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초등학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대로 일제고사가 폐지됐다. 하지만 현장에 일제고사폐지의 온기가 전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3월에 신문기사가 나고 학교에는 공문이 오지 않아 보수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불안해했다.

서울의 경우 4월 말에 일제고사폐지공문이 왔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는 마지막까지 공문이 오지 않아, 시험을 보는지 마는지, 표집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는 곳들도 있었다.

6학년 학업성취도 안내 공문 내용
관련 : 1. 교육부 교육정보분석과-318(2013.4.23.)호

     2. 「2013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기본계획」과 관련하여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과정 운영 기반 마련 및 학교현장의 시험부담 완화하고자, 교육부는 2013 평가 개선 방향으로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함을 안내합니다.

     3. 협조 사항
     - 관내 모든 초등학교는 학사일정, 교육과정 운영 시에 참고
     - 학부모, 학생에게 초 6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 안내로 민원 예방에 만전을 기하기 바랍니다.  끝. 
- 4월 말 서울 초등학교에 온 공문-

기초학력지원시스템은 제2의 일제고사?

충북지역 장학사들은 연구부장 회의에서 자체적으로 일제고사를 볼 수도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며 여전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교육청에서 부진아 지도예산을 내려보냈기 때문에 여전히 6월 24일까지 7교시 보충학습을 하거나 아침자습시간에 문제풀이 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었다. 일제고사 없이 6월 25일이 지났으니, 드디어 초등학교에 일제고사가 없어졌다는 내용을 실감을 하게 됐다(우리 민족에게 영원한 아픔으로 남을 6월 25일, 중·고등학교에서는 일제고사가 치러졌다).

한편 교육부는 초등 일제고사가 폐지되면서 기초학력지원시스템 구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제고사가 애초에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했던만큼, 4~6학년 진단평가 결과에 따라 부진 학생들을 이 시스템에 등록하고 지도 후 평가결과를 등록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몇 년전부터 대전이나 충남북 지역 등에서 하던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기초학력포털 대문입니다. 다른 지역도 화면은 거의 똑같습니다. 앞으로 온라인으로 기초학력부진학생들을 관리하고 지원한다고 합니다.
 서울시교육청기초학력포털 대문입니다. 다른 지역도 화면은 거의 똑같습니다. 앞으로 온라인으로 기초학력부진학생들을 관리하고 지원한다고 합니다.
ⓒ 서울시교육청자료화면

관련사진보기


충북지역에서는 2011년부터 진단평가후 부진아로 판정된 학생이나 교사가 판단하기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3~4차례 평가를 보고 부족한 영역에 대한 보정을 해주었다. 이런 방식에 대부분의 학생들이나 교사는 문제풀이 위주의 지도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연수를 가서 보아도 교육과정 자체에 문제가 많은데 그 내용을 비판 없이 일일이 문제로 만들고 단계를 나누어 보정하는 방식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이 시스템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현재 사이트가 검색되는 곳은 서울, 대전, 경북, 전남, 대구이다. 교사들은 실효성 자체도 문제지만 진단평가 자체를 안보는 지역도 많을 뿐더러, 학생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방식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학교들에서는 교사들이 일제고사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 일제고사를 보기 전의 초등학교는 어땠을까. 초등학교에 일제고사가 생긴 것은 2008년부터이다. 일제고사의 종류는 3종류로 3월에 보는 진단평가(4~6학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10월에 보는 3학년 기초학력평가, 6학년 학업성취도평가였다.

10월 평가들은 2000년대 초부터도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에서 주관했으며 3학년은 기초학습부진아를 선별하고, 6학년은 표집학교 외에는 학교에서 시험을 자율적으로 보고 학생지도에 활용할 뿐 전국적으로 서열을 매기지는 않았다.

3월에 보는 진단평가는 이명박 정권에서 처음 생긴 것이다. 전에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국어, 수학 과목만 진단평가를 봐서 교사들이 학급 학생들을 파악해 1년 지도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하였다. 사회나 과학 시험을 보지 않은 이유는 학년마다 지도 영역의 연계성이 많지 않고 이전 학년의 부진이 현재 학년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아서였다. 영어는 초등단계에서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하고 거의 수행평가를 하기 때문에 일제식 평가가 필요없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었다. 먼저 초등의 경우 7차교육과정이 시행된 2000년을 전후로 지필위주로 보는 일제식 평가는 많이 사라졌다. 대신, 수행평가를 서술식으로 써서 통지하는 방식으로 변화됐다. 그러다 다시 학교별 일제고사가 생기고 시도교육청 평가도 생겨나면서 학생들은 이중으로 고생을 해야 했다.

