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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용역 업체를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는 언론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6층 회장실 앞에서 한국일보 기자들이 장재구 회장의 퇴진과 사측이 폐쇄한 편집국 문을 열어 달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회장실 앞에서 구호 외치는 <한국일보> 기자들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용역 업체를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는 언론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6층 회장실 앞에서 한국일보 기자들이 장재구 회장의 퇴진과 사측이 폐쇄한 편집국 문을 열어 달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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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의 편집국 봉쇄 사태가 장기화되자 사회 각계에서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학교 교수·학생·교직원들도 '<한국일보>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학에서 '<한국일보> 사태'에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다.

서울대 소속 이정재 교수협의회장, 박종석 노조위원장, 홍성민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장, 김형래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2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한국일보> 경영진은 편집국 폐쇄 조치를 풀고 신문을 정상적으로 발행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국일보> 경영진이 편집국을 폐쇄하고, 경영진의 뜻에 따르는 극소수의 인원들만으로 비상식적인 신문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일보> 스스로가 결함을 감추고 부조리를 강행하며 분란을 조장하는 처사는 '제 눈의 들보는 모른 체하고 남의 티끌을 험 잡는 형상'으로 어떤 미사여구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한국일보>가 가장 중요한 언론의 핵심기능 마저 잃은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며 "하루바삐 편집국 폐쇄조치를 풀고 정상화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공동 성명을 주도한 이정재 교수협의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회적 문제를 고발해야 할 언론이 도리어 논란을 일으키는 주체가 된 현실에 분노하게 됐다"며 "갈등이 일어났으면 회사 쪽에서 빨리 해결하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런 모습마저 전혀 안보여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성명 발표 이유를 밝혔다.

한편, '<한국일보> 사태 해결'을 위한 국회 차원의 움직임 또한 활발히 진행되는 모습이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를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했다. 앞서 1일에는 이인영 등 민주당 의원 7명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일보사를 방문해 기자들을 격려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가 청문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한국일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음은 서울대 4개단체의 공동 성명 전문.

<한국일보> 경영진은 편집국 폐쇄 조치를 풀고 정상적으로 신문을 발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일보>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정신, 정정당당(正正堂堂)한 보도,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자세를 사시(社是)로 하여 오랫동안 우리 언론의 선두에 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발전 시켜왔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한국일보>의 정론과 사회 감시를 고마워하고 있고, <한국일보>를 통하여 정치와 사회 현상을 느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우리나라의 역동적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고 믿습니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그동안 서울대학의 많은 졸업생들이 <한국일보>에 헌신해 왔고, 지금도 <한국일보>에 속하여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서울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계시는 많은 교직원과 재학생 역시 <한국일보>의 발전과 올바른 정론활동을 항상 기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일보> 경영진이 편집국을 폐쇄하고, 기자들에게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근로제공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기자들에 대하여 기사작성·송고 전산시스템 접근을 차단한 채, 경영진의 뜻에 따르는 극소수의 인원들만으로 비상적인 <한국일보>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우리의 좋은 전통이 훼손되는 절망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일보>의 가치는 재화로서 보다는 정론을 펼치는 언론의 표상으로서의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치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일보> 스스로 사시에 걸 맞는 올바른 윤리경영을 펼쳐야 하고, 부족함에 대해 언제나 가차 없는 자기성찰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언론의 사명이 타자의 결함을 밝히고, 사회에 부조리를 고발하여 경각심을 고취하며,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음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한국일보> 스스로가 결함을 감추고, 부조리를 강행하여, 분란을 조장하는 처사는 '제 눈의 들보는 모른 체하고 남의 티끌을 험 잡는 형상'으로 어떤 미사여구로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신문이 쇠락하는 것은 재산이 줄어들기 때문이 아니라 소속기자가 투철한 기자정신을 잃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편집국 밖에서 취재일선으로 복귀하기 위해 애쓰는 대다수의 기자들을 볼 때, <한국일보>가 많은 것을 잃은 중에도 가장 중요한 언론의 핵심기능 마저 잃은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하루바삐 이 파행을 멈추어 소중한 언론의 정신이 보전 되도록 편집국 폐쇄조치를 풀고 정상화하기를 바랍니다.

2013. 7. 2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장 이 정 재
서울대학교 노동조합 위원장 박 종 석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학교 지부장 홍 성 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김 형 래


태그:#한국일보, #서울대, #장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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