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상 역을 소화한 배우 송승헌.

ⓒ 스톰에스컴퍼니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끝났지만 송승헌에겐 꽤 오랜 시간동안 여운이 남아있었다. 드라마에서 실컷 사랑을 해봤다지만 그는 "한태상이 더 못된 인물이었으면 어땠을까"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내로라하는 남자 톱스타도 이렇게 작품마다 아쉬움은 남는 법인가 보다.

사실 치정멜로극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극 중 한태상과 서미도 간의 관계가 드라마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며 분노하다가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은 배우 송승헌에게도 녹록하지 않았고, 매번 돌다리를 두드리듯 건너가야 했다.

드라마 하면서 열린 마음..."자신감 얻었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한태상에 감정이입을 해주시고 따라와 주셨어요. 캐릭터의 힘이죠. 저도 조금은 힘이 나더라고요. 자꾸 예전에 제가 하던 연기 패턴이 나왔고, 감독님 역시 송승헌이 자꾸 보인다고 지적했거든요. 멜로라지만 표정과 눈빛, 감정을 표현할 때도 분노에 치를 떨어야 하는 연기는 처음이었죠. 송승헌이 그간 보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 나름 좋아해 주신 거 같아요.

사실 매번 기사를 봤어요. 그간 저에 대한 안티도 있었는데 이번엔 호의적 반응이 많더라고요. 고래도 칭찬하면 춤춘다고. 그럴수록 시도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착하고 정의로운 눈빛만 보였던 저였지만, 확 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송승헌이 연기한 한태상이란 인물, 사실 분노조절장애 설정이 있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보다 오버해야했고 이 과정에서 '다혈질은 여자가 싫어한다'는 리뷰 기사까지 났다. 오히려 송승헌은 '연기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라며 좋아했단다.

새로운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송승헌은 SNS에 대한 애정을 얻었다. 드라마 방영 중에 그는 촬영장의 모습을 담아 꾸준히 자신의 계정에 올렸다. '남자가 XX할 때'라는 제목을 붙여가며 익살맞은 사진을 자신의 팬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SNS는 작년부터 시작했어요. 평소에 그런 걸 잘 안해서인지 팬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개인적 성향은 그런 걸 안 했죠. 본래 좀 올드한 성향이기도 하고, 디지털 이런 거에 약하거든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소통이 되고 친숙함이 생기는 게 신기했죠. 팬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창구인 거 같아서 좋았어요. 계속 하겠지만 정치적 이슈나 사회 문제에 대한 의견은 안 올릴 겁니다. (웃음)"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상 역을 소화한 배우 송승헌.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상 역을 소화한 배우 송승헌. ⓒ 스톰에스컴퍼니


"지금까지 연애는 세 번, 사랑은 여전히 어렵다"

드라마 속에서 한태상은 사랑의 대상을 위해 무조건적 헌신을 보인 인물이다. 로이 장(김서경 분)과 서미도(신세경 분)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에 '피는 물보다 진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름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에 버금가는 어려운 질문이지 않나. 그럼에도 그의 답변은 명료했다. "사랑에 빠진다면 한태상 이상으로 헌신할 자신이 있다"였다.

드라마 시작 전 송승헌은 취재진 앞에서 결혼 생각이 아직 없다고 공표했었다. 드라마를 통해 마음껏 사랑한 이후에 그 생각이 바뀌었을까? 새로운 연기 도전에 자신감이 생겼다지만 사랑과 결혼 앞에서 그는 여전히 난색이었다.

"친한 친구들은 다 결혼했어요. 드라마 쫑파티가 끝나고 중학교 동창들과 펜션을 잡아서 1박 2일 여행을 갔거든요. 전 자유로운데 그들은 시간을 내기 위해 아내의 허락을 받더라고요. 가정을 갖는다는 건 책임감을 갖는다는 건데 그 무게감이 갈수록 커지는 게 보였어요. '난 잘할 수 있을까, 훌륭한 남편과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결혼에 더 어려움을 느끼는 거 같아요. 물론 결혼하고 싶습니다! 소박한 가정을 갖고 싶은데 현실은?(웃음)

연애할 때도 그랬지만 전 친구를 좋아해요. 평생 볼 친구들이 있기에 외로움을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정말 외로우면 빨리 결혼을 결심할 텐데(웃음). 사실 운명을 믿는 편이고 강렬한 느낌을 믿거든요. 고등학교 때 한 첫 사랑이 그랬어요. 천둥 치는 소리로 느낄 만큼 강렬한 경험이었죠.

운명적인 사랑을 원하지만 상대가 또 받아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한태상처럼 구애도 해봤고, 차인 적도 있어요.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된다면 인연이 아닌 거죠. 그래서 지금까지 한 세 번 정도 연애를 했네요. 근데 요즘 친구들은 두 달 만나가도 헤어지고 그러는데 확실히 우리 때와 다르다는 걸 느껴요."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상 역을 소화한 배우 송승헌.

ⓒ 스톰에스컴퍼니


사랑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속내를 털어놓는 송승헌의 모습은 영락없이 한 남자였다. 그럼에도 결혼 시기나 나이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단다.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자 배우로 남고 싶은 게 현재 그의 바람이었다.

"예전에 10년 이후 뭐하고 있을까란 질문을 받았는데 요즘에도 간혹 받고 있어요. 어떤 특별한 모습이 되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한 작품을 놓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죠. 얼마 전 아는 선배가 부인과 사별을 했어요. 유품을 정리하다가 스카프가 나왔는데 부인이 아껴뒀던 물건이었죠. 아들이 장가갈 때 하려고 했던 스카프를 못 써보고 돌아가신 거예요.

그 선배가 그렇게 울었어요. 당장 내년에 뭐할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이 중요하고 당장 내일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어요. 지금 같이 있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배우가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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