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민 역의 배우 김서경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게 강렬하든 은근하든, 기억 속에 오래 머무른다. 처음이란 그런 것이다.

배우 김서경에게 MBC <남자가 사랑할 때>는 첫 드라마 출연작이 됐다. 그것도 꽤 비중 있게 등장해 적지 않은 시간을 관록의 배우들과 함께 호흡했다. 그 소감부터 물으니 편했단다. 혹시 그가 대담하고 당돌한 성격이라서?

"실은 드라마 시작 전부터 친분을 쌓았어요. 송승헌 선배랑은 우연히 같은 헬스장을 다녔거든요. 운동하면서 선배에게 같은 작품에 들어간다고 잘 부탁드린다고 했죠. 김성오 형은 소속사가 같고 작품도 꽤 같이 해서 이미 친한 사이였고, 연우진 형은 학교 동문이더라고요. 학교 얘기하면서 친해졌는데 형이 연기적으로도 큰 도움을 주셨어요. 여러 모로 기억에 남을 작품이에요."

김서경, 그의 캐스팅에 얽힌 작은 비밀

로이 장, 혹은 한태민.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그가 맡은 역이다. 한태상(송승헌 분)의 동생이지만 성장하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불행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던 인물.

김서경은 외로움과 삶의 무게감으로 가득 찬 로이 장을 나름의 노하우로 빨아들였다. 여기에 신인답지 않은 그의 노련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잠이 부족해 심신이 지쳤던 때라도 다른 선배들이 연기하는 장면을 쫓아다니며 습득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빨아들였다'. 현장에서 그가 보는 모든 상황이 공부였기 때문이었다.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민 역의 배우 김서경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드라마 시스템을 몰랐기 때문에 매일 현장에 갔어요. 선배들의 모습을 전부 흡수하고자 했죠. 그리고 사실 오디션을 봤을 때 로이 장 캐릭터를 두고 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단역으로라도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는데 감독님이 좋게 보시고 역할을 주신 거예요.

오디션 당시 제가 준비한 건 남자 캐릭터가 아닌 채정안 선배의 대사였어요. 나름 감독님 앞에서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거죠. 성오 형의 가르침이 컸습니다. 백성주(채정안 분)의 대사를 영어를 포함해 4개 국어로 준비했어요. 나름 로이 장을 염두에 둔 전략이기도 했죠(웃음).

결국 로이 장을 연기하게 됐는데 시놉시스에 적혀있기에는 '7살에 부모님과 헤어지고 20살이 돼서 나타난다'라고 돼 있더라고요. 그 공백 기간에 대해 저 나름대로 생각해 글로 썼어요. 외국에서 살았고 입양됐으니 성격, 말투 등 모든 게 변했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한 거죠. 연구한 거에 비하면 연기를 못 했지만. 어휴(웃음)!"

'남자가 사랑할 때' PD "이 드라마의 수혜자는 너!"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민 역의 배우 김서경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민 역의 배우 김서경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철저하게 준비해서 따낸 배역인 만큼 애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서경은 "로이 장은 응용의 여지가 많은 캐릭터"라면서 그만큼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려갔던 사연을 공개했다. 말을 하면서도 눈빛이 빛났다. 외로움에 가득 찬 로이 장이 아닌 신예 김서경이 그 앞에 있었다.

"경력이 길진 않지만 이 작품은 제게 큰 선물이에요. 나란 사람을 끄집어내줬죠. 이런 연기를 하는 친구가 있으니 잘 지켜봐 달라는 심정으로 임했어요. 진정한 연기를 위한 데뷔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찍는 내내 행복했던 거 같아요. 같이 다니는 매니저가 차에서 잠 좀 자라고 해도 안 잤어요. 선배들이 궁금했고, 현장이 궁금했거든요. 종종 선배들이 불러주기도 했고요. 그런 건 다 얻어먹어야죠. (웃음)

드라마가 끝나고 감독님에게 어느 날 연락이 왔어요. '이 드라마의 수혜자가 넌데 앞으로 뭐 해줄 거냐'는 내용이었어요. 감독님께 먼저 연락이 올 줄은 몰랐는데 정말 좋았죠. 열심히 하겠다고 했어요. 감독님은 앞으로 잘 돼서 제가 무대 인사하는 작품에 꼭 초대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진짜 감사했어요!"

김서경의 연기 열정, 류승룡이 일깨웠다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민 역의 배우 김서경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여기서 밝힐 사실이 있다. 프로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김서경의 전공은 호텔경영이다. 혹시 연기가 아니라 호텔 경영, 관광 쪽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닐까. 알고 보니 토익 점수도 990 만점이었단다. 이 정도면 웬만한 기업에서 데려가려는 인재상에도 가깝다. 그래서 물었다. 만 26세에 연기자로 데뷔한 데엔 나름의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꿈은 배우였지만 사실 학생 시절엔 누구나 좋은 대학을 가고자 하는 욕심이 있잖아요. 흔히들 서울권 대학에 가라고 하는데 저 스스로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원래 취미가 없었는데 고2 때부터 한 10개월 정도 기간 동안 2년 치를 공부한 거 같아요.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공부를) 놨죠. 당시 다니던 학원이 있었는데 제 이름이 걸린 플래카드를 은근 기대했는데 안 걸어주더라고요(웃음).

천천히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제가 호텔 경영 쪽에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거든요. 막연하게 연기를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영화 <시크릿>을 봤어요. 차승원 선배가 주연인 작품이잖아요. 그 작품에 류승룡 선배가 단역으로 나와요. 그 분이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는 장면이었는데 '저 사람 누구지?' 물음표가 막 떠오르다가 바로 '와! 저거다' 싶었죠. 그때부터 눈이 돌아가기 시작한 거예요. 제게 영감을 주신 분입니다."

인생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자의 길을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강렬한 기억이 그에겐 있었다.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김서경은 "사람 냄새가 나는 캐릭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로이 장의 그늘은 김서경의 일부다. 우선 차기작인 영화 <깡철이>를 상상하며 그의 또 다른 면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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