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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감독은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김선 감독은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 김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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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영화 사전 검열은 사라졌나.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많은 영화인들은 사실상 검열제도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화등급 중에 극장에 걸 수 없는 제한상영가 등급이 있기 때문이다. 

김선 감독(33)의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도 2년 넘게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자가당착>은 포돌이 마네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실과 정치를 비꼬는 풍자영화다. 이명박 정부에서 불거졌던 촛불집회,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등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걸린 마네킹의 목이 잘리는 장면 등을 두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하게 훼손한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김 감독은 이에 반발, 작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반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지난 5월 등급취소판결을 얻어냈다(관련기사 : 목 잘리고 피 튀기고...그래도 법원은 감독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영등위가 항소하는 바람에 <자가당착>의 상영 여부는 재판 결과를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

김선 감독은 누구?
김선 감독은 친형인 김곡 감독과 함께 '비타협영화집단 곡사'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만들어오고 있다. 2001년부터 <이 사람들을 보라>, <반변증법>, <자본당 선언: 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 <뇌절개술> <방독피> 등 실험성이 강하고 현실비판적인 영화들로 주목받았다.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영등위가 납득할 수 없는 기준으로 권력을 남용하여 국민들의 볼 권리를 빼앗고 있다"며 "특정 정치세력을 비판한 영화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제한상영가 판정은 예술가의 입을 막고 국민들의 눈을 막는 격이다.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영등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바람은 소박하다. "<자가당착>을 성인들이 보고 판단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헌소지가 있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와중에 <자가당착>은 일본에서 6월 29일 개봉됐다. 한국에선 성인도 볼 수 없는 영화가 일본에선 중학생 관람가로 상영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가당착>과 제한상영가등급을 둘러싼 이야기, 영화와 재판이야기를 김 감독과 나누었다. 인터뷰는 6월 10일 저녁 서울 합정동 찻집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국에선 제한상영가, 일본에선 중학생 관람가

- 먼저 개인적인 질문부터 하자. 어떻게 하다가 영화를 만들게 되었나.
"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쌍둥이 형(김곡 감독)은 철학을 공부했다. 애초에 둘 다 영화를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우연히 단편을 만들었고 그것이 영화제에 소개되면서 독립영화판으로 흘러오게 되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시나리오도 쓰고 본업이 되었다."

- 그동안 독립영화만 해왔나.
"2006년 옴니버스 인권영화 <세 개의 시선>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게 정식으로 극장에 걸린 첫 번째 영화이다. 그 영화를 보고 영화제작사에서 연락이 와서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쓰게 됐고 <화이트>라는 상업영화도 찍게 되었다."

- 지금까지 만든 영화는 몇 편이나 되나.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단편 포함 20편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지난 4월 <철의 여인>이 개봉되었고, 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은 <방독피>가 곧 상영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김곡 감독과 함께 만들어왔다.

각자 따로 만든 영화가 한 편씩이 있는데, 묘하게 그 영화들이 시련을 겪었다. 김곡이 만든 <고갈>은 2009년에, 내가 만든 <자가당착>은 2011년에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고갈>은 수간장면이 문제가 됐는데 결국 그 부분을 삭제하고 상영을 했고, <자가당착>은 소송까지 가게 된 것이다."

- 본격적으로 영화 <자가당착> 얘기로 들어가보자. 인터뷰 전에 영화를 직접 보았다. 그런데 단편과 장편 2개가 있던데. 
"30분짜리 단편과 73분짜리 장편이 있다. 단편 버전은 편의상 <철의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소송 중인 영화는 속편 격인 장편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다."

