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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시리아 내전'에 대한 아동 인권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시리아 어린이 3명 가운데 1명이 폭행이나 총격을 당했고, 4명 가운데 3명은 주변인들의 사망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만 아니라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전쟁이 일어나면 어김없이 어린이는 위험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폭탄은 어린이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다.

전쟁이 끝나도 아이들을 위협하는 무기들은 많다. '잔류 폭발물'로 불리는 불발탄과 지뢰다. 아프가니스탄, 보스니아 헤르체고바, 캄보디아, 콜롬비아, 이라크, 수단 등등 90여개 나라에는 수많은 잔류폭발물이 있다. 얼마나 많으면 '지뢰밭'이라고 할까. 해마다 이들 폭발물로 1만 5천에서 2만 명이 숨진다. 그 중 20%가 어린이다.

지뢰밭 아이들
 지뢰밭 아이들
ⓒ 한울림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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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모든 것은 신기하다. 지뢰도 마찬가지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한 순간 아이들 생명을 빼앗아가 간다. <뽀뽀>, <뿡, 너 방귀 뀌었지?> <아이고, 오줌 마려워>를 통해 아이들과 낯 익은 앙젤 들로누와가 쓰고, 크리스틴 들르젠느가 그린 <지뢰밭 아이들>(한울림어린이 펴냄)은 40쪽 밖에 안 되지만, 어른이 저지른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낱낱이 고발하고,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선물해야 할 것은 '평화'임을 위한 말한다. '평화의 다큐멘터리'인 셈이다. 

열한 살 마르와는 부모님과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그 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더 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때부터, 아주 오랫동안 '전쟁'을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어느 날 비행기들이 "무서운 벌 떼처럼 윙윙거리"며 마을 위를 지나가면서 "커다란 회색 물건을 쉴새 없어 떨어" 뜨리고 갔다. 경찰관은 마르와와 동무들에게 찾아와 회색 물건을 만지지 말라고 했다.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마르와와 아마드는 공놀이를 하기 위해 숲속으로 갔다. 그때 아주 예쁜 '노란 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드와 나는 숲 속에 들어갔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노란 병을 발견했어요. 아마드가 그 병을 집어 드는데, 빛이 번쩍이더니 뜨거운 불길이 일었어요. 수천 개의 날카로운 조각이 내 얼굴과 가슴과 팔에 박혔어요. 아마드는 팔 하나와 다리 하나를 잃었어요. 더 이상 예전처럼 걷지도, 달릴 수도 없게 되었지요."

이제 아마르는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다. 예쁜 노란 병이 아마드 팔과 다리를 빼앗가버리 것이다. 어른은 탐욕으로 증오와 죽임을 만들었지만, 마르와는 지구 저편 "전쟁을 모르는 곳"에 사는 동무들에게 평화가 얼마나 고귀한 지 전하고 싶어 <지뢰밭 어린이>란 제목 편지를 썼다.

지뢰밭 아이들
 지뢰밭 아이들
ⓒ 한울림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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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번도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우리 이야기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혹시라도 노란 병을 만날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비록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의사 선생님도 아마드의 사라진 팔다리를 되돌려 줄 수 없습니다. 아마드는 팔 하나와 다리 하나를 절단해야 했지"만 마르와는 다른 동무들은 아마드처럼 팔과 다리를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른들이 전쟁을 만들었다면, 마르와와 아마다는 평화를 만들어 나간다.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란다.

"아마드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큰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뢰밭 아이들>은 어른들 머릿속에서는 나오는 평화에 대한 그 어떤 담론보다 가슴에 와닿는다. 전쟁을 평화로, 미움을 사랑으로, 증오를 화해로 만들어가는 마르와는 이름 모르는 지구라는 땅을 밟고 사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쓴다.

"내 이름은 마르와예요. 나는 열한 살이고, 얼굴과 팔에 흉터가 많아요. 내 친구 아마드의 용기를 자랑하고 싶어서 우리 이야기를 했어요. 모든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한 번도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혹시라도 노란 병을 만날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아마드 팔다리를 빼앗가 '노란 병'은 무엇일까?

지뢰밭 아이들. 1년에 1만-2만명이 지뢰같은 잔류 폭발물로 숨진다. 이들 중 20%가 어린이다
 지뢰밭 아이들. 1년에 1만-2만명이 지뢰같은 잔류 폭발물로 숨진다. 이들 중 20%가 어린이다
ⓒ 한울림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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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병'은 축구장보다 더 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집속탄'이란 폭탄으로 항공기에서 쏟아져 나온 큰 폭탄이 공중에서 수백 개의 작은 폭탄으로 나뉘어 폭발하는 무시무시한 폭탄이다. 큰 폭탄(엄마 폭탄) 속에 작은 폭탄(아들 폭탄)이 여러 개 들어 있다고 해서 모자 폭탄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노란 색깔에 음료수 캔만 한 크기여서 아이들은 '노란 병'이라고 부른다. 한때 연합군에서 뿌린 구호 식랭팩과 색깔이 같아서 아이들에게 큰 위협이 되기도 했다. 아이들은 특유의 천진함과 신기한 물건을 만지고 싶은 호기심 때문에 더더욱 쉽게 위험에 빠지고 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집속탄 세계 2위 생산국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 몸을 해하는 노란 병 생산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책은 앞뒤 면지에 제주도 있는 '곶자왈 작은 학교' 아이들이 쓴 글이 실려있다. 그 중 하나를 옮긴다.

"평화는 '무기'를 싫어한다. 다툼은 할 수 있지만 다툼에 무기가 들어가면 전쟁이 터지기 때문이다. 나는 평화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몇몇 사람에게만 평화가 있다면 그것은 평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화의 '평(平)'은 공평할 평! 평화의 뜻처럼 모든 사람에게 평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평화가 공평하지 않다. 어떤 곳에서는 정말 평화롭지만 어떤 곳에서는 지금도 전쟁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초5 하00)
'평화는 '마음 껏 뛰어노는 거'"(초3 김00)

덧붙이는 글 | 지뢰밭 아이들 | 앙젤 들로누와 글 | 크리스틴 들르젠느 그림 | 김영신 옮김 | 한울림어린이 펴냄 | 40쪽 | 12,000원



지뢰밭 아이들

앙젤 들로누와 글, 크리스틴 들르젠느 그림, 김영신 옮김, 한울림어린이(한울림)(2013)


태그:#지뢰밭, #노란 병, #접속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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