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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회에 보낸 국정원 요원 범죄일람표.
 검찰이 국회에 보낸 국정원 요원 범죄일람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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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해 11월 9일 금요일 오후 4시 11분.

일간베스트(일벗) 사이트에 "박근혜 찍으면 전교조 초토화 시킬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글에 '추천'을 누르는 손이 있었다. 평일 근무시간 '베스트' 글을 만들기 위한 '클릭' 활동에 나선 손은 바로 국가정보원(국정원) 요원의 것이었다.

대북 활동을 주 업무로 하는 국정원이 우리나라(남한) 사람들을 겨냥해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인 사실이 밝혀지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국정원의 인터넷 공작은 교육계를 향해서도 깊숙이 파고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직원, 평일 근무시간에 전교조 겨냥해 댓글 공작

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검찰 '범죄일람표'에 실린 3688건을 5일 분석해본 결과, 국정원 요원들은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한 학생인권조례를 집중 공격했다. 모두 30여개에 이르는 게시글이 그랬다. 또한 전교조를 표적으로 삼은 글 12개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건수는 검찰이 범죄일람표를 만들 때 '북한'이나 '종북' 내용을 빼고 정치 간여 등의 선거운동 혐의에 국한해 모은 것이어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1년 말에서 2012년 초까지 보수 단체들이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할 때, 국정원 요원들도 인터넷에 몸을 숨긴 채, 손을 바삐 움직였다. 이들은 네이버블로그, 네이트판 등지에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글들을 게시했다.

내용은 "10대 성 생활 장려", "동성애 두둔 조례는 교육재앙"이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보수단체들의 주장과 같았을 뿐더러, 조례의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검찰이 국회에 보낸 국정원 요원 범죄일람표.
 검찰이 국회에 보낸 국정원 요원 범죄일람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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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을 찬찬히 살펴보면 정말 조상들 보기 부끄럽다.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의해 집회, 데모할 권리, 임신, 출산, 동성애를 할 수 있는 권리, 그 어떤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건데 일본 학원물, 야오이 만화에서나 봄직한 내용들이다. …10대들에게 성생활을 장려하는 나라라니…. 대단하다."(네이버블로그, 2012년 1월 9일 월요일 오후 3시 8분)

"일부 교사는 교장의 권위를 흔들며 잘못된 역사관을 가르치고 막말수업으로 교사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일부 교육감과 당파적 교육위원들과 의회는 학생인권조례라며 임신 출산, 동성애, 교내외 집회의 자유까지 담은 조례를 만들어 교육 붕괴와 망국을 작심한 모습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진정으로 실사구시 차원에서 재검토하든 아니면 폐기돼야 마땅하다!"(네이트판, 2012년 1월 10일 화요일 오후 4시 43분)

"학생인권 임내 하면서 선생님의 간접체벌까지 전면 금지하면서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각종 집회를 사실상 마음대로 열게 하고, 두발과 복장을 내키는 대로 꾸미고 입을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동성애마저 두둔하는 조례는 교육재앙을 자초할 뿐이다."(네이트판,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오후 4시 37분)

학교폭력은 전교조 등 좌파의 이념투쟁 도구가 아니다?

물론 국정원 요원들의 댓글 공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교조에 대한 공격이었다. 전교조에 대해서는 주로 색깔론을 동원했다.

"학교폭력 문제는 전교조 등 좌파의 이념투쟁 도구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네이트판,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오후 6시 00분)

"180만원 받은 공 전교육감에겐 '짐승같은 짓' vs 3000만원 받은 곽 교육감에겐 '업무복귀 환영? 이에 대해 조전혁 의원 한마디 '전교조 어디 가서 선생이라고 하지 말라."(네이트판, 2012년 1월 22일 일요일 오후 12시 56분)

"모택동이 브루주아 계급과 자본주의 타파를 위해서는 청소년이 움직여야 된다고 부추긴 것과 좌빨들이 전교조 만들어서 청소년들에게 사상을 주입시키는 것에서 유사성이 보인다"란 게시글에 '추천' 클릭.(일베,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오후 3시 30분)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국정원 댓글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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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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