박근혜 대통령 마네킹이 등장한 까닭은?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몸이 불편한 포돌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쥐들과의 일대격전을 벌이는 정치 풍자영화다.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몸이 불편한 포돌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쥐들과의 일대격전을 벌이는 정치 풍자영화다.
ⓒ 곡사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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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가당착>에는 마네킹과 사진이긴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한다. 굳이 현직 대통령을 등장시킬 이유가 있었나.
"영화를 만든 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이고,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될 것 같더라.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우리나라 정치를 쭉 살펴 보면 박정희라는 인물을 빼놓고 도저히 얘기가 안 되더라. 어떻게 보면 이 나라를 다 만들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보수와 진보의 분열, 남과 북의 분열을 박정희가 관망하고 있는 듯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철의 여인>에선 박정희의 딸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박근혜 대표가 커터칼 습격을 당하는 것을 마네킹이 보았을 때는 국가를 음해한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을 한 거다." 

- 장편 제목이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인데 어떤 의도로 정한 것인가.
"폼 잡으려고 그랬다(웃음). 자가당착은 앞뒤가 맞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정치세력을 풍자하는 뜻으로 정했다. 2008년 촛불집회 끝나고 나서 만들었으니까, 정부의 자가당착을 타깃으로 한 측면도 있다. 또한 이 영화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고, 이 영화를 보고 현실참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아직 현실참여가 되지 않고 있다."

- 장편과 단편 모두 마네킹이 주인공이다. 어떤 의도인가. 
"<철의 여인>에서 마네킹은 플라스틱인데도 자기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은 자가당착 속에서 깨지고 만다. 연약함, 정치적인 느슨함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영화다. 마네킹을 주인공으로 택한 이유는 비판의식을 넣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아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정치적으로 죽어있는 주인공을 상정한 것이다. <자가당착>에서 포돌이를 선택한 것은 공권력의 폭력성을 풍자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솔직히 이 영화 만들고서 사람들이 너무 웃겨서 난리가 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 오판이었다.(웃음)"

"영등위, 정치적 판단으로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

- 지나친 폭력성, 선정성, 인간의 존엄성 훼손 등이 제한상영가 판정 이유다. 영등위가 주로 문제 삼은 장면은 3군데인데, ① 송곳이 머리에 꽂혀 죽은 경비원이 불태워지는 장면 ② 불이 붙은 남자 모형 성기가 묘사된 장면 ③ 박근혜 후보 사진이 부착된 마네킹 목을 쳐 피가 솟구치는 장면이다.
"①번과 ②번은 영등위가 소송에 와서야 문제삼은 부분이고, 주된 사유는 ③번이다. 표면적으로는 폭력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영등위가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다."

- 영등위는 정치적인 판단을 부정했다. 영등위 박선이 위원장도 작년 국정감사에서 "풍자의 정도를 넘어섰고 굉장히 모욕적, 폭력적"이고 "특정인을 대상으로 폭력성이 표현되어 제한상영가로 결정되었다"고 했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국회의원, 대통령을 개인이라고 할 수 있나. 국가기관으로 봐야 한다. 영화는 국가기관, 정치세력을 비판한 것이다. 마네킹 목 치는 장면도 직접 보면 결코 폭력적이지 않다. 오죽했으면 1심 판결도 "폭력의 잔혹함을 부각시켜 관객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겠나. 내가 보기엔 정권을 비판했기 때문에 영등위가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를 한 것이다. 어찌 보면 국정원 댓글사건과 비슷하다."

"제한상영가 판정, 국민들의 눈을 막는 것과 마찬가지"

김선 감독은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제한상영가등급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 영화 <자가당착>의 김선 감독 김선 감독은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제한상영가등급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 김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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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점에서 국정원 댓글사건과 유사하다는 건가.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이다. 따라서 정치적 중립을 어겨서 어떠한 정치적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위헌이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면 안 되는데도 정치에 개입을 해서 헌정질서를 파괴했다고 비난을 받는 것이다.

<자가당착> 제한상영가 판정은 더 심각한 사건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어떤 정치세력을 반대하는 물타기에 불과하지만, 제한상영가 판정은 예술가의 입을 막고 국민들의 눈을 막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고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 것과 뭐가 다르나. <자가당착>이 독립영화다 보니까 일반인들이 심각성을 덜 느끼는 것뿐이다."