일제고사가 사라졌을 뿐인데...

현재 초등학교 상황을 보면 6학년 일제고사만 사라졌을 뿐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3월 진단평가를 보고 중간, 기말고사를 보는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점수를 올리기 위해 학생들 상황을 보지 않고 달려왔던 6학년 교실에서는 큰 변화가 느껴진다.

5월까지 시험진도를 빼기 바쁜데, 교과서를 진도대로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교사와 학생에게는 여유가 생긴다. 그간 6학년을 맡으면 어쩔 수 없이 점수경쟁에 매달렸던 교사들도 일제고사 신경쓰지 않고 수업을 하니 좋다고 한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의 변화는 더 크다. 진단평가가 자율에 맡겨진 곳이 많고, 학교별 일제고사도 폐지하는 곳이 생기고 있다. 학교별 일제고사를 가장 먼저 폐지한 곳은 2011년 서울시교육청이다.

당시 곽노현교육감이 초등 수시 평가 정책을 펼쳐, 일제고사는 거의 폐지됐다. 평가를는 여러번 나누어서 보는 거라며 학부모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은 거의 정착되는 분위기이다.

이어 경기, 강원, 전북 등에서도 수시평가, 상시평가라는 이름으로 초등 학교별 일제고사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보수교육감으로 당선된 서울 문용린 교육감은 중1 시험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또한 박근혜 정부가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토대가 되었다고 본다.

초등학교에서는 어떤 평가를 할까

그럼 일제고사를 전혀 보지 않은 초등학교에서는 어떤 평가가 이루어질까.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먼저 일제고사를 보기 전에도 평가는 늘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행평가가 일정한 날짜에 진행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수업과정에서 관찰한 내용을 가지고 정리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또 수행평가안에 지필평가를 비롯해 관찰, 토론, 실기 등 다양한 방식이 다 들어있다. 단지 일제고사가 사라졌을 뿐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지난 6월 18일 열린 일제고사 끝내기 토론회 <평가, 교사가 말한다> 토론회 장면입니다. 일제고사로 해직되었다 복직한 교사, 학교와 지역에서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를 실천한 사례, 외국의 사례등이 소개되었습니다.
 지난 6월 18일 열린 일제고사 끝내기 토론회 <평가, 교사가 말한다> 토론회 장면입니다. 일제고사로 해직되었다 복직한 교사, 학교와 지역에서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를 실천한 사례, 외국의 사례등이 소개되었습니다.
ⓒ 신은희

관련사진보기


또, 다양한 진단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전교조에서 '진단활동'이라는 이름으로 교과나 영역별로 학생들을 진단하는 방법, 심리검사나 상담법으로 학생들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지도하는 내용을 정리해 확산시켰다.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란 수업과 평가를 분리하지 않는다. 수업상황을 자세히 보면 교사가 수업 내용을 고르고 재구성하면서 이미 학생들의 발달 상황을 고려한다. 수업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학생들도 같이 협력하면서 수업을 해나간다. 수업하는 순간 순간에서 끊임없이 평가가 이루어지고 피드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보여주고 발달된 내용을 기술하여 학부모에게 알려준다. 학기말에 성적표로만 정리하는 게 아니라 학부모 통신을 활용하거나 학교별로 관찰결과를 여러 번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의 학력과 생활에 대해 "통지"하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방식이다.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는 개별적 평가 뿐 아니라 협력중심 평가를 한다. 평가가 주로 개인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경쟁을 야기하는데 반해 협력중심 평가는 학생들이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친구들에게 문제를 설명하고 같이 해결하는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또 학급 전체가 공부하고 발전해갈 수 있다. 그 전체 속에서 한 학생의 발달 경로를 그릴 수 있게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문제 유형을 지필식, 논술형, 서술형으로 할 것이냐 보다는 교육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을 재구성하고 수업계획을 짜는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수업과 평가가 분리되지 않는다. 평가를 잘 하기 위해서는 수업을 잘 짜야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도와주게 되는 것이다. 즉 진단활동도 수업도 모두 평가의 일부이다.

일제고사 폐지후 초등학교 풍경은 천차만별이다. 평가를 잘 하는 것은 수업을 잘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불가능하게 보였던 일제고사폐지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꾸준한 반대와 교육현장의 대안적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초등현장이 문제풀이식 수업에서 벗어나는 것만도 큰 변화이다. 여기서 머무르지 말고, 수업과 평가가 분리되지 않고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교육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교육청과 교육부는 이런 현장 실천 사례가 더욱 확산되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일제고사#수업과 평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