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문제 : 다음 이야기는 누가 했을까?

"미군 주둔 연장을 자기네의 생명 연장으로 인식하는 무지몰각한 도배(무리)들은 국가 민족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도 아니하고 박테리아가 태양을 싫어함과 다름이 없이 통일 정부 수립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①박근혜 대통령 ②이명박 대통령 ③노무현 대통령 ④이정희 진보당 대표 ⑤백범 김구

이 문제의 답은 ⑤번 백범 김구다. 위 내용은 당시 이승만을 중심으로 하는 남한 단독 정부 수립 시도에 맞서 1948년 2월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된 글 가운데 일부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남북 단독정부 수립이 필연적으로 동족상잔을 불러올 것을 예견하고 이를 결단코 반대했다. "3.8선을 베고 죽을지언정 일신의 영달을 위하여 단독정부 수립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3.8선을 넘었던 결기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NLL보다 훨씬 큰 DMZ 포기한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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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그는 이날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노무현 대통령 NLL 대화록과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막장으로 흐르고 있다.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것 자체도 외교사에 길이 남을 일이지만, 그 내용을 견강부회로 왜곡하면서 언론 공세를 벌이는 것 역시 상식을 뛰어넘어 천박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등의 방북시 발언과 행적을 다 공개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노무현 대통령 NLL 대화록 공개는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 사태를 물타기 하려는 계산된 꼼수에 불과하다. 남북뿐 아니라 세상 어느 나라도 정상회담을 하면서 그 회담록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니 인터넷 상에서 "이건 나라도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해평화지대나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설치는 "DMZ 영토주권 포기냐 아니냐"는 비아냥이 흘러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조금만 이성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내용이 말도 안 되는 억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언론에 공개된 NLL 대화록이라는 것을 읽어보면 아무리 읽어봐도 NLL 포기로 읽히는 대목은 없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아무리 읽어도 NLL 영토주권 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분명히 어느 한쪽은 난독증이 있거나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 발언은 NLL 군사적 충돌로 무고한 젊은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으니 이를 서로가 평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제협력지대나 공동어로구역 같은 경제적 개념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이것이 왜 영토 포기이고, 왜 잘못된 제안인가?

현재의 NLL보다 더 좋은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것을 제안할 수 있고, 그 방안을 두고 서해평화지대나 공동어로구역 등이라고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것이 어떻게 영토주권 포기가 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 발언 '흡집내기', 과연 맞나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 NLL 발언 외에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 문제 삼고 있는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 사태나 미국의 제국주의 패권 문제, 주한미군 문제 등에 관한 발언 역시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이야기다.

정상회담 발언록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BDA 사태는 미국의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되어 있다. BDA 사태는 2005년 핵 동결과 미사일 유예 등에 관한 9.19 합의 하루만에 북의 예금을 동결시킨 사건이다. 그러나 미국 봉쇄 이유가 됐던 위조지폐, 자금 세탁 등의 의혹은 유야무야 되고 6자 회담 등이 논의되면서 1년 반만에 자금동결은 해제됐다. 이 사건으로 9.19 합의는 휴지조각이 되었고, 그 귀중한 1년 반의 시간을 허송세월한 것이 객관적 진실 아닌가?

미국이 제국주의 시대에 약소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던 것도 객관적 사실이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미국이 패권적 야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는 내용이다. 미국의 핵과 미사일 보유는 정당화하면서 타국의 보유는 금지하는 것을 패권적 야망이 아니면 설명하기 힘들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지적은 결코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 나라 수도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것은 정상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 철수는 아니더라도 수도 한복판에 있는 용산 미군 기지를 이전하고, 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취지 역시 잘못된 이야기가 아니다.

왜 우리는 미국이라면 무조건 편들어야 하고, 북한이라면 무조건 욕해야 하는가? 북한이 잘못하면 욕을 먹어야 하듯, 미국의 잘못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 아니라 모든 국민의 권리이다. 왜 노무현 대통령을 사실관계로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앞잡이로 매도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분단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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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국정조사 촉구 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 본관 계단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사태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며 김한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새누리당 논리라면 NLL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왜 그들에게 유리한 NLL 포기라는 정상간의 합의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지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래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새누리당이 '이적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과 야당에 필요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백범 김구 선생의 결기다. 백범 김구 선생은 단독정부 수립파들의 온갖 협박을 받으면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할 분단만은 막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3.8선을 넘었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있다면 "NLL 사수냐 아니냐"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남북이 절대 양보할 가능성이 없으며, 군사적 충돌로 무고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NLL을 경제번영선으로, 평화라인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뭐가 문제냐?"며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며 호통을 쳤을 것이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두려워하여 분단과 전쟁 체제를 유지시키려는 세력에게 백범 김구 선생님을 이렇게 말했다. "국가 민족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는, 태양을 싫어하는 박테리아" 같은 세력이라고. 2013년 태양을 싫어하는 박테리아는 과연 누구일까?

민주당이 정말로 김대중 대통령의 6.15선언과 노무현 대통령의 10.4선언을 계승하고자 하는 세력이라면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맞서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