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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역을 둘러 본 나는 '문경석탄박물관' 방향으로 향한다. 희양산에서 발원하는 영산천이 봉암사를 지나 석탄박물관 부근에서 영강과 아우라지를 이룬다. 박물관 앞 영산천 끝자락에 작은 보를 만들어 '수상자전거 체험장'을 만들었다.
  
가은읍
▲ 수상자전거 가은읍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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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왔을 때 진남역 앞에서 연우랑 같이 수상자전거를 탄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도 똑 같은 수상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본 것이다. 어린 아이들만 타고 있는 경우도 있고 가족 단위로 여러 명이 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앞 쪽 다리 난간에 작은 인공분수를 만들어 약간의 물을 맞아가면서 즐겁게 타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이번 여름휴가 때 연우랑 같이 와서 한번 타야겠다. 그리고 입구 앞에 있는 작은 공원에 있는 견우와 직녀 동상과 오미자 조형물이 보인다.

문경시
▲ 오미자공원 문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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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평 정도 되는 작은 규모의 '오미자 공원'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역 특산품인 오미자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나무에 달려 있는 오미자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도 멋있다. 이곳에 견우와 직녀 동상은 왜 있을까? 했더니 자세한 설명문이 쓰여 있다.

칠월칠석에 오작교에서 한번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 까마귀와 까치가 지상에 있는 오미자 넝쿨로 오작교를 만들었다. 사실은 오미자넝쿨이 오작교의 자재가 된다는 것이다. 처음 들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재미도 있고 기발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작교와 오미자를 적절하게 결합한 형태의 발상이 좋은 공원이다. 조형물을 통하여 새로운 스토리를 만드는 공무원들의 능력이 대단해 보였다. 나도 큰 공부가 되었다.

이제 입장권을 구매하고는 문경석탄박물관으로 들어간다. 박물관을 보고서 위쪽에 있는 '가은촬영장'까지 이동시 모노레일을 타는 경우와 도보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도보로 이동하는 것으로 하고 입장권을 샀다.

가은읍 왕릉리에 위치한 석탄박물관은 1938~1994년 사이 탄광이었던 은성광업소 자리에 지난 1999년 석탄의 역할과 탄광에 관한 역사적 사실들을 수집하고 보존, 전시하기 위해 설립한 전문박물관으로 석탄 운반 기관차 등 광산 장비와 유물 64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 내부
▲ 석탄박물관 전시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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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층 중앙전시장과 야외 전시장, 갱도 전시장, 광원사택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선 길이 230m의 갱도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연탄 모습으로 꾸민 외관이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곳이다.

부지 5만 136㎡, 연면적 1805.44㎡ 규모로 1층 전시실에는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지구의 형성, 석탄의 기원이 되는 고생대 그리고 석탄이 형성되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나열하고 있다.

이 밖에도 1970년 지하 600m에서 캐낸 괴탄과 화석·황철석·자수정·규화목·규장암 등의 암석류가 전시되어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석탄운반용 증기기관차와 연탄제조기·채탄도구·측량장비·통신장비·화약류·광산보안장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은성탄광 갱도
▲ 석탄박물관 은성탄광 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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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탄광촌 점심시간 모습과 막장 굴진작업 광경, 갱도작업 모습, 석탄선별 작업을 다루는 실물 크기 밀랍인형을 전시해 실제 작업 장면을 묘사해 놓고 있다. 매직비전과 영상관도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폐석을 쌓아 놓던 경석장, 갱내에서 사용하는 각종 자재 및 갱내에서 캐낸 석탄을 실어 나르는 광차(Coal car), 갱내에서 사람을 태워 다니는 객차인 인차(Man car), 광산에서 쓰던 기관차, 광차에 적재된 석탄이나 경석을 내리기 위해 광차를 전도(뒤집어서 탄을 쏟아내게 함)시키는 장치인 티플러(Tippler)가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경사로 이루어진 갱에서도 광차 또는 인차를 끌어 올리거나 수직갱에서 케이지나 스킵을 메달아 올리는데 사용된 150마력의 권양기(Hoist), 갱도 안으로 인공으로 공기를 만들어 넣어주고, 착암기와 오거드릴 등 채탄과 굴진 기계를 움직이던 공기압축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갱도 전시장에서는 갱내 사무실, 기계화 채탄 막장, 현대식 굴진 막장, 갱내 식사 장면, 사고시 구호활동 등을 보여준다. 탄광 갱도가 붕괴되는 사고를 소리로 재현하기도 한다. 탄광 광부들의 직업병인 진폐증 순직자 위령비도 있고 1970년 건축된 25평의 광원사택도 복원해 놓았다.

광부들의 사택
▲ 석탄박물관 광부들의 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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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는 1960~70년 은성광업소 사택을 배경으로 광부들의 생활상을 그려 놓은 사택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마음도 짠했고 눈물도 났다. 우리네 어린 시절도 생각이 났지만, 막장에서 일하던 광부들의 피와 눈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현재의 사택은 최근에 일부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쓰던 사택을 전부 철거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과거 은성광업소의 사택을 그대로 보존하여 지금도 관광자원으로 쓰며 세계적인 광산촌 생활체험단지가 될 수 있는데, 전부 없앤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실제갱도를 활용하여 갱도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갱도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더운 여름이라 시원함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섭고 두렵다는 생각도 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일을 하면서 보낼 수 있었을까. 다들 존경스럽고 대단해보였다.  

한 시간을 봐도 반도 보기 힘들 정도로 넓고 큰 박물관이지만, 여러 번 왔다 간 나는 주마간산으로 보고는 언덕 위에 있는 '가은촬영장'으로 올랐다. 올 때 마다 모노레일로 올랐던 곳인데, 오늘은 그냥 걸어 올랐다.

가은
▲ 가은촬영장 가는 길 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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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거리로 200m 정도인데, 더운 날씨에 기름 냄새나는 침목 길을 따라서 오르니 숨이 콱 막힌다. 원래 채탄장이 있던 아직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라 아까시나무가 대부분이고 큰 나무도 거의 없어 그늘 또한 없어서 걷는 것조차 힘들다. 배도 고픈 시간이다.

어렵게 올라가니 더운 날씨 때문이지 사람도 거의 없다. 물론 촬영도 없는 날이다. 이곳 가은촬영장은 주로 사극촬영을 많이 하는 곳으로 드라마 <연개소문> <대왕세종> <천추태후> 등 다수의 사극을 촬영한 곳이다.

위에 있는 1세트 촬영장의 고구려 궁궐과 신라 궁궐이 있고 초가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2세트 촬영장의 안시성과 성내마을, 그 앞에 있는 3세트 촬영장의 요동성과 성내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사극촬영을 주로 한다
▲ 가은촬영장 사극촬영을 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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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위에 있는 촬영장은 아주 자세하고 보고, 덥다는 핑계로 아래는 지나가면서 사진만 몇 장 찍었다. 수많은 드라마의 촬영지답게 고구려 및 신라 시대의 성내 모습이 사실적으로 꾸며져 있어 보기에는 좋았다. 그늘이 없고 덥다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그래도 높은 곳에 올라 전망을 볼 수 있고, 약간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기분은 상쾌했다. 다음에 올 때는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을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이제 철로자전거 가은역 기점으로 가자.

덧붙이는 글 | 6월 9일 문경시 가은읍을 걷다



태그:#문경시 , #가은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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