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해결사로 나선 이근호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근호가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베이크자데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 후반 해결사로 나선 이근호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근호가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베이크자데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 유성호


종료 직전 이근호의 헤더가 아슬아슬하게 이란 골문 왼쪽 톱 코너를 벗어났다. 거기까지였다. 뜻밖에 얻어맞은 한 골에 발목을 잡혔다. 대망의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기는 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축하 공연이 무색하게 될 정도로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18일 오후 9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그룹 이란과의 안방 경기에서 상대 골잡이 구찬네자드에게 내준 골을 끝내 따라잡지 못해 0-1로 패하고 말았다.

같은 시각 타슈켄트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 카타르의 맞대결에서 안방 팀 우즈베키스탄이 5-1로 역전승을 거두는 바람에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같은 승점(14점)을 기록했지만 한국은 13득점 7실점(+6), 우즈베키스탄은 11득점 6실점(+5)의 결과를 내놓으며 아슬아슬하게 순위가 갈렸다. 어쩌면 우리 선수들은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먼저 골을 넣어준 카타르 선수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형편이 된 셈이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기쁜 소식이 만들어졌지만 환하게 웃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호랑이 굴에서 그들을 그냥 내보내다니?

김신욱 '공중볼은 내꺼야'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신욱이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쇼자에이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김신욱 '공중볼은 내꺼야'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신욱이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쇼자에이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유성호


최강희 감독은 부상당한 세 명의 핵심 선수를 내보낼 수 없었다. 가운데 수비수 곽태휘, 가운데 미드필더 김남일의 빈 자리도 컸지만 측면 미드필더 이청용의 부상은 정말 뜻밖의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4-4-2 포메이션을 내세워 맨 앞에서 뛰는 '김신욱-이동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번 A매치 데뷔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명주와 새내기 장현수를 가운데 미드필더로 내세워 이란의 노련한 허리를 상대하게 했고 손흥민을 왼쪽에 지동원을 오른쪽에 뒀다. 공격수 자원만 놓고 봐도 4-2-4 포메이션이나 다름없는 선발 멤버들이었다.

이란은 예상처럼 잔뜩 엉덩이를 뒤로 빼고 수비에 전념했다. 전반전에는 특별한 역습 상황도 만들어내지 못하며 우리 선수들의 높은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선수들의 조급한 후반전 마음가짐이었다.

안방인 호랑이 굴에 우뚝 선 김신욱(울산)의 높이가 우월했지만 이란의 수비 집중력은 그 이상이었다. 노련한 가운데 수비수 호세이니와 몬타제리가 지휘하는 이란의 수비 라인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김신욱과 이동국의 높이도 결코 모자라지 않았지만 거기서 떨어지는 세컨 볼에 대한 처리가 우리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1분, 이동국이 이마로 내준 공을 손흥민이 달려들며 바운드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너무 높게 튀어오르는 바람에 골문 안으로 공이 뻗어가지 못했고 후반전에 바꿔 들어온 미드필더 김보경의 왼발에서 올라온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 두 개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구찬네자드 선제골에 환호하는 이란 대표팀 이란 축구대표팀의 구찬네자드가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14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팀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구찬네자드 선제골에 환호하는 이란 대표팀 이란 축구대표팀의 구찬네자드가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14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팀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그 와중에 뼈아픈 수비 실수로 골을 내줬다. 60분, 우리 가운데 수비수 김영권은 상대 골잡이를 등진 상태에서 볼 처리를 미리 해내지 못했고 끝내 구찬네자드에게 공을 빼앗기며 왼발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고개를 떨군 김영권은 실점 후 16분 뒤 김보경의 오른쪽 끝줄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공격에 가담했다가 이란 수비수 몸에 맞고 떨어진 공을 오른발로 받아차 멋진 동점골을 터뜨릴 기회를 얻었지만 이란 문지기 아마디의 슈퍼 세이브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김영권은 88분에도 김보경의 왼쪽 프리킥을 받아 헤더로 결정적인 동점골을 노렸지만 공은 야속하게도 골문을 오른쪽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뼈아픈 실수 기억을 씻어낼 득점 기회를 두 차례나 얻었지만 뜻대로 풀리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침대 축구도 모자라 감독 도발까지

0대 1 패배에 아쉬워하는 축구대표팀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0대 1 패배에 아쉬워하는 축구대표팀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뻔뻔한 이란 '침대축구' 이란 축구대표팀의 쇼자에이가가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의 경기에서 볼을 다투다 넘어진 뒤 고의적으로 그라운드에 앉아 시간을 지연하고 있다.

▲ 뻔뻔한 이란 '침대축구' 이란 축구대표팀의 쇼자에이가가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의 경기에서 볼을 다투다 넘어진 뒤 고의적으로 그라운드에 앉아 시간을 지연하고 있다. ⓒ 유성호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나갈 확률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가장 높았다. 이전까지 진행된 최종 예선 경기 기록들로 미뤄봤을 때 이란은 가장 불리한 대진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호랑이굴을 뒤흔든 셈이었다.

