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흰둥이 나 '아롱이'와 얼룩강아지 '다롱이'를 싣고, 창원 아줌마네 시댁이 있는 경남 함안으로 가는 동안에 다섯 아줌마들은 입을 모아서 '아롱이'인 내가 복덩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셋째 아줌마의 꿈에 나타났고, 그 덕분에 다시 아줌마들에게 돌아왔잖아요? 만약 내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창원아줌마는 다른 아줌마들과  계속 안방에서 잠을 잤을 거라고요. 그랬더라면 콩대 속에 숨은 다롱이도 끝내 찾을 수 없을 것이고, 그동안 하지 못한 콩타작도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이고, 또 달리는 트럭에서 뛰어내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 개도 다시 붙잡지 못했을 거라고요. 그 모든 일이 복이 많은 나 '아롱이' 덕분에 잘 해결했다고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4월 23일, 시골 할아버지댁으로 가는 아롱이와 다롱이
▲ 아롱이와 다롱이 4월 23일, 시골 할아버지댁으로 가는 아롱이와 다롱이
ⓒ 한명라

관련사진보기


5월 23일 오후 4시쯤, 그렇게 나 '아롱이'와 '다롱이'는 경남 함안에 있는 할아버지댁에 도착을 했습니다. 먼 곳에서 온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는 할머니와는 다르게 할아버지는 강아지 두 마리를 모두 키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줌마들은 당분간만, 아직 어린 나 '아롱이'와 '다롱이'가 적응할 때까지만 함께 키워 주시고, 나중에 '다롱이'는 다른 집으로 보내시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물론 셋째 아줌마의 꿈에 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함께 했었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구요. 그렇게 할아버지댁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워낙 성격이 쾌활하고 명랑하여 애교도 많은 나 '아롱이'는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싸고 그래서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지요.

그런데 '다롱이'는 밥도 잘 먹지 않고, 집 밖으로는 아예 나오지도 않아서 할머니는 '다롱이'가 많이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답니다. 할아버지도 '다롱이'가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고 하네요.

다음날 우리 둘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한 창원아줌마에게 할머니는 '아롱이'는 잘 지내고 있는데, '다롱이'가 통 밥도 안먹고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어디 아픈 것은 아니냐고 물었답니다. 그때 아줌마는 '다롱이'가 콩대 속에서 오랫동안 숨어 있는 것을 겨우 발견해서 데려 온 이야기를 해 주면서, 아픈 것이 아니니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골집은 마당이 아주 넓어서 내가 마음껏 뛰어 놀기에는 너무나 좋았답니다. 아무 거리낌없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잘 따르는 나와는 다르게 '다롱이'는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틀어밖혀있다가, 내가 없으면 자꾸 불안해 하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마당에서 할머니와 놀고 있으면  나보고 빨리 들어 오라고 성화를 부렸습니다. 할머니는 밥을 잘 먹지 않는 '다롱이'를 위해서 가슴에 '다롱이'를 안고 달래가며 밥을 먹였습니다. 그런 '다롱이'와 다르게 나는 밥을 잘 먹는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시골 할아버지댁에서의 아롱이와 다롱이
▲ 아롱이와 다롱이 시골 할아버지댁에서의 아롱이와 다롱이
ⓒ 한명라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명랑하고 예쁘고 귀여운 나 '아롱이'보다 '다롱이'를 선택했을까요? 할아버지는 며칠 동안 할머니한테 나를 다른 집에 보내고, '다롱이'만 키우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아줌마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를 시골 앞집에 사는 아줌마의 소개로 다른 동네로 보내기로 했다고요.

5월 4일 토요일 오후, 할머니의 전화를 받은 아줌마는 처음으로 할아버지께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네요. 우리 두 강아지를 데려다 주던 날 그렇게 부탁을 드렸는데, 나를 선택하지 않고 '다롱이'를 선택했다고요. 아줌마는 할머니에게 일단 나 '아롱이'를 데려가겠다고 하는 집에 보내지 말라고, 아줌마네 집 가까운 곳에 보낼 만한 곳을 알아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와의 전화를 끊고 아줌마는 차마 말로는 못하고, 아저씨에게 문자로 부탁을 했다고 해요.

