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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혼잣말로  ‘저 사람도 노가다꾼 이네’하며 피식하고 웃습니다.
 큰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혼잣말로 ‘저 사람도 노가다꾼 이네’하며 피식하고 웃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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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하고 시커먼 금속바디, 앞으로 쑥 나온 렌즈, 찰칵 거리 떨어지는 셔터 소리가 선명한 카메라는 사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겐 로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막연한 부러움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며 폼도 납니다.

하지만 그렇게 크고 멋져 보이는 카메라가 정작 당사자에겐 고역일 수도 있습니다. 어깨근육을 망가뜨리고 몸을 골병을 들게 하는 질통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겁니다. 더구나 제한된 장소, 촉박한 시간에 경쟁이라도 하듯이 찍어야 하는 사진이라면 그야말로 공기 단축을 강요받는 막노동과 다를 게 없습니다.

서로 좋은 사진을 찍으려는 욕심에 자리다툼을 하는 것은 물론 욕설까지 주고받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일수인 곳이 바로 제한된 장소, 여분 없는 시간에 사진을 찍어야 하는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카메라맨들의 모습입니다. 

셔터 떨어지는 수백 분의 1초, 저절로 오는 시간 아냐

잘 인화된 사진은 예술이지만 그 사진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인고의 시간이며 체력을 엄청나게 소모시켜야 하는 막노동 같은 작업입니다. 셔터가 열리는 수백분의 1초는 그냥 다가온 시간이 아닙니다. 묵직한 카메라 가방을 둘레 메고 몇 시간 혹은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걷고 기다린 끝에 맞는 순간의 시간입니다.     

10년 이상 그런 카메라를 둘러메고 발품 팔아가며 사진을 찍어본 필자는 묵직해 보이는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혼잣말로 '저 사람도 노가다꾼 이네'하며 피식하고 웃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인지 화보나 사진이 많이 들어가 있는 책들을 보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다녔을 저자의 어깨와 수고를 먼저 떠올립니다.

190여 장의 사진으로 현장감을 그대로 전해주는 <독수리 사냥>

<독수리 사냥>┃지은이 이장환┃펴낸곳 (주)도서출판 삼인┃2013.5.30┃값 2만 5000원
 <독수리 사냥>┃지은이 이장환┃펴낸곳 (주)도서출판 삼인┃2013.5.30┃값 2만 5000원
ⓒ (주)도서출판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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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환 지음, (주)도서출판 삼인에서 펴낸 <독수리 사냥>을 보면서도 저자의 발품과 어깨에 얹어진 무게, 묵직해 보이는 카메라와 찰칵 거리며 떨어지는 셔터소리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독수리 사냥>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저자가 2005년 여름에 독수리 사냥을 처음으로 만나며 그 독수리 사냥에 매료되어 2010년까지 4차례나 몽골을 방문하며 독수리 사냥과 관련한 장면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 기록입니다.

좋은 사진 한 장은 열장으로 하는 설명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B5(가로 190mm x 세로 250mm)사이즈 책 양쪽 면을 꽉 채우는 수십 장의 사진을 포함해 190여장의 사진은 독수리로 사냥을 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박감과 생동감을 현장감 있게 보여줍니다.

<독수리 사냥>을 기록하는 저자의 소개는 몽골 바양울기로 가는 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헐벗은 바위산 사이로 펼쳐지는 드넓은 초원, 지평선과 맞닿은 광활한 초원에 실타래처럼 구불구불하게 엉킨 길에서 여정을 시작한 나그네의 발걸음이 느껴지는 사진들로부터 시작됩니다.

울기 시에 도착한 저자는 사냥꾼이 독수리를 훈련시키는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설명으로 이어갑니다. 카자흐족 독수리사냥꾼이 독수리를 훈련시키는 과정은 잔인하다 할 만큼 냉정하고 혹독합니다. 사냥꾼의 결기와 독수리의 맹수성이 사진에서 시퍼렇게 느껴집니다. 내레이션처럼 들어가 있는 설명글을 읽다보면 정말 현장을 보는듯한 긴장감과 역동성이 정도를 더해집니다.

가짜 사냥꾼과 총 사냥꾼까지 등장

저자의 여정은 축제로 이어지고, 사냥꾼들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며 전해 듣는 사냥꾼들 이야기는 대를 잇는 가업이지만 흐르는 세월에 따른 변화도 동반됩니다.

가짜 사냥꾼은 때로 그 독수리를 팔기도 한다. 독수리를 가족처럼 여기는 전통적인 독수리사냥꾼으로서는 용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진짜 사냥꾼은 크고 힘이 좋은 암컷 독수리만 잡아서 사용하지만, 가짜 사냥꾼은 사냥할 일이 없으니 수컷 독수리도 잡아 기른다. 그가 원하는 것은 어떤 사냥일까. -<독수리 사냥> 159쪽-

그동안 그를 취재해 간 많은 나라와 방송사를 손으로 꼽는 동안 입가에서 뿌듯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갑자기 그가 비밀스런 눈빛을 띠더니 몇몇 촬영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연출된 것들이었다고 나지막하게 소곤거린다, 그러더니 다시 허리를 펴고 크게 웃으며 다 그런 거라며 손을 앞뒤로 흔든다. -<독수리 사냥> 210쪽-

잘 인화된 사진은 예술이지만 그 사진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인고의 시간이며 체력을 엄청나게 소모시켜야 하는 막노동 같은 작업입니다. 셔터가 열리는 수백분의 1초는 그냥 다가온 시간이 아닙니다.
 잘 인화된 사진은 예술이지만 그 사진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인고의 시간이며 체력을 엄청나게 소모시켜야 하는 막노동 같은 작업입니다. 셔터가 열리는 수백분의 1초는 그냥 다가온 시간이 아닙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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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사냥으로 살아가던 사람들도 밀려오는 금전 공세는 피할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유혹인가 봅니다. 보여주기 위한 가짜사냥꾼이 등장하고, 사실을 가장한 연출 사냥에도 응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독수리로 사냥을 하는 사람과 총으로 사냥을 하는 사냥꾼이 시나브로 공존하는 몽골이 되었습니다. 독수리 사냥은 미개해 보이지만 원초적이고 열정적입니다. 잔인해 보이지만 먹이사슬을 이용한 생태계의 한 방편으로 영혼이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총으로 하는 사냥은 강력해 보이지만 비겁하고 잔인하기 합니다. 먹이사슬을 끊어버리고 생태계를 단박에 파괴할지도 모를 저주, 영혼 없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가에 대한 염려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순간포착을 위한 저자의 열정, 차에서 먹고 자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담아낸 장면들은 독수리의 날갯짓만큼이나 역동적입니다. 노숙자처럼 절실한 마음으로 찍은 사진들, 독수리 훈련, 독수리 사냥, 축제 과정 등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독수리 사냥꾼의 마음이 되고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 눈빛이 되는 영감에 젖어듭니다.

덧붙이는 글 | <독수리 사냥>┃지은이 이장환┃펴낸곳 (주)도서출판 삼인┃2013.5.30┃값 2만 5000원



독수리사냥

이장환 글.사진, 삼인(2013)


태그:#독수리 사냥, #이장환, #(주)도서출판 삼인, #독수리,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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