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UN 조사관 제리(브래드 피트)는 바이러스의 근원지와 해결책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UN 조사관 제리(브래드 피트)는 바이러스의 근원지와 해결책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올 여름, 좀비물의 최종판이라 불릴 만한 블록버스터가 나왔다. 바로 지난 20일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Z>에 대한 이야기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라 더욱 관객들의 기대를 불러 모은 이 영화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전 세계가 영화의 배경이 된다.

훌륭한 내용과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월드워Z>는 과연 관객의 반응처럼, '좀비영화'를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도록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가?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영화의 매력이 된, 혹은 단점이 될 만한 요소들을 짚어보려고 한다.

세계적 재앙이 된 좀비 바이러스, 해결책은 있는가?

영화는 세계 각국에서 관측되는 이상 기류에 대한 매체의 보도를 짜집기한 장면으로 막을 올린다. 인류를 서서히 위협하는 징후들이 나타나지만, 언론과 대중은 순간적인 우려에 그칠 뿐이다. 매번 무관심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응집 끝에 폭발하듯 세계적 재앙이 인류 전체를 덮친다.

광견병과 비슷한 증상에, 감염자에게 물리면 11초 만에 미치광이처럼 변하는 빠른 전염속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져나가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조차 속수무책이다. 창궐 몇 시간 만에 수십 억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군대의 진압작전도 감염통제의 성과를 얻지 못한다.

그러던 중, 헬기를 타고 바다 위의 군함으로 가까스로 가족과 대피한 남자가 있다. 바로 주인공 제리(브래드 피트)인데, 과거 UN 소속 조사관으로 일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군인 출신으로 풍부한 경험과 위기 대처 능력을 지닌 그는 자신을 구해준 옛 동료에 의해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적임자로 지목된다.

바이러스 발병의 원인도, 탈출구도 찾지 못한 인류가 차례로 무너져가는 시점에서 제리는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한국과 이스라엘, 영국을 누비며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여행을 한다. 과연 제리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그리고 인류를 위해 이 난국을 타계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실감나게 표현된 좀비와의 전쟁 그리고 각국의 현실 풍자까지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원인모를 좀비 바이러스에 전 세계는 속수무책으로 함락당한다.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원인모를 좀비 바이러스에 전 세계는 속수무책으로 함락당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월드워Z>는 특수효과를 통해 구현된 영상으로 시각적인 재미를 한껏 선보인다. 좀비물에서 볼 수 있는 인간과 좀비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전투는 물론, 기존의 그 어떤 좀비영화보다 더 거대한 규모의 물량공세를 퍼 붇는다. 특히 수천 명의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 뒤엉키다 덮쳐오는 장면의 스케일은 <월드워Z>가 할리우드 영화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는 상황 전개 속에서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다양한 국가들의 특징을 짚어내어 꼬집은 풍자가 그것이다. 예를 들면 감염자가 다른 사람을 물어뜯으며 바이러스를 퍼트린다는 점을 발견하고, 북한이 강력한 독재체제를 이용하여 '모든 인민의 치아를 남김없이 뽑아버려 확산을 막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씁쓸한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비꼰 셈이다.

뿐만 아니다. 평소 장벽을 높이 쌓아올리던 이스라엘이 그 덕에 좀비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주변국과의 마찰로 일어나는 테러를 막기 위해서 쌓았다는 그 장벽이 이후 좀비들의 습격이 이어지자 꼼짝없이 그들 스스로를 가둔 덫이 되는 꼴은 실소를 자아낸다.

다만 주인공 제리가 바이러스의 최초 창궐 지역을 찾아서 방문한 곳이 한국의 평택 미군기지라는 설정은 다소 어색하다. 이는 한국의 관객을 배려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의 바이러스 발생 이유 등 내용 전개에 있어서 납득할 만한 연개성이 부족하다. 화면 구성에 있어서도 철조망과 활주로만 등장하는 장면들은 한국이라고 느낄만한 어떤 요소도 찾아볼 수 없기에 아쉬운 부분이다.

좀비영화의 확장 이끌어낸 <월드워Z>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좀비들의 습격을 특수효과로 멋지게 표현해냈다.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좀비들의 습격을 특수효과로 멋지게 표현해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월드워Z>는 앞서 언급한 부분들을 추려서 종합했을 때, 좀비영화의 확장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종일관 화면을 압도하는 액션은 끝없이 규모를 키워가고, 도시가 좀비 떼에 의해 함락되는 장면은 이전의 다른 좀비영화들보다 더욱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내용의 측면에서도 단순히 '좀비와의 사투'를 넘어 세계를 관찰하는 시점을 통해 각국의 현실을 풍자했다. 또한 '미국이 세계를 구원'하는 식상한 결말로부터 작별을 고했으며, 되레 재난 앞에서 무력함을 드러내는 강대국들의 군 병력이 보여준 모습에서는 군비경쟁 등의 '허황된 힘겨루기'도 비꼬는 듯하다.

좀비영화 특유의 소재, 스릴러의 아슬아슬한 긴장감, 재난영화의 거대한 스케일을 통한 시각적 충족까지. <월드워Z>는 다양한 장르의 장점을 취합하여 멋진 결과물을 완성해냈다. 다만 영화 중반까지 극도로 긴장하며 손에 땀을 쥐던 관객들은 후반부의 '열린 결말'에 다소 맥 빠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바이러스 창궐 이후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액션도 좋지만 여러 나라들의 실상을 더 자세하게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영화 속 좀비들이 절름발이에서 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화한 것처럼 좀비물의 장르 자체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 진화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월드워Z 좀비 브래드 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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