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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사망한 고 신성민(22) 상병의 사례는 여전히 낙후된 우리 군 의료체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악성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을 호소하는 신 상병에게 군은 소화제와 두통약 만을 처방했고, 지휘관은 그를 꾀병환자로 치부해 버렸다. 뒤늦게야 종양을 발견하고 민간 병원에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신 상병은 결국 스물 둘 젊디젊은 나이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지난 2005년 전역 보름 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석 달 여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던 고 노충국씨의 사연이 <오마이뉴스>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군 의료체계 개선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군의관의 오진과 진료기록 조작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군 의료체계의 후진성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결국 국방부 장관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고 노충국씨 사건 이후에도 군 의료체계는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현역 장병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장병들이 느끼는 진료 접근권은 오히려 전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왔다.

병사들의 진료접근권 7년 전보다 더 악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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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1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병사들이 군대 안에서 아프다는 의사를 제대로 표시하고 있는지 물어봤는데 전체 응답자의 27.2%가 '진료 요청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며 "이런 결과는 7년 전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문 조사 때보다 5.7% 상승한 것으로, 오히려 진료접근권이 과거보다 악화되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또 "병사들에게 왜 진료 요청을 포기했는지 물어보니, '선임병의 눈치가 보여서'(32.6%), '꾀병 취급을 하기 때문에'(30.2%), '군 진료에 대한 불신'(19.4%) 순서로 답변했다"며 "주변 환경 탓에 병사들이 진료권을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외부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이른바 '제2의 노충국 사건'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경직된 군 의료체계 문제"를 지적한 임 소장은 "무엇보다 경험 많은 장기 군의관 확충이 관건이지만, 당장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후방 모두 군 병원 위주로 짜여진 있는 군의료체계를 "후방지역의 군 병원들은 통폐합 시켜서 전방으로 모두 이전하고, 후방지역은 민간 협진체제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군 협진체제 강화하고 군의료체계 전면 개편해야

다음은 임태훈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병사들이 군대 안에서 치료 기회를 놓치고 사망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고위 지휘관들이 병사들의 의료문제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지니까 그렇다. 무엇보다 아픈 병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는 병사를 쓰고 버리는 보급품처럼 여기는 군 지휘관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5년 노충국씨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서 얼마나 재발방지를 약속했었나. 그런데도 매년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의사가 아닌 지휘관들이 일차로 병사의 건강상태에 대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휘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치료할 수 있도록 군의관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몸에 이상이 있는지는 병사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고 꾀병인지 아닌지는 지휘관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의사가 하는 것 아닌가. 장병의 건강권에 대한 모든 권한을 국군의무사령관에게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 지난해 현역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병사들의 진료접근권이 오히려 과거보다 나빠졌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작년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병사들이 군대 안에서 아프다는 의사를 제대로 표시하고 있는지 물어봤는데 전체 응답자의 27.2%가 '진료 요청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는 7년 전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문 조사 때보다 5.7% 상승한 것으로, 오히려 진료접근권이 과거보다 악화되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병사들에게 왜 진료 요청을 포기했는지 물어보니, '선임병의 눈치가 보여서'(32.6%), '꾀병 취급을 하기 때문에'(30.2%), '군 진료에 대한 불신'(19.4%) 순서로 답변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군대의 억압된 분위기가 결국은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 장기 복무 군의관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진료경험이 부족한 단기 군의관들이 병사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현재의 군의료체계에 대한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현재 병사들은 병의 위중 상태에 따라 '각 부대 의무실→군 통합병원→민간 대학병원'순으로 의료기관을 옮기게 되어 있는데, 이 체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진료경험이 풍부한 민간의사가 장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민·군협진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민간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후방 지역은 군 병원을 모두 폐지하고 부대와 가장 가까운 민간병원에서 진료 받도록 하면 된다. 대신 후방 군병원에 근무하는 군의관들을 모두 전방부대에 보내서 사단급 이하 부대 의무실에 더 많은 군의관을 배치하고, 전방의 사단 병원을 현재의 통합병원급으로 개선해야 한다."


태그:#군인권센터, #군 의료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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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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