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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태에 대해 20일 서울대총학생회 간부와 일반 학생들이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국가기관의 간섭없는 완전한 민주주의 보장'을 촉구하는 기지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 "완전한 민주주의 보장하라" 서울대생 시국 기자회견 국정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태에 대해 20일 서울대총학생회 간부와 일반 학생들이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국가기관의 간섭없는 완전한 민주주의 보장'을 촉구하는 기지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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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대학에서 목소리 큰 운동권 애들이 하는 것 아닌가." (@pseu*******)
"대학 운동권들이 나서고 있다. 배후에 불순분자가 있다." (@Can**********)

20일 대학교 총학생회들이 동시다발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시국선언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에는 이같은 반응이 올라왔다. 소수 운동권 총학생회의 주도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한국자유총연맹(회장 박창달)이 전날 "'국정원 선거개입규탄 시국선언'으로 '제2의 광우병사태'를 촉발시키려는 종북세력의 음모를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낸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서울대 시국선언' 이슈 떠오르자 각 대학 총학생회도 동참 시작

그러나 시국선언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주장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시국선언 준비를 선언하고 나선 곳은 소위 '비운동권'인 서울대 총학생회다. 이들은 지난 18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와 단과대 학생회를 중심으로 시국선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선언문 발표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정원 대선개입과 경찰의 수사 축소를 규탄하는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자 '서울대 시국선언'이 포털사이트 상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시국선언 소식을 알리는 글들이 쏟아졌다.

이때부터 다른 대학 총학생회들도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21C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인 숙명여대는 21일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며, 한국외국어대도 동참 여부를 논의중이다.

한대련 소속이 아닌 대학 총학생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19일 가장 먼저 인터넷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경희대·성공회대·가톨릭대 총학생회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와 투표에 국가기관이 관여한 사실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경찰의 축소수사 등이 맞물린 현 상황은 결코 가볍게 바라볼 수 없다"며 시국선언 등의 움직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동권' '비운동권' 상관없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직접 나서고 있는 게 현재 대학 총학생회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번 사안에 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총학생회들은 "학생들의 문의와 요구가 빗발쳐 시국선언 등의 움직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의 '국정원 사건 비난' 여론, '비운동권' 총학생회 움직이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을 고려대 총학생회와 함께 벌여나가겠다고 알린 글에 찬성 댓글들이 달려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을 고려대 총학생회와 함께 벌여나가겠다고 알린 글에 찬성 댓글들이 달려 있다.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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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는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사태를 두고 학생들의 비판 여론이 거셌다"고 밝혔다. 정주희 정책팀장은 "(국정원 사태를 비판하는) 공감대가 (교내에) 형성된 상태였다"며 "학생들의 분노에 맞추느냐, 아니면 이를 무시하느냐가 총학생회의 과제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회견에는 학생회 간부가 아닌 학생들도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참여했다는 정아무개(23·자유전공학부)씨는 "(교내) 게시판에 기자회견 공지 글을 보고 오게 됐다"며 "(해당) 게시물을 지지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고 전했다.

같은 날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한 정윤지 이화여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리도 국정원 사건에 한마디 보태야 한다'는 의견이 들끓었다"며 "총학생회 쪽으로 직접 요청하는 학우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페이스북에 올린 시국선언문에 이날 오전까지 5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밝혔다.

정 집행위원장은 "다른 학교에서 계획하고 있는 활동 역시 교내 여론 때문에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검토중'이라고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에도 "지지한다"는 학생들의 댓글이 달렸다. 한 학생은 "학내 민주주의 개선뿐만 아니라 학외 민주주의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시국선언이라는 하나의 수단을 선택하신 것에 대해 지지를 표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대련 "반값등록금건은 우리가 주도, 이번 시국선언은 학우들이 직접 나서"

총학생회가 아닌 일반 학생들이 국정원 사건을 규탄하는 선언을 발표한 경우도 있었다. '자유민주주의를 희구하는 학생'이라고 밝힌 4명의 서강대 학생은 교내 게시판에 이와 관련된 '양심선언문'을 붙였다.

"어떤 정치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문제의 본질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보기관의 선거개입 및 자유민주주의 파괴행위"며 "이는 우리와 대척하고 있는 북한 등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수호해야 하는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정권안보를 위해 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자보를 통해 우리 각자가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동수 한대련 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 2008년 사회적 이슈였던 대학 반값등록금 집회는 한대련이 어느 정도 주도한 게 있었는데, 이번 국정원 관련 대학가 움직임은 학우들이 직접 들고 일어나는 데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국선언 움직임과 관련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에 국가기관이 관여했다는 사실에 꽤 많은 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태그:#시국선언,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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