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콜>의 포스터

<더 콜>의 포스터 ⓒ NEW

2005년, 분기에 한 번은 119에 전화를 걸었다. 5살 아들과 아들 같은 2살 딸은 한 번씩 어딘가 깨지고 찢어졌다. 그 순간, 최악의 상황에 놓은 나를 최대한 침착하게 만든 것은 119응급센터 직원이었다. 그들의 모습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할 베리 주연의 영화 <더 콜>은 뻔 한 공포물보다 볼만한 스릴러다. 위급한 순간마다 기다리라는 말로 속을 터지게 했던 바로 그 911응급센터의 이야기다. 그간 공포영화의 엑스트라쯤으로 등장하던 911센터가 이제야 주연이 된 것이다. 그것도 범죄스릴러의 끝내주는 내공을 선보이며 말이다.

숱만은 파마에 정 많고 유능해 보이는 911센터 요원 조던(할 베리)은 한 소녀의 응급 전화에 순간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다음 날 소녀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좌절 모드'로 빠져드는 조던. 그녀는 자신이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자책으로 한동안 응급전화를 받지 못하고 신입들의 교육을 담당한다.

1초에 3건씩 걸려오는 911 콜센터... 긴박하다

 살려고 하는 자와 필사적으로 살리려는 자의 전화 통화를 담은 영화 <더 콜>

살려고 하는 자와 필사적으로 살리려는 자의 전화 통화를 담은 영화 <더 콜> ⓒ NEW


6개월 후, 괴한에게 납치돼 트렁크에 갇힌 소녀 케이시(아비게일 브레스린)의 전화를 받게 되는 조던. 순간 당황한 듯 했지만 능숙한 솜씨로 케이시를 안정시킨다. 이어 좁은 트렁크 안에서 탈출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살려고 하는 자와 필사적으로 살리려는 자, 그들의 통화는 목숨을 건 상황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허나 조던의 지시대로 지능적인 탈출을 계획하는 소녀의 모습에 놀란 범인은 즉흥적으로 다른 사람을 죽인다. 케이시는 과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는 조던과 케이시의 통화가 끊어지기 전까지의 숨 가쁜 상황을 담아냈다.

<더 콜>은 범죄와 사고 같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911요원들의 활약과 좌절, 인간적 고뇌를 그렸다. 1초당 3건의 벨소리가 울려 '벌집'에 비유되는 911콜센터의 긴박한 풍경은  압도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응급센터의 요원들이 술 취한 남성의 장난전화에 시달리거나 신고자의 위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경우, 요원들은 '심리안정실'을 찾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감독은 신고만 중계할 뿐 사건의 결말은 알 수 없는 직원들의 애환 등 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신고자를 안정시키며 침착한 질문으로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과 날씨에 따라 일어나는 범죄율의 변화 등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감독은 완벽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홀리는데 성공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옥에 티'와 같은 결말을 선보인다. 천편일률적인 마무리를 거부하려는 감독의 의도인 듯 보이나 살짝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더 콜>을 보는 94분은 빠르게 지나갈 것이며 모처럼 미끈하게 빠진 스릴러에 충분히 몰입하게 될 것이다.

더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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