- 그렇다더라도 실존 인물 마네킹의 목을 자르거나 피가 넘치는 장면 대신 다른 상징적인 장면을 쓸 수는 없었나.
"<자가당착>의 미덕은 직설적인 비판, 공격성에 있다. 더군다나 그 장면 때문에 상영금지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 영등위에 묻고 싶다. 이 영화가 왜 폭력적인가. 그냥 마네킹 목을 친 것이다. 정치풍자극일 뿐이다. <철의 여인>과 비교해도 폭력의 수위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왜 제한상영가가 되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당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 1심 재판에서 이겼다. 승소를 예상했나.  
"처음에는 큰 기대를 안 했다. 영화 등급 결정에 대해서는 영등위가 한 번도 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가당착>이 영등위의 제한상영가등급 취소 판결을 이끌어낸 최초의 사례라고 들었다. 상당히 기뻤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왜 좋아해야 하나 싶더라. (내가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당연한 건데……."

- 재판과정에서 양측의 공방도 치열했을 것 같다. 
"변론기일을 두 번 열고 바로 판결을 내리더라. 영등위 측의 주된 주장은 두 가지였다. 영화에서 풍자는 허용하되 지나친 풍자는 안 된다. 폭력은 괜찮지만, 실제 인물에게 가하는 폭력은 안 된다.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와 소송대리를 한 박주민 변호사는 영화 <킬빌>을 비롯하여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데도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를 자료로 제출했다.

미국 MTV의 패러디 프로그램<셀레브리티 데스매치>(Celebrity Death Match)라는 애니메이션을 공개한 것도 주효했던 것 같다. 오바마, 조지부시, 마돈나, 마이클잭슨 등 실존인물이 점토인형으로 나와서 사지절단하고 피가 나도록 싸우는 게임이다. 법정에서 미국에선 이런 장면을 애들도 보는 TV에서 방송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어른도 못 보게 한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 2008년부터 현재까지 등급을 받은 영화 3710건 중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는 36건에 불과하다. 1%도 안 되는데 해당 영화들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 있다고 상영금지 시키는 게 더 문제다. 사전검열은 위헌이라는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영화는 상영이 가능해야 한다. 제한상영가도 등급 중의 하나이지만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 아닌가.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관객이 판단해야 한다. 1심 판결대로 '성인으로 하여금 영화를 관람하게 하고 자유로운 비판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포르노라고 어른이 못 볼 이유 뭐가 있나"

김선 감독은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제한상영가등급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 영화 <자가당착>의 김선 감독 김선 감독은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제한상영가등급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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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노도 제한없이 극장에 걸려야 한다는 말인가.
"어른들이 못 볼 이유가 뭐가 있나, 진짜 성행위도 하는데. 청소년에게 보여주자는 게 아니잖나. 물론, 아동 포르노물처럼 신들이 허락하지 않는 영역이 있을 수 있다. 어느 글에서 보니 독일에서 상영금지되는 영화는 전쟁미화, 아동포르노, 수간 정도라고 한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제한상영가등급을 없애야 한다. 이게 있다 보니까 영등위도 자기도 모르게 사실상 사전검열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다른 등급을 만들건, 법적인 보완을 하건 간에 상영금지 조치는 없애야 한다. <자가당착>은 이상한 케이스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예술영화로 인정했는데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것이다. 모든 것이 제한상영가 등급 때문이다." 

- 만일 <자가당착>이 일반 극장에 걸린다면 흥행에 성공하겠나.
"절대 안 그럴 거다.(웃음) 그래도 지금이 영화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어제도 짜장면 먹는데 옆 사람들이 자기네들끼리 <자가당착> 이야기를 하더라."

