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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공양, 쑥스러워 하면서도 기분 좋나 봅니다.
 환갑 공양, 쑥스러워 하면서도 기분 좋나 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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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기 빠진 날이라고 하죠. 이 날은 세상 사람이라면 누구나 특별히 대접받고 싶은 은근히 기분 우쭐한 날입니다. 알아주지 않으면 왠지 화장실에 갔다가 뒤 닦지 않은 듯 찝찝합니다. 이럴 땐 뒤끝이 작렬하곤 합니다.

그렇담, 속세를 떠난 스님들 생일은 어떻게 지낼까?

"청강스님이 점심 먹자고 꼭 같이 오라던데…."

지인의 제안으로 지난 토요일(22일) 산청에 갔습니다. 스님 생일, 그것도 환갑이라며 은근 가길 바라는 터라 못 이긴 척 따라 나섰습니다. 속으로 '스님도 생일 쉬나? 고거 재밌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경남 산청 한의학박물관입니다.
 경남 산청 한의학박물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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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의태가 허준에게 시신을 기증했던, 살신성인의 해부동굴 내부입니다.
 류의태가 허준에게 시신을 기증했던, 살신성인의 해부동굴 내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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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의 동의보감촌에 있는 한의학박물관 주변은 오는 9월에 있을 세계의약엑스포를 앞두고 한창 공사 중이었습니다. 여기서 경남 창원의 성불사 신도 일행을 만났습니다. 먼저 허준의 동의보감과 한의학 전반에 대해 소개하는 한의학박물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허준 스승 류의태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해부했던 살신성인의 정신이 깃든 해부 동굴 등을 살폈습니다. 이어 점심 공양을 위해 찾은 곳은 산삼마을의 '산삼·약초 음식촌'이었습니다. 메뉴는 산삼을 재료로 사용한 요리가 즐비했습니다. 이거 대박이겠다 싶더라고요.

"부처님에게 귀의한 사람이 생일잔치가 뭬야~"

산삼 비빔밥은 1만원이었습니다.
 산삼 비빔밥은 1만원이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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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에는 약초 산삼 비빔밥 만 원, 산삼 삼계탕 1만5천 원, 산삼 흑돼지 두루치기 3만 5천 원, 산삼 막걸리 5천 원 등…. 온통 산삼에만 정신이 집중되었습니다. 주인장은 "지리산에서 자란 3년산 산양삼을 쓴다"고 하더군요. 이거라도 어딥니까, 감지덕지지. 약초 산삼 비빔밥을 시켰습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스님의 환갑 케이크에 촛불을 붙였습니다.

"속세를 떠나 부처님에게 귀의한 사람이 생일잔치가 뭬야~. 절에서는 이런 거 업따~ 마. 그런데 환갑잔치라니 더 부끄럽다, 마~."

쑥스러워하는 스님 말을 뒤로 하고, 생일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스님이 촛불을 끔과 동시에 폭죽이 터졌습니다. 속으로 '이게 뭐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출가한 스님 생일은 뭔가 색다를 거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아직 먼 '나'임을 확인시키는 거였죠. 부끄러웠습니다.

산삼 뿌리, 보는 것 만으로도 별미입니다.
 산삼 뿌리, 보는 것 만으로도 별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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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으로 야채샐러드, 나물 등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약초 산삼 비빔밥이 등장했습니다. 실망이었습니다. 비빔밥에 산삼이 얹어서 나올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비빔밥 그릇을 아무리 살펴도 산삼은커녕 산삼 비슷한 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름만 약초 산삼 비빔밥이군!'하고 실망했습니다.

산삼, 욕심으로 가득찬 배를 비우게 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산삼이 나왔습니다. 비빔밥을 고추장에 비비려는 순간, 산삼을 한 뿌리씩 접시에 담아내 왔더군요. '어쭈구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식점 주인장이 눈으로 먹는 맛의 재미를 아는 게지요. 음식의 심리전에서 주인이 손님을 이긴 게지요.

"동의보감촌 산삼마을에서는 농민의 정신과 사랑으로 기른 산청 산양삼으로 건강한 맛을 담아드리고 있습니다."

산삼 비빔밥입니다.
 산삼 비빔밥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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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입니다.
 산삼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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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산삼 요리를 소개하는 문구입니다. 이게 아니더라도, 아시다시피 산삼은 천하제일의 약초입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외쳤던 부처님과 같은 독보적인 의미라고 할까. 어쨌거나 산삼 잎 5개와 뿌리를 거듭 확인하고 나니, 식욕이 갑자기 돕니다. 산삼을 앞에 두고 나 몰라라 할 이 누가 있겠습니까.

산삼주를 따르고 있습니다. 유혹이지요.
 산삼주를 따르고 있습니다. 유혹이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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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하면 '껌뻑' 죽는 게 우리네 현실. 산삼은 노화방지와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밖에도 원기보강, 허약 체질 개선, 심장기능 강화, 혈액순환 촉진, 위장계 질환 완화, 체내 독 제거, 항 스트레스 작용 등 7가지 효능으로 유명합니다. 이걸 알기에 허겁지겁 약초 산삼 비빔밥을 먹어 치웠습니다.

스님 생일을 맞아 호기심에 가졌던 '스님도 생일 쉬나? 고거 재밌겠다'란 중생의 일천한 생각은 산삼이란 색다른 맛을 선물했습니다. 이는 특별한 가르침이기도 했습니다. 산삼은 욕심으로 가득찬 배를 비우게 했으니까.

산삼이 들어가니 비빔밥이 더 맛있더라고요.
 산삼이 들어가니 비빔밥이 더 맛있더라고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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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산삼 비빔밥, #산청, #한의학박물관, #환갑공양, #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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