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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마는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중부지방부터 먼저 시작됐다. 장마가 남쪽에서 북상하지 않고 중부지방에서 시작돼 내려가는 것은 1981년 이후 32년만의 일이었다. 중국 중북부 지방에서 형성된 장마전선은 남하하면서 17일 늦은 오후 중부지방부터 비를 뿌렸고 18일 낮에는 전국 대부분 지방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올해는 평년보다 일찍 장마가 시작됐지만 중부지방은 열흘 정도 장맛비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른바 '마른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7월 2일(화) 예상되는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및 장마전선 위치 개념도 <그래픽 제공=기상청>
 7월 2일(화) 예상되는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및 장마전선 위치 개념도 <그래픽 제공=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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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관계자는 "'마른장마'란 공식 관측용어는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장마철인데 비가 없거나 비가 적은 날씨를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최근 이어진 마른장마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해져 장마전선이 제주 남쪽 해상에 머물며 한반도가 위치한 북쪽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태평양기단'과 '오호츠크해기단'의 세력 다툼→장마전선 형성

그렇다면 장마 현상은 왜 나타나는 걸까. 중·고등학교 과학 시험 중에 "장마는 OO기단과 XX기단과 같은 서로 다른 두 기단으로 인해 생긴다"라는 문제가 자주 나오곤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북태평양기단'과 '오호츠크해기단'이다.

여름철에 영향을 주는 장마는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고기압이나 대륙성고기압 사이에 형성된 전선(=불연속면)이 우리나라 부근에 위치하면서 시작된다. 대개 6월 말부터 7월 중순 남쪽과 북쪽의 강한 두 공기덩어리의 힘이 엇비슷해져 어느 한쪽도 상대방을 억누르지 못하고 중간에 세력다툼을 한다.

이때 전선이 만들어지면서 머무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장마전선'이다. 장마전선이 동서로 길게 형성되는 경우를 가리켜 '장마전선대'라고 한다. 장마전선대를 따라서 기압골이 이동하면서 흐리고 비오는 날씨를 약 한 달 동안 보이게 되는데 이 현상을 '장마'라 부른다. 북태평양고기압세력이 강력해지면서 북쪽으로 확장하는 7월 말쯤 이 전선대가 만주 부근까지 북상하면서 장마는 끝나고 한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된다.

장마, 대륙과 해양의 온도차로 생기는 계절풍이 주된 요인

동아시아 몬순(Monsoon) 시스템의 일부인 장마는 한반도의 주요 강수 시즌으로 연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장마 때 내리고 있다.

몬순은 대륙과 해양의 온도 차이 때문에 반년 주기로 풍향이 바뀌는 '계절풍'을 말한다. 몬순의 어원은 아라비아어로 계절을 의미하는 머심(mausim)에서 유래됐다. 과거 아라비아해에서 여름 반년에 부는 남서풍과 겨울 반년에 부는 북동풍을 가리켰지만 근대에 와서는 단순히 '계절풍'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계절풍은 대륙과 해양의 온도 차에 의해 발생한다. 즉 여름에 같은 양의 태양 복사가 있을 때 대륙에서 온도가 더 많이 상승해 육지에 저기압이 생긴다. 상대적으로 시원한 해양에서는 고기압이 생기게 되고 이때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쪽으로 흘러 해양에서 육지를 향해 바람(=해풍)이 분다. 이때 해풍은 많은 수증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 다습한 공기가 대륙의 지형이나 대기의 상태에 따라 상승해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겨울에는 대륙의 기온이 내려가 추워지면서 시베리아고기압처럼 큰 고기압이 형성되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양에서는 저기압이 형성되므로 육지에서 해양을 향해 바람이 불게 된다. 따라서 계절풍은 겨울에는 매우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불며 강수량이 매우 적은 반면 여름에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바람에 의해 많은 비를 내리게 한다.

이것이 계절풍 기후 지역에서 강수량의 계절별 차이가 많이 나타나는 이유다. 이런 계절풍 기후는 말 그대로 육지와 해양이 있는 곳에선 모두 일어난다. 하지만 대륙 서해안의 위도 30~60° 사이 지역은 연중 계속되는 편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대륙의 서해안은 강수량의 계절별 차이가 적은 서안해양성 기후가 나타나게 된다. 한편 해류 등의 지역적 영향으로 인해 강수량의 패턴이 약간 변형될 수도 있다.

몬순의 종류에는 바람이 나타나는 위도에 따라 ▶열대몬순 ▶아열대몬순 ▶온대몬순 ▶한대몬순 등으로 나뉜다. 세계에서 가장 현저하게 몬순이 발달하는 지역은 인도를 중심으로 한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한국·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다. 때문에 이들 지역을 '몬순 아시아'라고도 부른다. 그밖에 동아프리카나 기니만 연안의 몬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인도는 우리나라의 장마기간에 해당하는 6~9월까지 4개월이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몬순시기다. 이 기간 내내 거의 해 뜨는 날 없이 비가 내린다. 바로 이 비가 인도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매우 소중한 자원이 되기 때문에 인도인은 몬순을 신이 준 축복처럼 여긴다.

한편 우리나라는 중위도에 위치해 온대몬순 기후에 속하며 여름철 장마는 동아시아 몬순의 대표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장마를 중국에서는 '메이유(Meiyu)', 일본은 '바이우(Baiu)'라고 부른다.

일요일 제주 '장맛비'... 내달 초 전국에 본격적인 장마

2013년 6월 27일 오전 9시 지상일기도. 현재 제주도 남쪽 먼 해상에 장마전선이 위치해있다. ⓒ기상청
 2013년 6월 27일 오전 9시 지상일기도. 현재 제주도 남쪽 먼 해상에 장마전선이 위치해있다.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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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룩주룩 내리는 장맛비를 생각하며 레인부츠, 레인코트 등을 장만했을 것이다. 언제쯤 준비한 장마용품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걸까.

당분간(6월 말까지) 중부를 비롯한 내륙지역에는 장맛비 소식이 없다. 다만 낮 동안 강한 일사에 의해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오후부터 밤사이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 예보가 있다. 최근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면서 장마전선은 한반도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동안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점차 북상해 지난 25일과 26일에는 제주도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전선이 다음 주 초반까지 남해상을 오르내리며 일요일(30일) 다시 제주도에 장맛비를 뿌리겠다. 따라서 중부를 포함한 그 밖의 내륙지방은 장마전선이 점차 북상하는 다음 주 초반 본격적인 장마 소식을 접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기상청 예보관계자는 "장맛비가 주춤했던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층기압능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7월 1일(월)부터는 상층기압골의 영향을 받는 패턴으로 바뀜에 따라 기압골이 접근할 때마다 장마전선이 활성화되면서 남북으로 오르내리겠다. 특히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30일(일)에는 제주도, 7월 1일(월)에는 남부지방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하겠으며, 7월 2일(화)에는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강수대가 오랫동안 머무르거나 지형적인 영향을 받는 곳에서는 폭우도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최신 기상정보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날씨, #장마, #무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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