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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함께 진해에 있는 한 동물키즈카페에 갔다. 원 목적은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놀기 위함이었다. 이곳은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하는 많은 동물들이 있고 직접 먹이도 줄 수 있으며 만져 볼 수도 있는 특별한 곳이어서 인기가 많다. 이곳에서 일하는 학생 중에 특별한 아이가 있다길래 보고싶은 생각도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즐겁게 놀게 내버려두고(?) 문제의 학생을 만나봤다.

동물들과 즐겁게 노는 아이들
 동물들과 즐겁게 노는 아이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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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과 즐겁게 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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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함께 포즈를 취한 재영이
 뱀과 함께 포즈를 취한 재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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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영 학생은 태봉고 2학년에 재학 중이다. 평소에 동물에 관심이 많았고 뱀이나 도마뱀 등을 직접 키우기도 한다. 이곳에서 일한 지는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첫 인연은 우연찮게 시작되었다. 재영이가 동물을 좋아하는 것을 안 친구가 이곳을 소개시켜주었다. 그 후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한두 번 구경왔었고 용기를 내어 사장님께 일을 도와 줄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단순 알바가 아니었다. 재영이는 동물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따라서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동물 관련 일을 직접 해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장님께 많은 가르침을 달라고 부탁드렸다. 멘토가 되어달라고 했던 것이다. CEO이신 함민재씨(이후 함이라고 칭함)는 흔쾌히 승낙하였다고 한다.

"처음 재영이가 왔을 때를 기억합니다. 한두 번 왔었어요. 그 후 일을 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이것이 태봉고에 있는 프로그램인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인지는 사실 정확히 몰랐습니다. 학생이 동물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순수하고 진지한 면에 바로 승낙했습니다."

웃고 있는 함민재씨
 웃고 있는 함민재씨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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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영이는 일을 잘 배우고 잘한다고 한다. 함씨는 재영이의 말과 함께 이 말도 덧붙였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많습니다. 취미로든 호기심에서든 열심히 키우지요. 하지만 이것을 직업으로 하게 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고요. 동물을 워낙 좋아하여 집에서 기르던 것이 시작입니다. 동물의 가짓수가 점점 많아졌고 덩치도 커지며 집에서 기르기 힘든 상태가 된 거죠. 처음에는 동물을 분양하는 사업을 구상했었어요. 하지만 문득 요즘 아이들은 동물을 보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 또한 저희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을 보여주려면 경기도나 대전까지 가야했으니까요.

토끼나 뱀 등은 저희 어렸을 적만 해도 마을 뒷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동물이었어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책에서만 볼 뿐이죠. 동물을 접해보고 동물들과 함께 자라야 아이들이 바르게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이 일을 구상하게 되었죠.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애완견이나 수의사 관련일은 좀 있으나 이곳에 있는 것처럼 파충류나 희귀동물관련 학과나 진로는 거의 없거든요. 재영이에게도 이런 이야기들을 해줬어요. 취미로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나 직업으로 하려면 쉽진 않을 거라고. 재영이도 충분히 잘 알아듣은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 친구니까요. 일할 때도 동물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가르쳐 주면 정말 열심히 듣는다니까요.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 되었죠."

함씨의 말을 경청하는 재영이
 함씨의 말을 경청하는 재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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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영이에게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가 뭔지 그리고 진로에 대해 물었다.
"LTI는요. 태봉고에 있는 정규 수업과정이에요. 세상 밖에서 배움을 줄 수 있는 멘토를 찾고 그 멘토와 함께 체험을 하며 배우는 활동이죠. 목요일 5교시에서 8교시까지 그러니까 2시 6시까지 하는 활동이에요. 자신이 관심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면 돼요. 가서 부탁하면 되죠. 즉 인턴이 되어서 체험을 하는 거죠. 활동을 하며 활동지를 기록해요. 학기말에 결과 발표를 하죠.

저는 멘토를 잘 만났어요. 사장님께서는 제가 갈 길을 먼저 가고 계신 분이죠. 훌륭한 멘토세요. 많은 도움을 주시죠. 사실 어떤 아이들은 LTI를 하라고 해도 자신의 관심분야나 재능을 몰라 많이 헤매기도 하거든요. 전 동물을 너무 좋아하기에 LTI 활동이 바로 의미있는 활동이 될 수 있었어요.

진로요? 저도 사실 사장님처럼 동물을 직접 기르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전 동물도 좋아하지만 아이들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사장님께선 쉽지 않은 일이라고 조언주시고 더 많은 경험을 해 보라며 동물원에 자리도 알아봐 주셨어요. 많은 동물을 접해 보라구요. 하지만 나이 제한이 있어 들어가진 못했죠.(웃음) 제 진로는 동물 관련 일이에요. 많은 돈과 명예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단지 제가 너무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만약 태봉고에 가지 않았더라면.. 질문을 했다.
"네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이 시간에 학원에 있었겠죠?"
수줍게 웃는다.

요즘 아이들은 꿈도 없고 생각도 없다는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꿈이 없는 게 아니라 그 꿈을 가질 기회와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닐까? 아이들에게 오직 공부만 강요하며, 공부를 잘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일이라며 다그치며 다른 활동을 할 시간이나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건 아니었을까? 사실 일반학교에선 국, 영, 수 등 과목 점수 말고는 아이들이 뭘 잘 하는지 알 수도 없고 학교 성적에 별 영향도 주지 않는다. 즉 성적 이외의 재능과 관심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재영이는 오늘도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돌보며 자신의 꿈도 함께 성장시키고 있다. 인터뷰 내내 흐뭇한 느낌이 들었다. 재영이의 생각과 노력도 대견했지만 이런 학생의 꿈을 듣고 소중히 생각하며 기꺼이 멘토 역할을 하시는 함씨를 만났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가 돌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도움을 청할 때 공부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매몰차게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뭐 먹고 살려고 그러느냐고 다그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들의 꿈은, 행동은, 스스로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여 움직이는 것이다.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는 어른들이 제공해야 한다. 내 아이만 행복해 지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 지는 사회를 생각하고 행동할 때 아이들은 행복해질 것이다. 아이들의 배움은 더 이상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세대차이를 걱정하기에 앞서 어떤 대안을 제시하였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태그:#LTI, #교육, #태봉고, #꿈,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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