'시골이에 있는 '아롱이'를 우리집에서 키우면 안될까요?' 하지만 아저씨는 '절대 안됩니다!' 답장을 보내 왔대요. 아줌마는 다시 '개털도 날리지 않게 잘 관리하고, 똥냄새랑 오줌냄새도 안나게 관리할게요'했는데, 아저씨는 '그래도 안됩니다!' 했대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줌마는 같은 동네는 살고있는 아는 언니에게 카톡으로 내 사진을 보내주면서 나 '아롱이'를 키울 만한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토요일 오후, 아저씨가 퇴근을 해서 집에 있을 때, 아줌마의 부탁을 받은 아는 언니가 전화를 해 왔습니다.  다음날인 5월 5일 일요일 아무 때나 같은 동네에 있는 어느 가게에 나를 데려다 주라고요. 그러면 나를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 가게로 데릴러 온다고 했답니다. 아줌마는 그 언니에게 나를 키우려고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게의 주인아줌마 아들의 친한 친구라고 했습니다. 지금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오래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얼마전에 잃어버리고 많이 속상해 하고 있다네요. 그래서 나를 키우고 싶어 한다고요.

아저씨는 거실에서 아줌마와 아는 언니의 통화 내용을 찬찬히 듣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나를 키우고 싶어한다는 대학생 오빠가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는 부분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합니다. 혹시 나를 데리고 가서 또 잃어버리면 나도 유기견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아줌마도 아저씨처럼 그 부분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가 할머니가 이야기했던 어느 시골집으로 보내지는 것 보다 아줌마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오면, 아줌마가 오며 가며 지나는 길에 나의 안부를 살펴 보고 싶은 마음에 그 대학생 오빠에게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5월 5일, 시골집에서 다정하게 낮잠을 자는 아롱이와 다롱이
▲ 아롱이와 다롱이 5월 5일, 시골집에서 다정하게 낮잠을 자는 아롱이와 다롱이
ⓒ 한명라

관련사진보기


어때요? 오동통한 내 발바닥 예쁘지요?
▲ 아롱이 발바닥 어때요? 오동통한 내 발바닥 예쁘지요?
ⓒ 한명라

관련사진보기


다음날인 5월 5일은 일요일이고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아저씨와 아줌마는 창원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함안에 있는 할아버지댁으로 왔습니다.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있기도 했지만, 창원으로 나를 데리고 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시골 할아버지는 아저씨와 아줌마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저씨와 아줌마가 부탁하는 일이라면 대부분 들어 준다고 합니다. 5월 5일 그날, 아저씨는 할아버지께 간곡하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아버지~ 저 흰강아지를 키우시고, 얼룩강아지를 다른 집으로 보내면 안될까요? 그냥 흰강아지를 키우세요~"
"아니다~ 나는 저 얼룩강아지가 점잖고 옷색깔도 더 예쁘고 숫놈이고 그래서 좋다. 그래서 얼룩강아지 키울란다."

그러자 아저씨는 웃으시면서

"아버지~ 아버지가 흰강아지를 키우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얼룩강아지를 키운다고 하시는 바람에 은빈이 엄마가 흰강아지를 우리집에서 키우자고 하잖아요. 더 이상 문제 만들지 마시고, 흰강아지 키우세요~"
"안 할란다. 나는 얼룩강아지가 좋다. 얼룩강아지를 키울란다."

그렇게 해서 나는 5월 5일 일요일 저녁, 시골할아버지 집으로 올 때 '다롱이'와 함께 담겨져 왔던 빈 박스에 나만 혼자 담겨져서 창원에 있는 아줌마, 아저씨네 집으로 왔습니다.

5월 5일 저녁, 창원집에 도착한 아롱이
▲ 아롱이 5월 5일 저녁, 창원집에 도착한 아롱이
ⓒ 한명라

관련사진보기


그날 저녁  집에 도착한 후, 아줌마의 딸인 은빈이언니는 "아빠~ 엄마랑 함께 '아롱이' 데려다 주러 갈게요." 그러자 아저씨는 "지금 '아롱이'데려다 주려고? 가거든 '아롱이'를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서 엄마랑 이야기를 해 보고, 잘 키우겠다 싶으면 주고 오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데려 와라" 했습니다.

