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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풀러(Chapuller)'.

사전에는 없는 이 단어는 터키 반정부 시위대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 시위대를 "차풀주(çapulcu)"라고 표현했다. 터키어로 '차풀주'는 '약탈자'라는 뜻이다.

"우리는 '차풀주(약탈자)'들이 우리 국민들을 선동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이슬람 사원을 지을 것이다. 여기에 공화인민당(CHP) 총수나 몇몇 차풀주들의 허가는 필요 없다. 나는 나를 집권당으로 만들어준 50%의 유권자들의 허가를 받았다."

시위대는 '차풀주'를 영어식인 '차풀러(Chapuller)'로 바꾸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붙였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명사형인 '차풀링(Chapulling)'은 다음과 같은 뜻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가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평화롭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

팔짱끼고, 책 읽고, 웨딩드레스 입고 가만히 서 있는 시위  

두란 아담(Duran Adam)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터키 침묵 시위 사진.
 두란 아담(Duran Adam)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터키 침묵 시위 사진.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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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 기간 동안 시위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를 향해 시위대는 춤추고 노래했다. 주택가에서는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시위에 동참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시위 현장에서는 사상자가 속출했다. 7500여명이 부상을 입었고 시위대 3명, 경찰 1명을 포함한 5명이 사망했다. 몇몇의 시위대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5일 밤 에르도안 총리가 경찰을 투입해 시위대를 강제해산 시킨 이후 반정부 시위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불렌트 아린크 터키 부총리는 시위가 계속될 경우 군대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시위의 중심이었던 탁심 광장은 봉쇄되었다.

터키어로 '서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두란 아담'이 나타난 것은 17일 저녁. 행위예술가 에르뎀 뒨귀즈는 탁심 광장 아타튀르크 문화센터 앞에 내걸린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상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무스타파 케말 초대대통령은 에르도안 총리가 강화하고자 하는 '이슬람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인 '세속주의' 원칙을 확립한 터키의 '국부(아타튀르크)'다. 에르도안 총리는 "주민투표를 해도 지진으로 붕괴위험이 있는 아타튀르크 문화센터 해체는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뒨귀즈가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동안 시민들은 하나, 둘 몰려들어 그와 함께 케말의 초상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함께 서 있는 이 장면은 #Duran Adam, #Standingman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두란 아담' 평화시위는 터키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http://occupygezipics.tumblr.com에 올라온 터키 '두란 아담' 침묵 시위 사진.
 http://occupygezipics.tumblr.com에 올라온 터키 '두란 아담' 침묵 시위 사진.
ⓒ 텀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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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occupygezipics.tumblr.com에 올라온 터키 '두란 아담' 침묵 시위 사진.
 http://occupygezipics.tumblr.com에 올라온 터키 '두란 아담' 침묵 시위 사진.
ⓒ 텀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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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occupygezipics.tumblr.com에 올라온 터키 '두란 아담' 침묵 시위 사진.
 http://occupygezipics.tumblr.com에 올라온 터키 '두란 아담' 침묵 시위 사진.
ⓒ 텀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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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라온 '인증샷'을 보면, 팔짱을 끼고 책을 읽고 지체장애인은 휠체어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 옷을 곱게 차려입은 노년의 여성들도 보이고,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있는 이들도 있다. 마네킹을 세워놓는 '유머'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스웨덴, 영국... 세계 각지에서 '연대 시위'

터키 정부도 '두란 아담' 시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불렌트 아린크 부총리는 19일 이러한 시위는 평화롭고 "보기에도 좋다"면서 "폭력적인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비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처음에는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시민들을 해산시키려고 했던 경찰도 이제는 가만히 서서 '서있는 시민들'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서있는 사람들을 반대하는 서있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AP통신에 따르면, 19일 '친정부' 시민들로 보이는 8명이 '서있는 사람들을 반대하는 서있는 사람들'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광장에 서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30분 정도 서있다 택시를 타고 떠났다.

두란 아담(Duran Adam)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스톡홀름 '두란 아담' 시위 인증샷.
 두란 아담(Duran Adam)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스톡홀름 '두란 아담' 시위 인증샷.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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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 아담(Duran Adam)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밀라노 '두란 아담' 시위 인증샷.
 두란 아담(Duran Adam)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밀라노 '두란 아담' 시위 인증샷.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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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개념 시위'는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페이스북 '두란 아담' 페이지를 보면,  세계 각지에서 올린 '침묵 시위' 인증샷을 볼 수 있다. 밀라노에서는 5명의 시민들이 나란히 서서 길거리에 서 있다. 한 사람은 터키 국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고, 한 사람은 가만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책을 읽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두란 아담' 시위를 벌였다. 영국 리즈에서는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두 명이 나란히 서서 인증샷을 찍었다. 독일 벨기에에서는 3명의 꼬마 아이가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여행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홀로 두오모 성당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는 사진을 올려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트위터에서도 해시태그 #Duranadam, #Standingman으로 올라온 다양한 인증샷을 확인할 수 있다.


태그:#터키 시위, #두란 아담, #침묵 시위,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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