부터)
 안양예술고등학교 안형민, 전훈 교사(왼쪽부터)
ⓒ 노오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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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예술고등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속 예술고등학교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끼가 넘치는 학생들이 스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의 예비 예술인을 길러내는 예술고등학교는 실제로 어떤 교육을 하고 있을까? 7월 2일 오후, 4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안양예술고등학교(이하 안양예고)를 찾았다.

교문을 들어서자 평온하고 정돈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조심스레 교무실 문을 닫고 나오던 한 학생은 한껏 멋을 낸 교복차림이 아니라 편안한 체육복 차림이었다. 활발한 학생들로 시끌벅적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금관악기 연습소리가 복도를 중후하게 울리고 있었다. 예술부장 전훈 교사, 연극영화부장 안형민 교사와 안양예고만의 예술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커리큘럼 중 '예술영재학급'이 눈에 띈다. 어떤 프로그램인가?
전훈: '예술영재학급'은 안양예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중 예술에 재능 있는 학생들을 발굴한다. 매주 토요일 4시간씩 수업한다. '예술영재학급'의 장점은 예술의 조기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비가 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 안양예고에서 많은 스타가 많이 배출된 이유는? 그들의 학창시절 에피소드가 있다면.
전훈: 학교 안에서 스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다. 세분화된 커리큘럼과 실력 있는 선생님들, 학생들의 열정이 맞물려 있다. 실기수업은 소수정예, 조별로 이루어진다. 일방적으로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선생님이 큰 틀을 정해주면 자유롭게 의견도 나누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방식이다. 스타가 되기 위한 커리큘럼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과정들이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 안양예고가 다른 예술고등학교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안형민: 안양예고의 가장 큰 장점은 전통이다. 국내 예술고등학교 중 가장 오래된 학교다. 연기전공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모든 수업을 이수할 경우 배우로서의 기본을 충실히 다질 수 있다. 1학년 때는 기초 트레이닝과 연기, 가창, 움직임 등의 기본을 배우게 된다. 2학년이 되면 공연 제작에 집중한다. 다른 예술고등학교는 1년에 1번 공연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양예고 연극영화과는 1년 동안 4번의 공연을 올린다. 또한, 부전공 제도를 통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

영화전공 커리큘럼은 대학교 전공수업과 유사하게 설계돼 있다. 인문학을 비롯해 예술사(藝術史), 이야기분석, 작가연구 등을 학습해 테크닉보다는 학문적 접근을 우선시한다. 대외적인 성과를 내려면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이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창조적인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 안양예고가 다른 예술고등학교와 다른 점이 아닌가 한다.

전훈: 안양예고 연극영화과는 다른 예술고등학교와 다르게 연극, 뮤지컬, 연출 등의 3개 전공이 있다. 고등학교로서는 특이하게 연출전공도 연극연출, 영화연출로 세분화된다. 1학년 때부터 바로 공연을 시키지는 않는다. 장면발표회부터 시작해서 1학년 겨울방학에 이르러 처음으로 완전한 공연을 할 수 있다. 작품을 선택할 때도 쉽고 가벼운 것보다는 공부할 거리가 많은 텍스트를 고른다. 3학년이 되면 연기전공 학생들은 장면연기, 독백연기 등 무대에 서기 위한 훈련을 강화한다.

안양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공연 실황
 안양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공연 실황
ⓒ 안양예술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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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 교육자로서 철학이 있다면.
안형민: 예술 교육의 체계성이 중요하다. 체계적인 예술 교육이 있어야 학생들이 창의적, 창조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연극, 영화가 단일한 학문이 아니라 종합예술이라고 이해하게 되길 바란다. 인성교육도 빼 놓을 수 없다. 최근 학생인권과 교권에 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안양예고에서는 불미스러운 갈등이 없다. 건강하고 밝고 생각이 넓은 아이들이다.

- 안양예고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안형민: 연극, 뮤지컬, 연출 3개 전공 모두 실기시험을 치른다. 연출전공은 실기시험을 보지 않는 인원도 있다. 우선전형은 3개 전공에서 실기시험과 내신성적 없이 선발하는 입학전형이다. 영화, 방송, 뮤지컬 등에서 활동했거나 관련 대회에 입상한 경우 지원할 수 있다. 안양예고 연극영화과의 경쟁률은 약 5:1 정도다.

-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인가?
안형민: 꾸준하게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보람을 느낀다. 여러 이유로 성실성을 잃었던 친구들이 점점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학생들과의 관계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지도가 잘 안 되는 아이는 방관보다 관심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선생님을 믿게 된다.

안양예고 연극영화과 공연 실황
 안양예고 연극영화과 공연 실황
ⓒ 안양예술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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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고등학교가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안형민: 대부분의 예술고등학교가 사립이다 보니 재정적인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예술교육의 과도기다. 예술영재나 대학에 지원이 집중되다 보니 중간 교육과정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전훈: 음악, 미술과 같은 학문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단계를 쌓아나간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연극학은 체계성이 없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기존 교육은 무시하고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경향이 많다. 이 과정에서 입시와 실제 교육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 앞으로 예술고등학교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하나?
전훈: 일부 예술고등학교가 지나치게 대중문화 쪽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가치판단이 필요하다. 학교마저도 시장논리에 쫓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안형민: 현재 수도권에서는 안양예술고등학교, 계원예술고등학교, 고양예술고등학교, 경기예술고등학교 등 4개 학교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4개 학교는 예술교육 외에 내신성적과 인성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학교가 스타를 많이 배출하면 발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예술고등학교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은 대외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재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을 통해 종합예술인을 길러내야 한다. 연극영화 분야에서는 텍스트를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책 한번 읽었다고 좋은 사고력이 나올 수는 없다. 그래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작품을 만들어 가는 사람, 창조적인 예술가를 길러내는 것이 예술고등학교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테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안양예술고등학교, #안양예고, #안양예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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