아줌마와 은빈이 언니는 나를 박스에 담아 가지고 같은 동네에 있는 어느 가게로 데리고 갔습니다. 가게 주인 아줌마는 나를 보고는 "너구나~ 참 예쁘게 생겼네~" 하더니 아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강아지가 왔으니 빨리 와 보라고요. 그리고 나를 키우겠다고 하는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하라고도 했습니다.

잠시후, 아줌마의 아들이 가게로 와서 나를 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아주 마음에 드는지 귀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가게로 물건을 사러 온 몇몇 손님들도 저를 보더니 아주 귀엽고 예쁘다고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줌마와 은빈이 언니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제 곧 나와는 헤어져야 하니까요.

잠시후 가게 주인 아줌마의 아들에게 나를 키우고 싶어하는 대학생 오빠의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그 시간에 시골 할머니집에 와 있어서 지금 당장 나를 데리러 올 수 없다고요. 그래서 다음날인 5월 6일 월요일에 아줌마에게 직접 전화를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아줌마는 나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가게 아줌마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나를 키우고 싶어 하는 그 친구의 집은 어디냐고요. 그리고 아줌마의 집과 제법 많이 떨어진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줌마는 가까운 곳에 보내고 오며 가며 지나는 길에 나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어했지만 그렇게 하기 힘들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다시 돌아 온 나를 아저씨는 아무 말없이 받아 주었습니다.

"은빈아 가자!"  
"아빠 어디를 가요?"
"지금 '아롱이' 먹을 것이 없잖아. '아롱이'사료 사러 가자."

아저씨는 은빈이 언니와 내 사료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높이가 적당하게 낮아서 나의 짧은 다리로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빈 박스를 과일가게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받아 왔습니다.

5월 6일, 상자속에서 마당 청소하는 아줌마를 바라보는 아롱이
▲ 상자 속의 아롱이 5월 6일, 상자속에서 마당 청소하는 아줌마를 바라보는 아롱이
ⓒ 한명라

관련사진보기


다음날 5월 6일 아침, 평소처럼 아저씨는 회사에 출근을 하고, 은빈이 언니는 학원으로 공부하러 간 이후였습니다.

나는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하루밤을 보냈지만 여전히 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으로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처럼 똥이 마려워서 대문앞에 똥도 싸고 오줌도 쌌습니다. 그때 아줌마가 내가 싼 똥과 오줌을 치우면서 "'아롱이' 똥 쌌네~ 이왕이면 하수도가에 쌌으면 좋았을텐데…" 했습니다.

그때 아줌마네 담장 밖을 지나던 할머니가 아줌마의 그 말을 듣고서 담장 너머로  마당을 들여다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집에 강아지 샀어요? 아주 예쁘게 생겼네~ 진돗개인가?"
"아니요~ 진돗개는 아니예요. 잠시 와 있는 강아지예요. 우리집에서 계속 키우지는 못하고 조금 있다가 키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고 보내려고요."
"아니, 저렇게 예쁜 강아지를 이 집에서 키울 것이지 뭐 하러 남의 집에 보내려고 해요? 이 집에서 얼마든지 키우겠구만. 저렇게 하얀 강아지는 복 있는 강아지인데. 그냥 아줌마가 키우세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할머니는 아저씨가 출근을 하는 그 시간 무렵이면, 하얀 진돗개인 백구를 데리고 아줌마네 집 골목을 지나곤 했던 할머니였습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할머니가 백구를 데리고 골목길을 지나는 것을 아저씨도 아줌마도 알고 있었지만, 선뜻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아는 체도 하지 않았던 그런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할머니는 평소와는 다르게 백구없이 혼자서 텃밭을 가시는 도중에 아줌마가 마당 청소를 하며 하는 말을 담장 너머로 듣고서 그렇게 처음으로 말을 건넸습니다.

<다음에 또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려 줄게요. >


태그:#아롱이, #다롱이, #친청엄마, #선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들려 드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