- 돈이 걸린 문제도 아닌데 소송까지 와서 치열하게 싸우는 까닭은 무엇인가.
"처음엔 '마네킹 목 잘리는 장면으로 상영금지를 주다니' 하는 반발심으로 소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재판에 임하다보니 제한상영가는 진짜 없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더 굳어지더라. 영화 역사상 검열이 없었던 적은 없었지만, 탄생한 지 10년이 넘은 제한상영가 등급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 결과적으로 법원의 판결이 표현의 자유 신장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나
"당연하다. 그런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 법원이 조금만 더 빨리 갔으면 좋겠다.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추세로 가고 있고 문화선진국 쪽으로 가고 있다. 제한상영가도 분명히 철폐될 건데 원하는 건 내 살아 생전에 없애보자, 이런 거다.(웃음)" 

- 영등위가 1심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했다. 상급심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면 <자가당착>이 상영 못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법원을 욕할 지도 모르는데,(웃음) 잘 될 거라고 믿는다."

- 만일 제한상영가로 최종 판정이 난다면 영화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아직 깊이 생각은 못해봤는데, 큰 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웃음)"

"대통령, 뽀로로나 싸이만 사랑하지 말고 독립영화에도 관심을"

김 선 감독은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제한상영가등급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 영화 <자가당착>의 김선 감독 김 선 감독은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제한상영가등급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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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선 소송 중인데 일본에서는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일본에선 어떤 등급이 나왔나. 
"<포돌이군의 가족잔혹사 X>라는 제목으로 6월 29일부터 상영된다. 일본은 중학생 관람가가 나왔다. 청소년 관람불가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다. 일본에선 한국에서 상영금지된 영화라는 걸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씁쓸하다."

- 끝으로 독립영화와 관련,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이 대폭 축소되었다. 지금은 심각한 정도다. 문화를 사랑하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독립영화처럼 돈이 안 되는 문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근데 뽀로로나 싸이만 사랑하시는 것 같다.(웃음) 대중들이 쉽게 문화를 접하려면 국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문화를 자본의 잣대로만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영화 검열과 심의의 역사
영화에 대한 검열은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 시기에도 있었다. 하지만 검열의 역사가 법률로써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2년 <영화법>(현재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영화법> 10조는 "공연자가 영화를 상영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에 공보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이때 허가의 주된 기준은 '공안 또는 미풍양속 위배 여부'였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영화를 통제하기 위해 아예 헌법에까지 검열을 명시했다. 1969년 개정된 3공화국 헌법은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은 금지하면서도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위하여는 영화나 연예에 대한 검열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 이후 한동안 영화는 사전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명문화해 합격, 불합격 여부를 국가가 결정했다. 또한 문제 장면을 삭제하고 상영을 하게 할 수 있는 재량도 국가에게 있었다.

1984년 12월 영화법 개정으로 영화심의 주체가 국가에서 공연윤리위원회(공윤)로 바뀌고 사전허가제에서 사전심의제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공윤의 사전심의제는 △헌법 기본질서 위배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 △공서양속을 해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 △국민정신을 해이하게 할 우려 등을 기준으로 영화 상영여부를 결정하고, 상영금지나 형사처벌 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열과 다름없었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검열금지를 명시했지만 법률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헌재)는 1996년 10월 공윤의 사전심의가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그러면서 "영화 유통단계에서 미리 등급을 심사하는 것은 사전검열이 아니다"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정부는 몇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심의기관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 바꾸고 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18세 관람가 등급과 함께 등급분류보류 제도(특정 영화에 대해 일정한 기간 등급부여를 보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헌재는 2001년 8월 "등급분류보류제가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며 또다시 위헌을 선언했다. 그러자 정부는 2002년 1월 법 개정을 통해 "상영 및 광고·선전에 있어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라는 설명을 붙여 제한상영가 등급을 신설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헌재는 제한상영가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법률만으로는 알 수 없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9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제한상영가 기준을 다시 세웠다. 현재는 전체 관람가, 12세, 15세, 18세 관람가, 제한상영가 등 5개 등급분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광고나 상영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까닭에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는 현실에서 제한상영가등급 판정은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태그:#제한상영가, #자가당착, #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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