이란이 한국에 패했을 경우에는 영락없이 아시아 지역 플레이오프를 거쳐 남아메리카 예선 5위 팀과의 험난한 또 하나의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이란은 한국 선수들에게 또 하나의 치욕적인 축구 역사를 안기고 당당히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전에 있었던 불편한 두 나라의 축구 역사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이 한 경기 만으로도 우리 선수들은 이란을 혼쭐내줬어야 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는 그들이 종종 자행하는 '침대 축구' 때문이다.

구찬네자드의 선취골이 터진 뒤 이란 선수들은 노골적으로 침대 축구를 펼쳤다. 가장 먼저 수비수 헤이다리가 드러눕기 시작했고 그 다음 바통을 미드필더 테이무리안이 이어받았다. 종료 직전에 우리의 교체 선수 이근호와의 높은 공 다툼이 있었지만 문지기 아마디의 엄살은 역시 침대 축구에 가까웠다.

축구장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 침대 축구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탄 하이(중국) 주심이 노란 딱지를 꺼내들었지만 경기 내용을 뒤바꿀 정도로 엄한 처벌은 아니었다.

더구나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한국 벤치를 향해 조롱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해댔다. 또한 기뻐서 뛰어다니던 이란 선수들도 우리 선수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월드컵 성적보다 아시안컵이 더 걱정될 정도

선제골에 아쉬워하는 최강희 감독 최강희 감독이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주자 고개를 숙인채 아쉬워하고 있다.

▲ 선제골에 아쉬워하는 최강희 감독 최강희 감독이 18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주자 고개를 숙인채 아쉬워하고 있다. ⓒ 유성호


한국과 이란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맞대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길목에서 또 만나야 하는 라이벌이기에 이 경기는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를 떠나서 반드시 이겼어야 했다. 그것도 강한 경기력을 그들 모두에게 각인시키면서까지 말이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경기 전부터 최강희 감독의 사진이 찍힌 옷을 입으면서까지 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실제 이 경기 종료 직후에 벌인 행동만으로도 상식 이상의 행태를 보인 셈이다. 이토록 경기장 밖에서 당하기만 한 한국은 실제 경기 결과까지 내주는 바람에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초라한 종이 호랑이가 되고 말았다.

침대 축구는 이른 시간에 먼저 골을 터뜨리며 예방 주사를 강하게 먼저 놨어야 했다. 감독을 포함해 상대 선수단으로부터 놀림을 당한 불편한 기억은 머지 않아 이어지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서 다시 만날 그들 앞에서 불편한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브라질에 건너가서 FIFA(국제축구연맹) 컨페더레이션스 컵에 당당히 참여하고 있는 일본 대표팀을 보면서 뭔가 크게 느껴야 할 일이다. 아시안컵 우승국에게 주어지는 티켓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말이다. 비겁한 이란 선수단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은 축구장 안에서 실력으로 우위에 서는 일밖에 없다.

이달에 열린 최종 예선 세 경기에서 한국은 1승 1무 1패(2득점 2실점)를 기록하며 월드컵 본선에 올라섰지만 실제 내용면에서 졸전을 거듭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왼쪽 수비수 김치우의 직접 프리킥 골 말고는 득점 기록으로 내세울 것 하나 없다. 미드필더와 공격수가 합작한 골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간과할 일 아니다. 월드컵 본선 성적보다 2015 아시안컵(개최국 : 호주)이 더 걱정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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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그룹 8차전 결과(19일 밤 9시 울산월드컵경기장)

★ 한국 0-1 이란 [득점 : 구찬네자드(60분)]

◎ 한국 선수들
FW : 김신욱, 이동국
MF : 손흥민(74분↔김보경), 장현수, 이명주, 지동원(66분↔이근호)
DF : 김치우, 김영권, 김기희, 김창수
GK : 정성룡

◇ A그룹 최종 순위
이란 16점 5승 1무 2패 8득점 2실점 +6 ---> 본선 진출!
한국 14점 4승 2무 2패 13득점 7실점 +6 ---> 본선 진출!
우즈베키스탄 14점 4승 2무 2패 11득점 6실점 +5 **** 플레이오프
카타르 7점 2승 1무 4패 4득점 8실점 -4
레바논 5점 1승 2무 5패 3득점 12실점 -9

◇ B그룹 순위
일본 17점 5승 2무 1패 16득점 5실점 +11 ---> 본선 진출!
호주 13점 3승 4무 1패 12득점 7실점 +5 ---> 본선 진출!
오만 9점 2승 3무 2패 7득점 9실점 -2 ***** 플레이오프 진출 유력
요르단 7점 2승 1무 4패 6득점 16실점 -10
이라크 5점 1승 2무 5패 4득점 8실점 -4


이기사는 SoulPla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축구 월드컵 이란 최강희 케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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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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